▲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
동부그룹은 지난달 26일 물류사업이 주력인 동부익스프레스를 통해 중앙일보 계열의 훼미리택배를 인수함으로써 택배사업에 공식진출했다. 동부그룹이 공시를 통해 밝힌 인수가격은 60억 4100만 원. 지난 2000년 7월 설립된 훼미리택배는 전국 235개 영업소와 대전터미널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350억 원으로 업계에서는 하위권에 속하는 업체로 평가받아왔다.
훼미리택배는 오는 4월 1일부터 동부익스프레스 택배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당초 동부그룹은 택배사업 진출 여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 왔다.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동부의 택배사업 진출설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소문에 그쳤다.
동부그룹은 오너인 김준기 회장이 택배사업의 높은 성장성에 매료돼 깊은 관심을 보인 탓에 오래 전부터 사업준비를 해왔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제자리를 맴돌던 사업준비가 탄력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2006년 초 동부그룹은 ㈜한진 출신인 최시영 상무를 전격 스카우트했다. 이후 한진과 HTH택배 출신의 부장급 인력을 추가로 스카우트하면서 본격적인 조직구성에 들어갔다.
속도를 내던 동부의 택배사업 진출 계획은 인수 대상 업체 물색과 그룹 내부의 의견 충돌로 잡음이 불거지면서 한동안 작업이 올스톱됐다. ㈜동부와 동부건설 등의 계열사 일부 임원들이 택배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표명해 그룹내 불화가 일어났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이 소문은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풍문에 그쳤지만 동부의 택배사업 진출 작업은 상당기간 뒤로 미뤄지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사 결과 훼미리택배의 누적적자가 예상 밖으로 많고, 택배차량 및 터미널 등 인프라가 부실한 것으로 판정됐던 것. 이 때문에 인수포기까지도 검토했으나 오너인 김준기 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결국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훼미리택배는 택배업계에선 오랜 누적 적자에 시달려온 회사로 알려져있다. 지난 2000년 7월 설립된 이 회사는 2005년 말 기준으로 누적 결손금이 225억 원 대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는 것.
특히 매출의 상당부분을 의존했던 모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택배발주 물량이 줄어든 것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훼미리택배는 물량난에 시달려 왔고, 하루 처리 물량도 동부그룹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5만 박스보다는 훨씬 적을 거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게다가 훼미리택배는 최근 본사조직 일부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내우외환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훼미리택배 인수금액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동부 측이 공시를 통해 밝힌 인수금액은 부채를 포함해 60억 4100만 원. 하지만 택배업계는 이 액수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동부그룹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말 기준으로 훼미리택배의 유동자산은 167억 원, 유동부채는 404억 원가량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00억 원 이상 많다. 게다가 2004년 순손실 32억 원, 2005년 순손실 19억 원 등 적자도 계속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공식 발표된 계약 이면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억측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물론 동부그룹은 손사래를 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훼미리택배의 전체 부채를 떠안는 조건이 아니며, 영업관련 매입채무만 떠안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두고 업계에서는 “동부그룹이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며 “적어도 한동안 상당히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심지어 “속 빈 강정에 불과한 회사를 왜 인수했는지 의아하다. 중앙일보만 남는 장사”라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동부그룹이 저력을 발휘할 경우 상황은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루 8만 박스까지 처리 물량을 끌어올려 조기 정착을 실현하겠다”는 동부그룹의 장담이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