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7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분수광장에서 공동유세를 했다. 사진제공=문재인 |
현재 친노그룹을 중심으로 한 선대위 핵심세력들은 안 전 후보의 제한적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 비노진영에서는 안 전 후보의 지원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결과는 좀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선거를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지역 선대위에서는 ‘이 상태로 가면 선거는 무조건 필패’라며 특단의 대책을 중앙당에 요구하고 있다. 과연 문재인 후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의 마지막 건곤일척 전략을 따라가 봤다.
현재 민주당 내부의 대선 전망은 3가지가 혼재돼 있다. 먼저 문재인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핵심 참모들과 친노그룹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가 없거나, 또는 극히 제한적 지원만 해주는 경우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 기간 동안 일정 정도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당의 지분을 대거 양보하는 식의 권력운용을 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60년 정통야당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안철수 바람을 야당 쇄신의 불쏘시개 정도로만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안철수 전 후보는 정권교체 후에 문재인 후보에게 팽당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의 뿌리 깊은 권력집착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핵심인 선대위 A 의원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사실상 공개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줄곧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비방과 평가절하 시각을 드러내 단일화 협상 ‘파투’를 낸 장본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한 사석에서 “나도 캠프의 부속물이 아니라 정치인 이다. 기자들과 사적으로 만났을 때는 정치인으로서 내 생각 말할 수 있는 거다. 그런 것까지 문제 삼고 그러면 나는 사생활에서도 안철수 눈치를 봐야 하나.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 안 전 후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서는 막판으로 갈수록 진보-보수의 진영싸움이 되기 때문에 안철수 변수는 주변적일 뿐 핵심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친노 핵심세력은 안 전 후보 지원 없이, 또는 있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해도 승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안철수 활용론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안 전 후보가 형식적으로 지원해줘도 이긴다고 보는 그들은 ‘좋은 그림’ 연출 정도에 만족해한다. 결국 선거는 민주당 중심으로 치러야 하고 그 책임도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들은 안 전 후보를 압박하면 그도 결국 두 손 들고 밖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 강하게 안 전 후보를 압박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문 후보의 들이대기 식 안철수 자택 방문 사건. 이는 주류 측이 ‘마이웨이’를 선언하기 위한 마지막 명분 축적용으로 해석된다.
사실 지난 6일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기류는 확실히 ‘마이웨이’ 쪽이었다. “안철수만 바라보면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선대위 회의 때 나왔고 그것이 많은 공감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부겸 박영선 이인영 의원을 상임선대본부장에 임명하고 정세균 의원을 사실상 캠프 좌장인 상임고문에 임명한 것도 ‘우리끼리라도 해 보자’는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일단 자력으로 선거운동을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안 전 후보가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문재인-안철수의 극적인 회동 직전까지 당 내부에서는 “이번 주 안으로(12월 8~9일경) 안 전 후보가 등판하지 않는다면 역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민주당 자체 조사 결과는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나쁘게 나왔다고 한다.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워낙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캠프 관계자들이 한동안 거론하지 않았던 ‘숨은 표’ 얘기까지 꺼내며 침체된 분위기를 되돌리려 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확인됐듯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상당히 큰 규모로 존재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다.
두 번째 시각은 ‘비노진영’에서 나오는 것으로 안 전 후보의 지원으로 선거가 5 대 5의 박빙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선대위의 미지근한 안철수 접근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선거를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고참 당직자들은 현재 민주당의 ‘안철수 포용전략’ 정도로는 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문 후보가 아직도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당에서 ‘새가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회가 왔는데도 치고 나가지를 못한다. ‘너무 착해서 그렇다’는 말은 도대체 뭐냐. 불가능해 보이는 방법까지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안 전 후보는 동생이 아니라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친구요 파트너다. 이런 관점에서 유세지원 방식이나 안철수 활용론을 봐야 한다. 현재의 느슨한 지원으로는 그 효과는 극히 미지수다. 조금만 시간이 있다면 선대위 상위개념으로 당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안 전 후보를 위원장에 앉히고 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있게 해줘야 했다. 그 동력으로 대선에서도 승리한다면 추후 신당 창당으로 발전시키면 된다. 하지만 현재 안철수 사람들의 선대위 합류조차 당 주류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래 가지고는 안 전 후보의 잠재력을 10퍼센트도 활용하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안 전 후보가 전국을 누비며 큰소리를 칠 수 있도록 최대한 정치적 공간이나 구체적 직책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대위를 포괄하는 혁신위 구상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 정도의 양보를 하지 않고 현실유지 수준에서 계속 접근할 경우 뒤집기도 난망하다는 게 비문진영의 시각이다.
