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필립스LCD가 지난해 3월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최대 크기의 100인치 TFT-LCD를 발표해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
삼성SDI는 PDP 시장이 향후 더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대로라면 실적부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필립스LCD 역시 최근 실적 부진에 CEO가 바뀌고, 필립스의 지분매각 움직임도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조금 변하고 있다. 실적부진에 이은 주가 급락이라는 ‘동병상련’을 보였던 두 기업에 대한 평가가 “바닥이 확인됐다”, “여전히 불확실하다” 며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흔히 판단하기에 ‘바닥이 확인됐다’는 든든한 삼성전자를 등에 업은 삼성SDI에 대한 평가로 생각할 수 있다.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과분한 증설에 휴유증을 겪고 있는 LG필립스LCD에 대한 분석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 LG필립스LCD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매수’ 의견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 반면, 삼성SDI는 ‘1분기도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필립스LCD와 삼성SDI가 이처럼 엇갈린 평가를 받는 것은 한마디로 LCD와 PDP 시장에 대한 전망 때문.
LG전자는 향후 PDP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LCD로 마케팅 중심을 이동할 계획을 이미 밝혔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PDP 부문에서 큰 폭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SDI는 이 같은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계획을 밝혔다. 삼성SDI는 지난 1월 사업경쟁력 제고와 고객 대응력 강화를 위해 PDP 시설증설 등에 71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시장의 성장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하지만 LCD TV시장이 예상보다 PDP TV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CJ투자증권 송명섭 애널리스트는 “당초 30인치 이상은 PDP가, 그 이하는 LCD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37인치 TV시장에서 LCD가 이미 추월했고 40인치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한발 더 나가 PDP TV가 어렵게 시장을 형성해 놓은 50인치대에 LCD TV가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PDP TV 가격이 LCD TV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는데 최근 가격차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LCD는 대량 생산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반면, PDP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도 이 같은 엇갈린 평가를 가져온 이유가 됐다.
우선 LG필립스LCD는 권영수 사장이 새롭게 취임, 분위기를 싹 바꿨다.
권 사장은 취임식에서 “LCD 산업이 IT 시장에서 TV 시장으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시장예측과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1등 기업으로서의 자만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고객에 맞추라는 것.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마쓰시타와의 전략제휴설과 관련해서도 권 사장은 “마쓰시타는 고객인 만큼 주주가 되는 것은 좋은 측면이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2대주주인 필립스가 올 7월 이후 보유 지분 32.9%를 매각한다고 이미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이에 상반기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반등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5년 5만 4000원이던 주가가 지난해 12월 2만 4950원을 기록하며 바닥을 찍은 후 3만 원을 넘어섰다.
애널리스트도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푸르덴셜증권의 박현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펀더멘털상 긍정적인 변화를 고려할 때 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LG전자의 PDP 비중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재확인될 경우, 강력한 주가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증권 역시 “1분기 실적이 회사 측의 전망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3분기부터는 업황 펀더멘털이 개선되면서 단기 주가 움직임을 이끌 전망”이라며 당초 3만 5000원이던 목표주가를 3만 900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TV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랐던 풀HD(초고화질) LCD TV도 미국 시장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가격 인하 행진을 하고 있어 LCD진영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삼성의 40인치대 풀HD TV가 160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 국내에선 같은 크기의 풀HD 제품이 아직은 HD제품보다 30만~40만 원 정도 비싸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40인치대 풀HD 제품이 조만간 150만 원대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경우 PDP진영의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지고 LCD 진영의 수익성도 예전만 못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LG전자의 경우 제조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토네이도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PDP는 진퇴 양난이다. PDP가 주력인 삼성SDI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여전히 먹구름 일색이다.
지난 1월 4분기 실적이 나온 직후 한국투자증권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올해도 디스플레이산업은 경쟁 심화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PDP부문은 LCD와 경쟁 심화 속에 4기 라인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발생해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문현식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건 PDP 부문의 부진이 주원인”이라며 “가격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LCD와의 경쟁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가 역시 2005년 말 11만 8500원에서 지난해 7월 5만 6000원으로 반토막이 난 후 반등하는 듯했지만 또다시 하락추세를 보이며 6만 30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들어 증권가에선 삼성SDI에 대한 분석보고서조차 찾아 보기 어렵다. 증권가에선 ‘무관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이처럼 외부 평가가 좋지 않음에도 삼성SDI가 시장 전망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이치뱅크는 삼성SDI가 ‘2007년 61%에 달하는 PDP 판매 증가와 19%의 모바일 디스플레이 판매 증가’라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 것을 예를 들며 “2007년 전망은 공격적인 것”이라고 평가하며 “4분기 실적 부진이 일시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LCD 부문의 경쟁 심화와 휴대폰 업계의 가격 압력 등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도이치뱅크는 특히 “경쟁 심화뿐만 아니라 제품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SDI의 전망에 이 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강윤흠 애널리스트 “LG필립스LCD와 삼성SDI는 나란히 실적악화라는 구렁텅이에 빠졌다”면서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그 구렁텅이를 빠져 나올 수 있느냐, 아니면 당분간 그 구렁텅이에 있을 수밖에 없느냐에 대한 투자자의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