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의원과 천하람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와 허 전 대표 측의 내홍은 지난해 12월 16일 당시 허 대표가 이 의원의 최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본격화됐다. 당 보조금 사용 내역에서 포착된 여러 문제에 책임을 물어 내린 조치인데 이 의원 등이 크게 반발하며 허 대표에 대한 당원소환투표(대표직 해임 의결)를 추진했고, 투표 결과 91.93% 찬성률로 지난 1월 25일 허 대표 해임(직무정지)이 결정됐다. 허 전 대표는 즉시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항고해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허 전 대표는 자신의 대표직이 현재도 유효하며 언론 매체에서 ‘전 대표’가 아닌 ‘대표’로 칭해져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어필하고 있다.
지난 19일 ‘일요신문i’와 만난 허 전 대표는 당내 이준석·천하람·이주영 의원 등에 대해 제기한 당 보조금 부당 사용 의혹을 검찰 수사를 통해 증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정치컨설팅업체에 5500만 원을 부당 지출한 의혹 △특정 정치평론가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한 의혹 △특정 방송사 시사프로그램과 유착한 의혹 등 이준석 의원 관련 주요 의혹에 대해 “증거 없이 제기한 것이 없다”며 이 의원 측에 적극 맞설 뜻을 밝혔다.
허은아 전 대표는 지난 17일 개설한 대선후보 릴레이 검증 플랫폼 ‘엑스(정치는 게임이 아니다)’에서 이준석 의원을 1호 검증 대상으로 지정한 결과 이틀 만에 100건이 넘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당 상황에 대해서는 “이준석 의원의 사당화가 됐다”, “당이 죽어가고 있다”며 어떻게든 창당 정체성을 지켜 당을 재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원소환(대표 직무정지) 투표 결과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지난 7일 기각하자 대표직 수행을 중단하고 천하람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수행을 용인했다. 당대표로서 신분이 유효하다는 입장은 흔들림 없는가.
“그렇다. 당원소환투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이 되게 빠르게 나왔는데 해당 재판부의 마음은 ‘당의 일은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법치주의기 때문에 불만은 많지만 말을 못할 뿐이다. 일단 천하람 당대표 권한대행이 대행직을 수행하게 하자는 마음이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가처분 기각에 대해 즉시 항고했고,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재판부에 사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지난 번과 다른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허 전 대표가 당 대표 직인을 소지하고 당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는 현 지도부의 주장은 어떻게 된 일인가. 가짜뉴스라고 크게 반발 중인데.
“당 직인과 계좌 비밀번호는 본인들(천하람 권한대행 등)이 다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지난해 12월 당내 부정부패 의심 사안을 발견한 뒤 ‘안 되겠다’ 싶어 비밀번호를 바꿨다. 당 대표가 비밀번호를 바꿀 수 있는지 내부에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을 받고 바꾼 것이다. 본인들도 그렇게 하면 된다. 누가 나에게 직인과 비밀번호를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이준석 의원 등의 여론전이다. 그냥 쇼다.”
—이준석·천하람 의원 등과 갈등이 생긴 핵심 계기는 뭔가.
“모든 갈등의 시작은 당의 재정을 관리하는 김철근 사무총장을 해임한 것이다. 분명 돈 관리에 문제가 많이 보였고 관련 제보도 받은 게 있어 해임 조치했다. 그러자 당직자 노동조합이 잇달아 나에 대한 규탄 성명서를 냈다. 그래도 나는 이준석 의원에게 흠집을 내지 않으려 가만히 있었다. 지난해 12월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준석 의원이 스크래치를 입으면 안 된다. 우리 후보다. 대선이 빨라질 수 있으니 문제는 빨리 해결하자’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런데 천하람 의원은 당직자들이 나를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며 내게 계속 겁을 줬다.”

