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전편을 동시 공개해 온 넷플릭스의 원칙에서 벗어나 ‘4주간 4부씩 순차 공개’를 시도한 도전작이기까지 하다. 그런데다 6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제작비까지 쏟아부은 작품이라니. 과연 이만한 베팅 가치가 있을까. 넷플릭스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전부터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유는 ‘폭싹 속았수다’로 2019년 영화 ‘페르소나’ 이후 6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그의 드라마 경력으로 따져도 가장 최근 작품인 tvN ‘호텔 델루나’(2019) 이후 6년 만의 드라마 복귀다. 그사이 ‘아무도 없는 곳’(2021), ‘브로커’(2022), ‘드림’(2023) 등 스크린에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지만 아쉽게도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긴 호흡으로 연기를 이끌어 가야 하는 드라마에서는 팬과 일반 시청자들에게 모두 좋은 평을 받아왔던 그인 만큼 이번 ‘폭싹 속았수다’로 다시 한 번 ‘드라마 흥행 요정’의 역사를 이어갈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그가 맡았던 캐릭터 이지안의 수많은 팬을 만들어 냈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의 재회라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이 이어진다.
3월 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서 김원석 감독은 아이유를 애순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새침한 모습, 사랑스러운 모습, 서글프게 펑펑 우는 모습 등을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 중 애순의 요망진 알감자 이미지를 가진 배우는 (아이유 외에) 다른 사람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유를 주인공으로 낙점한 직후 엄청난 연기 내공과 문학소녀 이미지를 갖춘 문소리를 중년의 애순으로 곧바로 떠올렸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다만 16부작이라는 긴 이야기를 동시 공개가 아닌 ‘순차 공개’로 선보인다는 점을 두고는 우려도 교차한다. 이제까지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OTT와 달리 오리지널 시리즈의 전 에피소드 동시 공개를 원칙으로 삼아왔는데 ‘폭싹 속았수다’는 4주간 4부씩 공개하는 것을 택했다. 몰아보기에 익숙한 넷플릭스 시청자들 특성상 고정 시청층이 생기기 전인 방영 중간에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몰아보기엔 회차가 많고, 배속 감기로 보는 것은 (이야기의) 정수를 즐길 수 없다. 회차를 나눠서 해본다면 인생 사계절을 나눈 것처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곶감을 빼 먹듯 하나씩, 오픈 타이틀부터 스크롤까지 꼭 천천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시청을 당부했다. 1960년대 격동의 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65년의 세월을 담아낸 만큼 시간 흐름대로 이야기의 호흡을 따라가야만 작품을 100% 즐길 수 있다는 게 제작진들이 내비친 자신감이다.

액수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폭싹 속았수다’의 제작에는 약 600억 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역대 최고 제작비 드라마를 꼽을 때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1000억 원 이상), ‘경성크리처’(시즌 1, 2 총합 700억 원), 디즈니+ ‘무빙’(650억 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같은 제작비는 1960년대 제주도를 그려내기 위해 아낌없이 사용됐다는 게 제작진의 이야기다. 그 시대의 옛날 시장부터 섬마을의 모습, 항구와 유채꽃밭까지 오픈 세트장으로 구현해 냈고,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기 위한 VFX(시각효과)도 적재적소에 가미됐다. 김 감독은 “‘폭싹 속았수다’는 시대적인 상황이 캐릭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요컨대 ‘시대가 빌런’인 드라마다.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할수록 캐릭터와 스토리가 더 잘 표현되고 공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점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며 “제작비를 많이 쓴 드라마를 만든 감독으로서 거기에 상응하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