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밤 기습적으로 이뤄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소식을 전한 ‘블룸버그’는 ‘6시간의 계엄령으로 충격에 빠진 한국은 어떻게 재편됐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권력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고, 현재 탄핵 위기에 처했다”고도 덧붙였다. 그 밖에 긴급했던 순간들을 일제히 보도한 외신들은 저마다 ‘충격적이다’ ‘믿기지 않는다’ ‘예상 밖이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더불어 계엄령을 선포하게 된 배경과 향후 정치적 파장에 대해 분석하는 한편, 과거 한국 역사에서 발생했던 군사독재와 쿠데타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기사에서는 “전직 검사 출신인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은 2022년 초박빙의 대선에서 0.8%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고 말하면서 “이는 유권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를 얻은 것이었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진보 성향의 전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한국에서 논란이 많은 지도자’로 여겨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적 이익’으로는 채 해병 사건 특검 수사 거부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그리고 당선 전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및 특검 거부 등을 꼽았다.
또한 ‘양극화된 정치는 한국을 어떻게 계엄령으로 이끌었나’라는 기사에서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은 1980년대 군부 통치가 종료된 이후 자유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로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면서 “그리고 불과 2년이 조금 지난 화요일, 그의 짧은 계엄령 선포는 격동의 군사 개입 시대가 이미 지나갔다고 믿고 있었던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타전했다. 또한 “한국은 문화적 소프트 파워와 아시아 민주주의의 중심국으로 여겨졌으나,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급선회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계엄령 사태를 가리켜 ‘놀랍다’고 말한 뉴욕타임스는 “이는 한국 정치의 극심한 분열과 부상하는 글로벌 파워의 표면 아래에 숨겨진 사회적 불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과거 전직 대통령들을 수사했던 강경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야당의 정치적 공격을 받기 시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나라를 화합으로 이끌 가능성이 희박한 인물이었다”면서 과거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 이후 기소하고 수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는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임 대통령을 수사하는 전통이 이어졌고, 이는 정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총선에서도 서로에 대한 극렬한 비난이 가득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결국 야당이 수십 년 만에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큰 국회 의석수를 차지하게 됐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 날을 ‘심판의 날’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거대 야당의) 압박 속에서 정치적 도전에 내몰린 윤 대통령은 거의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핵 옵션’을 선택했다”고 묘사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한국의 쿠데타와 계엄령의 역사’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1980년대 후반에야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으며, 민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은 여전히 민감한 주제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독재정권 시절, 지도자들은 때때로 반정부 시위를 막기 위해 전투병, 전차, 장갑차를 거리나 공공장소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 역시 ‘계엄령의 상처를 입은 대한민국 역사’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짧게나마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많은 젊은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경험이었다. 이는 기성세대가 생생히 기억하는 격동의 상태를 떠올리게 했다”라고 소개했다.
영국의 BBC는 ‘왜 한국 대통령은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했을까, 그리고 앞으로는?’이라는 기사에서 “한국 대통령은 화요일 밤 50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 계엄령을 선포해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말하면서 “이는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위기 때문에 촉발된 것이 명백해졌다”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압박감을 느낀 이유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강경 보수파로 취임했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이후 레임덕 상태에 빠졌다”면서 “이후 여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대신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는 데만 그쳐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러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17% 초반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주요 부처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맹공, 감사원장을 포함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탄핵 움직임 등도 압박 요소로 꼽았다.
이어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많은 사람들의 허를 찔렀고, 여섯 시간 동안 한국인들은 계엄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스러워했다”라고 보도한 ‘가디언’은 “수도 서울에 군대와 경찰이 대거 주둔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의 국회 장악은 실현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난 1월 6일 미국에서 발생한 의회 폭동보다 이번 사건이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한국의 명성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화여대 국제학부의 라이프-에릭 이즐리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법적 과잉이자 정치적 오판’이다. 불필요하게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지율이 지극히 낮고 정당과 행정부 내에서도 강력한 지지를 못 받고 있는 마당에 심야에 내린 이 명령을 시행하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 알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즐리 교수는 “그는 ‘궁지에 몰린’ 정치인처럼 보였고, 점점 더 거세지는 스캔들, 제도적 방해, 탄핵 요구에 맞서 필사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이런 절박한 행동은 이제 모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계엄령이 북한 김정은에게는 ‘선물’?
이번 계엄령 사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하나의 ‘선물’과도 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리더십 워치’의 설립자이자 소장인 마이클 매든은 ‘더선’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아마도 한국의 계엄령 사태를 반기면서 ‘두 손을 비비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선전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사태를 홍보하면서 자신의 잔인한 독재 정권이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든은 “이제 북한은 ‘이게 바로 타락하고 부패한 자본주의 문화다. 그런데 왜 거기로 가려고 하는가’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여기서는 배고플 수 있지만, 그래도 안정감이란 게 있다’라는 식으로 선전 활동을 펼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독재 국가인 북한이 한국보다 정치적으로 더 안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남북 간의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매든은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한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든은 “이제 북한은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게 됐다. 기본적으로 남한 정치 문화의 심각한 기능 장애를 지적할 수 있게 됐다”라면서 “김정은과 북한 엘리트들에게는 마치 ‘뜻밖의 수확’일 수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직 북한의 국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김정은이 이 사태를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최근 서방에 대해 점점 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1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북한이 이번 계엄령의 혼란을 악용할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더선’은 분석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