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0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급격한 내리막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탄핵을 당했다. 그는 △최순실 비선 실세 논란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기업 출연금 강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정원 특수활동비 부정사용 △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개입 등의 의혹을 받았다.
스모킹건은 2016년 10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였다. 민간인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봤다는 내용이었다.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가 탄핵의 시발점이었던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대국민 사과에서 ‘과거 인연으로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비선 실세 존재를 시인했고, 수석비서관에겐 일괄사표를 지시했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박 전 대통령이 2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이는 거센 역풍을 불러왔다. 박 전 대통령은 특검 수용 의사를 표명했고,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인선하겠다고 했다. 당시 야권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이 제안을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5%대까지 떨어졌다. 시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고, 촛불 집회 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박 대통령이 버티면서 국정 혼란은 가중됐다. 시위 규모는 더 커졌고, 지지율은 더 낮아졌다. 여론조사에선 3~4% 지지율을 기록했다. 2016년 11월 26일 5차 촛불 집회에는 전국적으로 190만 명(경찰 추산 27만 명)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에서 국회가 정한 일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임기 단축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야권은 시간벌기용 개헌이라고 반대했고, 탄핵소추안 발의에 돌입했다.
헌법 제65조에 따르면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간 뒤, 72시간 안에 표결해야 한다.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석 299명 중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에서도 무더기 찬성표가 나왔다. 새누리당 의원 127명 중 62명이 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친박계에서도 이탈 표가 나온 것이다. 표결 직전 국민 81%가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추위원단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맡았다. 소추위원단은 법사위원장이 선임한다. 변호사로 구성된 대리인단도 구성된다. 헌재 심판 규칙 57조에는 ‘소추위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탄핵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는 180일 이내에 심판해야 한다.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60일 안에 치러진다.
2017년 3월 10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전원 일치로 파면한다”고 최종 선고했다.
#첫 번짼 막아냈지만
2024년 12월 대통령 탄핵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구글 트렌드를 보면 ‘탄핵’ 검색량이 12월 3일 급증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0시 30분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44년 만이다. 국회는 곧바로 본회의를 열고 계엄을 해제했다.
야 6당은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규정했다. ‘윤석열 탄핵’을 공언했다. 유력 차기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탄핵 선봉에 섰다. 과거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박 전 대통령 탄핵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바 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국민의힘을 ‘내란 공범’이라고 맹비난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박근혜 탄핵 때 실패했던 버티기 전략을 꺼내들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대통령은 12월 7일 오전 1분 50초의 짧은 사과문에서 2선 후퇴를 시사했다. 당과 대통령실은 책임총리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엔 탄핵을 시사했던 친한동훈계도 동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 보수 진영 수습을 위한 시간벌기, 강성 지지층의 ‘배신자’ 프레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2선 후퇴를 제안했던 정진석 비서실장은 당과 긴밀하게 소통해 탄핵안 통과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국민의힘은 첫 탄핵 소추안을 막는 데 성공했다. 표결 전 전원 퇴장했다. 박근혜 탄핵 때와 달리 여당은 단일대오 형성에 성공했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만 표결에 참석했다. 야권은 반드시 탄핵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1주일 단위로 쪼개 매주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했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는 12월 7일 국회 일대는 교통이 마비됐다. 이날 국회 앞에는 수십만 명이 모였다. 경찰이 집계를 미룰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다. 새벽 1시가 넘어서도 자리를 지키며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연예계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탄핵을 요구하는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추운 새벽 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시민은 일요신문에 ‘탄핵 외 대안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