세 번째 시각은 문재인 대선 필패론이다. 이는 주로 지방의 선대위에서 올라오는 분위기다. 현재 지역 선대위에서는 중앙당 선대위의 ‘뜬구름’ 분석을 믿지 않는다. 바닥에서 실제로 선거를 뛰고 있는 지역 관계자들은 이미 승부가 기운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주저 없이 하고 있다. 그 예로 중앙당에서는 야권성향 숨은 표 5%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것도 요즘 여론조사 방법을 볼 때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난 지방선거 때와 달리 지금은 집 전화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휴대폰 조사도 폭 넓게 하기 때문에 야권이 기대하는 숨은 표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에 대해 “지금은 RDD방식(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임의걸기)으로 여론조사를 많이 실시하고 있고 표본오차도 ±2.5%에 불과하다. 따라서 숨은 표도 많아야 2% 정도로 본다. 현재의 박근혜-문재인 지지율 격차가 계속 유지되면 박 후보가 150만 표 차이로 이길 것으로 본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면 진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안 전 후보를 활용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민주당에게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앙당에서 대구경북지역에서 30% 이상의 득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20% 득표도 턱도 없을 것 같다. 안 전 후보와 그 사람들을 전폭적으로 끌어안지 못하고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그칠 경우 이번 대선은 필패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 선대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사생결단식 뒤집기 카드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해체 수준의 쇄신안과 안철수식 정치를 받아들이는 ‘신당창당’ 정도의 파괴력 있는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 안부근 소장은 이에 대해 “안철수 캠프 해단식 이전에 문-안 양측이 후속카드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 시점에 실기를 한 측면이 있다”며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후보를 낸 민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안 전 후보 측에 새정치 활동 공간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또 “민주통합당이 안 전 후보 측의 정치 쇄신과 국민동의 요청에 대해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은 채 뜻만 받들겠다고 하니 안 전 후보나 지지자들이 문 후보를 흔쾌히 도울 수 없었던 것”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안철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선 판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발 벗고 나선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안 전 후보의 자기 식 지원에만 만족하지 말고 민주당이 권력 절반을 내놓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카드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안철수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당의 선거전략을 총괄하는 한 핵심 관계자는 “조만간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들이 다음 정권 때 어떤 직책도 맡지 않는다는 일종의 백의종군 선언을 할 예정이다. 현재 서명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것은 단기 전략이다. 대선 마지막 일주일에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현재로선 신당 창당 공동추진을 통한 새정치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이 살 길은 앞으로 새정치를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 계속 발표하는 ‘쇄신 퍼레이드’뿐이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 개혁신당’ 논의도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다. 문재인-안철수 짝이 선거 막판에 새것과 헌것의 대선구도로 한바탕 난장을 연출한다면 결과는 예측불허다.
고진동 언론인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차라리 야당하자고?
이런 점에서 민주당 주류 즉 친노그룹은 여전히 안철수 사람들의 선대위 합류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 일각에서는 이미 물러났던 친노 9인방이 은밀히 보고서를 올리는 등 ‘안티 안철수’ 세력의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도 계속 나온다. 안 전 후보 지원 발표로 L 전 비서관 등은 ‘다 함께 물러나자’며 통 큰 양보를 주장하고 있는데 Y 전 비서관이 강하게 저항하며 양측 연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친노 탈레반’들이 끝까지 안철수 전 후보와의 ‘의미 없는 화학적 결합’을 반대하며 선명성을 유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고참 당직자는 이에 대해 “현재의 주류인 친노그룹은 노무현 대통령 퇴임 직후부터 큰 고난을 겪었다. 대부분 일자리도 없이 노는 백수생활을 오랫동안 하다가 이번에 문재인 후보 카드 하나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현재 당을 이끄는 주류들이) 실업자 출신들이 많은데 실업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더 무섭다. 오랜만에 잡은 권력을 절대 내놓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야당 하는 게 그들에게는 더 낫다는 말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