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논란으로 촬영 끝내고 4년여 만에 개봉…소방관 숭고한 희생 실화극이 관객 극장가로 이끌지 관심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작품의 주연 배우를 향해 ‘원망’을 표했다. 밉고 원망스러운 이유는 영화를 찍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작품과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연 배우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물론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숱한 난관을 만든 장본인이 다름 아닌 작품의 주인공이란 사실에 감독은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12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과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이야기다.
곽도원이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지난 2022년 거주지인 제주도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 외부 활동을 중단했지만 그보다 먼저 촬영을 마친 영화가 뒤늦게 개봉을 확정하면서 다시 대중 앞에 선다. ‘소방관’은 곽도원이 2020년 촬영한 작품으로, 후반 작업 등을 거쳐 2022년 개봉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지만 곽도원이 일으킨 음주운전 논란 여파로 촬영을 끝내고 4년이 흘러 세상에 공개된다.
#곽경택 감독 “저지른 일에 큰 책임 져야”
‘소방관’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을 극화한 작품이다. 당시 일어난 화재로 낡은 주택이 무너지면서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시민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이 주목받았고, 이를 계기로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곽도원은 영화에서 베테랑 구조반장 진섭 역을 소화했다. 5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구조한 소방대원이라는 설정이다. 신입 대원 철웅(주원 분)의 눈에는 그런 진섭이 영웅처럼 비치고, 이들은 뜨거운 화마가 덮친 현장을 함께 누비면서 생명을 구한다.
곽도원의 음주운전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소방관’은 실화를 극화한 작품이자 소방관들의 숭고한 정신을 다룬 영화로만 주목받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필 영화에서 맡은 역할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사명감을 지닌 베테랑 소방관이라는 사실이 관객에게 영화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는 반응이다.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배우의 현실과 영웅처럼 보이는 영화 속 모습 사이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적발 당시 곽도원은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0.08%)를 넘었다. 음주운전 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공분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만취 상태로 운전을 했다는 사실에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날선 시선은 지금도 계속된다.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소방관’의 제작진은 개봉을 앞두고 ‘곽도원 지우기’에 나섰다. 예고편은 물론 작품의 장면을 소개하는 스틸에서도 곽도원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곽경택 감독이 책임을 지고 곽도원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지만, 영화에 함께 출연한 주원과 이유영, 유재명 등 배우들은 누구도 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선을 긋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영화 ‘친구’를 시작으로 ‘극비수사’ ‘암수살인’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까지 다양한 영화를 연출하면서 흥행도, 실패도 맛본 감독이지만 “이번처럼 영화를 알리는 자리가 떨리는 건 처음”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곽도원의 출연 분량, 편집은?
‘소방관’은 곽도원의 음주운전 적발 이후 2년의 시간을 더 갖고 후반 작업 등을 해왔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극장가의 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선뜻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한 영화는 결국 투자배급사가 교체된 뒤에야 개봉일을 확정할 수 있었다. 여전히 곽도원 리스크는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이다. 이에 곽경택 감독과 제작진은 곽도원의 출연 분량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영화를 온전히 이끄는 주인공인 만큼 분량을 줄이면 작품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곽경택 감독은 극 중 곽도원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 정도만 편집으로 덜어냈다고 밝혔다. 완전히 편집할 수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고민했다는 말이다. 이번 영화가 허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아닌, 소방관들의 숭고한 희생이 깃든 실화를 옮겼다는 점에서 감독과 배우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배우들은 ‘곽도원 리스크’를 경계하면서도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깊이 가 닿기를 바라고 있다.
‘소방관’은 화재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극의 배경인 2001년 당시 그들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했는지도 그린다. 예산이 없어 화재용 특수 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끼고 화마에 맞서는 모습은 물론 방수복만 입은 채 화재 속으로 달려가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다룬다. 홍제동 화재 참사 당시 소방관들은 국가 공무원의 신분도 아니었다. 결국 소방관들의 희생이 있은 뒤에야 공무원으로 인정받는 등 처우가 조금이나마 개선됐다.
곽경택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연출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고 했다. 실화를 다룬 이야기의 무게감 등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고민을 접고 연출자로 나섰다. “소방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뭔가 해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았다”며 “화재 현장이 얼마나 무섭고 소방관들의 용기가 필요한지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제 관객의 평가만 남았다. ‘곽도원 리스크’를 지운다면 ‘소방관’은 그 자체로 연말에 가족과 함께 보기에 적합한 뭉클한 이야기이지만, 음주운전 논란의 배우가 숭고한 희생을 그린 소방관을 연기한다는 사실에서 관객을 극장까지 이끌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곽도원은 음주운전 적발 이후 2년째 칩거하고 있다. 소속사와도 전속계약을 마무리한 상태다. 논란 직전 촬영한 작품도 ‘소방관’ 단 한 편이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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