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흥행 성적을 보면 2위는 ‘히트맨2’로 254만 7274명을 기록 중이며 3위는 215만 5552명을 기록한 ‘하얼빈’이다. 여기까지 단 3편의 영화만 누적 관객수가 200만 명을 넘겼다. 그나마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넘긴 영화도 ‘검은 수녀들’(166만 9585명),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165만 2659명)까지 5편이 전부다.
1년 전인 2024년 3월 18일에는 상황이 얼마나 달랐을까. 이미 2월 22일 개봉한 ‘파묘’가 841만 253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000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이었고, 할리우드 영화 ‘윙카’도 341만 829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외에도 ‘시민덕희’, ‘외계+인 2부’, ‘위시’, ‘건국전쟁’, ‘듄: 파트2’ 등이 100만 관객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2023년 12월에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와 ‘서울의 봄’이 2024년에도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렇게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넘긴 영화가 모두 9편이었다.
2024년 한국 극장가에선 이미 최악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 자체가 크게 줄어든 데다 반등 모멘텀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론이 팽배했었다. 서서히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2025년 한국 극장가는 2024년 대비 절반가량 시장이 축소된 분위기다.
물론 아직 3월 중순에 불과해 2025년 한국 극장가 흥행 성적을 예단하기가 너무 이르긴 하다. 그렇지만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기본적으로 지난 몇 년 동안 관객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000만 영화를 만들어준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가 2025년에는 개봉하지 않는다. 2024년에도 ‘범죄도시4’가 1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5편은 2025년이 아닌 2026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1년 ‘모가디슈’(361만 명), 2023년 ‘밀수’(514만 명), 2024년 ‘베테랑2’(752만 명) 등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에서 그나마 꾸준한 관객 동원 능력을 선보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도 2025년에는 개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류 감독은 신작 ‘휴민트’를 준비 중인데 아직 개봉 시점이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시점에선 2026년 개봉이 유력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극장가에서 그나마 꾸준한 흥행 성적을 기록한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와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를 모두 2025년 극장가에선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영화가 주춤한 상황이라면 대신 외화가 흥행을 주도해야 한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 자체가 유지돼야 영화 산업 전반이 활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외화도 별다른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계자들은 1000만 관객이 넘는 대박 영화가 많아지는 것보다는 300만~500만 명가량의 관객을 동원하는 중박 영화가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지난 몇 년 새 한국 영화계의 고민이 깊어진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2024년에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와 ‘범죄도시4’, 700만 명을 넘긴 ‘베테랑2’ 등 3편의 한국 영화가 소위 대박을 기록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영화 ‘인사이드 아웃2’도 9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박을 기록했다. 반면 중박에 해당되는 한국 영화는 ‘파일럿’, ‘소방관’ 2편뿐이다. 외화를 포함해도 ‘윙카’와 ‘모아나2’까지 모두 4편이 전부다. 그리고 2025년에는 3월 중하순까지 단 한 편의 영화도 300만 관객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제작 편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블록버스터 대작 영화의 제작은 엄두를 내기 힘겨워 졌다. 그나마 투자를 유치하려면 티켓 파워가 보장된 배우들을 캐스팅해야 돼 불황 속에서도 특A급 배우들의 출연료는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관객들 입장에선 ‘굳이 극장에 직접 가서 봐야 할 영화’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