“당헌‧당규에 있다. 5000만 원 이상 지출 건은 공개 입찰을 하거나 만약 불가능한 상황이면 3개 이상 업체와 비교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사전)보고도 해야 한다. 개혁연구원은 우리 당에 들어오는 정부 보조금의 30%를 운용하는 곳이다. 개혁연구원도 해당 규정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이 의원이 당헌‧당규를 잘 모르는 것이다.”
—이준석·천하람·이주영 의원 3명이 비교섭단체 정책지원금 총 9221만 원을 지출한 14개 연구용역에 대해서도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의원 등은 문제 소지를 전면 부정한다.
“나는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도 받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용역비 지급을 위해 의뢰서에 도장을 서둘러 찍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때가 지난해 12월 23일이었다. 해당 연구용역들의 계약은 그보다 앞선 10월 25일쯤 체결된 것이었다.”
—해당 14개 연구용역 중 이준석 의원이 이종훈 정치평론가와 계약한 연구용역 주제에 어떤 문제가 있나.
“이종훈 평론가는 우리가 창당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긴 했는데 정치‧정책 관련 주제였다. 그런데 그에게 ‘지하 공간 활용 데이터센터 해외사례 분석’ 연구용역을 갑자기 맡긴 것은 좀 (이상하다). 또 이준석 의원은 ‘분당선 연장에 따른 동탄역 인근 역사 최적 입지 분석’ 연구용역으로 700만 원을 사용했다. 화성 동탄은 이 의원의 지역구 아닌가. 이것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당에 지급된 세비기 때문이다. 보통 정책지원금을 쓸 때 혹시 선관위에서 문제 삼을까봐 엄청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개인 지역구를 위해 쓰면 오해 받는다.”

“당시에는 몰랐다가 관련 내용 제보를 받고 전수조사하면서 ‘유착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들어 당시 대화를 공개한 것이다. 이 의원이 예전에도 단체 대화방에서 ‘야, 이거 기자들에게 돌리자’는 식의 말을 종종 썼는데 해당 건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이기 때문에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의원이 과방위원을 사퇴하도록 하거나 어떻게든 한 번 제동을 걸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이 이준석 의원의 사당화가 됐다고 보는가.
“사당화됐다. 어차피 이준석의 당이었다. 내 기준은 ‘이준석의 당이지만 이준석만 있는 당이 돼서는 안 된다’였다. 내가 워크숍에서도 ‘모두가 별이 되어야 우리 당이 큰다. 안 그러면 당 지지율 못 올린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것이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나는 천하람 원내대표도 높이 샀던 사람이다. 근데 결론은 이준석 의원의 사당화였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당의 돈을 본인의 돈처럼 쓰면 안 된다. 난 그것을 못 보겠다는 것이다.”
—이준석·천하람 의원의 당 보조금 부당 사용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요청, 서울중앙지검엔 고발장을 냈다. 현재 상황은.
“선관위에는 지난 19일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3일 담당자가 배정됐다. 검찰에도 더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선후보 검증 플랫폼 ‘엑스(정치는 게임이 아니다)’를 만들어 이준석 의원을 첫 검증 대상으로 삼았는데 접수된 내용이 있는가.
“19일 오전 기준 5만 명이 플랫폼을 방문했다. 들어온 제보 가운데 약 80%는 이준석 의원 관련 내용이며 약 20%는 다른 (대선)주자 관련 내용으로 파악된다. 제보는 120여 건 접수됐다. 내용별로 분류해 사실이 확인되는 것들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기사화하려고 한다”

“아직 연락이 없다. 지난 18일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망치지 말고 토론하자. 정정당당히 겨뤄보자’고 적었다. 이 의원이 공개토론을 피한 첫 사례가 ‘허은아’인 것으로 안다. 항상 자신만만, 의기양양했던 이 의원이 왜 피하는지 국민들이 궁금해 하신다.”
—천하람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한 방송에 나와 허 대표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간단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해하나.
“난 못 믿겠다. 진정성을 못 믿겠다고 천 원내대표에게도 말했다. 천 원내대표와 소통을 위해 만나자고 했던 날 나의 대표 직무가 정지됐다. 거짓이 많다. 그래도 천 원내대표는 행동대장이고 지금 많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과거 이준석 의원과 신당 창당을 위해 국민의힘 의원 신분을 버리고 나온 과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생각이 들 것 같다.
“당이 성장통을 겪는다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길 바란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모두 정당 민주주의를 지키기가 워낙 어렵고 기득권을 따라가니 우리가 빠져나온 것 아닌가. 그런 정체성을 버리고 사당화하며 그들의 패권주의를 따라간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나. 현재는 내 힘이 약해 당내에서 거의 99 대 1 구도로 싸우고 있지만 주변에서 응원해주는 분들도 늘고 있어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구나’ 생각한다. 나는 진심을 갖고 내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