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
조현준-조현문 형제는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업체에 자신들 명의의 토지를 350억 원에 팔아넘긴 셈이다.
두미종합개발은 종합관광 휴양지 개발 업체로 골프장 운영과 휴양 콘도미니엄 관리를 주 업종을 삼고 있다. 조현준-조현문 형제 명의 경기도 이천시 일대 토지를 사들인 것은 골프장 개발 명목인 것으로 공시돼 있다. 두미종합개발 등기부등본상 자본총액은 30억 원으로, 350억 원은 두미종합개발이 ‘가볍게’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두미종합개발은 조 회장 아들들 외에도 또 다른 특수관계인에게서도 토지를 사들였다. 조현준-조현문 형제 명의 땅이 팔릴 때와 같은 시점인 지난해 12월 두미종합개발 등기이사인 최현태 씨 명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두미리 산 43번지 일대 3700평이 두미종합개발에 넘어간 것. 매각 대금은 6억 6000만 원으로 공시돼 있다. 두미종합개발의 토지 매입 명목은 조현준-조현문 형제 명의 부동산 매입과 마찬가지로 ‘골프장 개발’. 매입 직후 두미종합개발은 해당 토지들을 담보로 660억 원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조 회장 아들들과 특수관계인의 토지를 사들인 후 이를 토대로 개발에 필요한 사업자금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기도 이천시 일대에 대규모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인 두미종합개발의 성장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띈다. 발행주식총수 2만 주에 불과했던 두미종합개발은 경기도 이천시 일대 조 회장 아들들 명의의 땅을 사들이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초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총수를 60만 주로 늘렸다. 유상증자 직전의 지분구조를 보면 장남 조현준 사장이 1만 주를 보유해 지분율 50%로 최대주주였으며 차남 조현문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 전무가 각각 5000주(25%)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상증자 이후 조현준 사장 지분엔 변화가 없는 반면 조현문 부사장과 조현상 전무는 각각 29만 주를 늘려 현재 29만 5000주씩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종전까지 최대주주였던 조현준 사장의 지분율이 1.68%로 하락한 반면 조현문 부사장과 조현상 전무의 지분율이 각각 49.16%에 이르러 공동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효성가 3세대 분리작업의 씨가 뿌려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효성은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 시절 장자승계를 위해 계열분리를 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당시 장남인 조석래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 등을 물려받았으며, 차남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 삼남 조욱래 회장은 대전피혁 사장으로 분가했다.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동양폴리에스터 효성중공업은 현재 (주)효성으로 통합된 상태다. 현재 조석래 회장 아들들 중 지주회사격인 (주)효성의 등기이사는 장남인 조현준 사장뿐이란 점에서 효성 2세 때 이뤄진 계열분리가 3세대에서도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조석래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오르면서 효성그룹 경영 전면에 3세들이 포진하게 됐다. 이들 삼형제는 올 초 나란히 한 계단씩 승진했으며 조현준 사장은 무역,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 조현상 전무는 전략 부문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미종합개발의 증자과정은 재계인사들이 예상해온 효성가 형제들 간의 계열분리 밑그림을 보여준 셈이다. 종전 최대주주였던 장남 조현준 사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조현문-조현상 형제가 증자에 적극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은 그룹의 주력을 장남이 물려받고 나머지 형제들이 작은 계열사들을 나눠 갖는 선대의 관행을 답습하는 첫 단추로 풀이되고 있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종전의 대주주였던 조 회장 아들 삼형제 외 다른 인사들이 주주로 참여하지 않은 점 또한 안정적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조현준-조현문-조현상 삼형제가 두미종합개발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발행된 58만 주 전체를 사들이기 위해 쓴 돈은 29억 원이다(주당 액면가 5000원 기준). 이들 형제가 29억 원을 투자해 몸집을 키운 회사가 이들 형제 명의 토지를 350억 원에 매입해 줬으니 효자 계열사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라 할 수 있다.
부동산 거래 이후 조현준-조현문-조현상 형제는 올 초 (주)효성 현금배당을 통해 주머니를 불렸다. 지분 7%를 가진 조현준 사장은 12억 2000만 원, 조현문 부사장(6.62%)과 조현상 전무(6.61%)는 각각 11억 5000만 원가량을 챙겼다. 여기에 두미종합개발로부터 받은 땅값 350억 원을 합하면 지난해 말에서 올 초 사이 이들 삼형제가 벌어들인 현금은 385억 원을 웃돈다. 지난 3월 29일 현재 (주)효성 주가(3만 1900원)와 (주)효성 발행주식총수(3480만 5821주)를 고려하면 (주)효성 지분 1% 늘리는 데 111억 원 정도가 쓰일 것으로 보인다. 조석래 회장 아들 삼형제는 불과 4개월 만에 (주)효성 지분 3.47%를 사들일 수 있는 현금을 ‘큰 출혈 없이’ 확보한 셈이다. 3세대 효성가 오너를 위한 신수종 사업과 재산승계를 위한 씨앗돈을 동시에 마련하는 일석이조 카드라는 얘기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