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서 비상계엄 정당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활용돼 온 스카이데일리 '계엄 당일 선거연수원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보도 취재원은 유튜버 '캡틴아메리카'(본명 안병희)로 밝혀졌다. 해당 유튜버가 직접 이 기사를 쓴 스카이데일리 기자와 나눈 통화 녹취를 공개하면서다.
안 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구하러 왔다"며 마블 캐릭터인 '캡틴아메리카' 복장으로 극우 집회에 참석해 관심을 끌어온 인물이다. 본인이 미국 정보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땅을 밟아본 적도 없다고 알려졌다. 지난 2월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침입을 시도하다 현행범 체포돼 다음 날 구속됐다.
서울경찰청은 스카이데일리와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작성 기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기자 출국금지도 조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등 혐의다. 해당 보도는 윤 대통령 측이 1월 1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2차 변론 당시 계엄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할 만큼 보수 진영에선 많이 배포됐다.
문제는 스카이데일리가 5·18 민주화운동을 놓고도 북한 개입설 등 왜곡보도를 꾸준히 이어간다는 점이다. 특히 2월 15일 광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때는 이 북한 개입설을 담은 지면이 대량 살포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은 스카이데일리의 5·18 민주화운동 허위사실 유포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에 각 보도 정당성과 책임론 등을 질의했다. 조 대표는 "우리 기사가 거짓으로 확인되면 국민들에 사과하고 언론계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까. 아래는 조 대표와 2월 20일 나눈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ㅡ회사 대표로서 '중국 간첩 99명 체포' 취재원이 유튜버 캡틴아메리카란 사실 알고 있었는지.
"제가 발행인 겸 편집인인데 몰랐을 리가 있나. 보고 받았다. 그 사람 미국 이름은 '마이클 피터스'인가 그렇다더라. 다만 '캡틴'…이건 최근 알았다."
ㅡ캡틴아메리카가 아직도 미국 정보원이라고 믿는지.
"그 친구가 조울증이 좀 있는 듯하더라. 얼마 전에 만났는데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무슨 요원이라든가 그러진 않을 듯하다. 본인은 고도의 전략, '미치광이 전략'을 쓰는 거라고 내게 말하던데, 이것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ㅡ캡틴아메리카가 미국 정보원이 아니라면, 혹은 다른 문제가 있는 인물로 확인되면 잘못된 보도에 책임질 뜻이 있는지.
"일요신문은 무슨 관점에서 취재하고 있나. 지금 국내 최고 대학, 최고 학과를 나와 검찰총장까지 한 대통령이 직을 걸고 계엄령을 선포했다. 부정선거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그걸 취재해야 하지 않나."

ㅡ얼마 전 광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 때 5·18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실은 스카이데일리가 다량 배포됐다. 스카이데일리에서 뿌렸나.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돌린 거다. 그분들이 여러 부씩 갖고 가서 돌리겠다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ㅡ1년 전쯤 나온 지면 같던데. 시민들이 옛 신문을 어떻게 대량 챙겼는지.
"5·18 관련 지면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우리가 1000만 부 보급 예정이다. 후원금 들어오면, 그걸로 더 찍는다. 보급운동을 하고 있다. "
ㅡ스카이데일리의 5·18 민주화운동 논리는 이상하다. '북한 개입'과 '내란'을 강조하던데, 그 말대로라면 광주 시민들이 북한에 맞서 싸운 게 되지 않나. 그럼 훌륭한 일이지 어떻게 내란인가.
"그게 아니라 북한이 시민으로 위장해 국군을 쏘고, 국군 복장으로 환복해 시민들에 또 총을 쏜 거다. 이러한 5·18 진실 알리기 보도를 100회까지 할 계획이다. 5·18특별법에서도 언론보도는 괜찮다. 다른 언론들이 우리를 가짜뉴스로 몰아가는데, 곧 진실이 드러날 거다. 다른 언론들 도대체 나중에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안쓰럽다."
ㅡ그럼 스카이데일리도 진실 드러난 이후에 기사 쓰지 그랬나.
"윤 대통령이 죄가 없이 구속됐으니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서다. 우리가 진실을 보도하니까 요즘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구독 문의가 들어온다."
ㅡ스카이데일리가 말하는 그 진실이 훗날 드러나면, 기성매체들은 책임져야 할까.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당연히 국민들에 사과해야 한다."
ㅡ반대로 스카이데일리 보도가 잘못으로 확인되면 책임질 건가.
"당연하다. 사과 정도가 아니라 책임을 지고 저는 언론계를 떠나겠다. 기사도 다 취소하고. 당연한 거 아닌가. 그 정도 각오 없이 이런 큰일을 벌였을 리가 있겠나."

이처럼 왜곡 논란에도 아랑곳 않을 수 있는 배경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 조항과 느슨한 사법 절차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의 경우 제8조에 "허위사실 유포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명시했지만, 고발 등이 이뤄져도 수사부터 처벌까지 하세월이다.
5·18기념재단은 2024년 1월 이미 스카이데일리를 5·18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 강동경찰서는 1년 넘게 사건을 끌고 있다. 그러는 사이 5·18 민주화운동 왜곡·폄훼 사례는 계속 쌓여갔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년여 동안 5·18 민주화운동 왜곡을 담은 기사만 약 30편 시리즈를 게재했다.
일요신문은 검·경이 수사 중인 5·18 왜곡 사건 10여 건의 진행 상황을 살폈다. 대체로 지지부진한 양상이 뚜렷했다. 2024년 국회에서 5·18 왜곡 발언을 한 김광동 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개인 견해 표명'이라며 무혐의까지 받았다(관련기사 [단독] '5·18 왜곡' 김광동 전 진화위원장 불송치…5·18특별법 유명무실화 실태).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김광동 전 진화위원장 사건은 이의신청에 나설 계획"이라며 "대부분 사건이 처리가 늦어 이를 수사기관에 문의하면 '검토해야 할 게 많다'는 식 대답만 돌아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5·18 왜곡 사례는 되풀이되고 있는데 매우 답답한 현실"이라고도 토로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