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이 끝난 뒤 해외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 정치 구상 여행설’, ‘세무조사 회피설’, ‘손학규 고문과 유럽 회동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
지난 12월 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달개비 회동’에서 적극적인 선거 지원을 약속했던 안철수 전 후보의 말은 ‘진심’이었다. 공평동에 위치해 있던 안 전 후보의 진심캠프는 회동 다음날인 7일 캠프 사무소를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서울시 선거 연락사무소로 등록했다. 이후 안 전 후보는 젊은 유권자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가를 시작으로 투표 독려 형식을 통한 문 후보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안 전 후보는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캠프 관계자 30여명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백의종군 자세로 대선을 도운 뒤 출국해 향후 5년간 어떻게 정치를 할지 구상할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지지자들은 안 전 후보의 출국 소식에 아쉬워하면서 그의 새 정치 구상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안 전 후보의 출국설이 알려지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안철수 전 후보의 안랩 BW 저가 발행과 관련해 증여세 탈세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탈세제보서’가 국세청 재산세국 앞으로 접수된 것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는 안 전 후보가 직접 출국 사실을 밝히기 꼭 하루 전 일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탈세제보서에는 “안철수 전 후보는 지난 1999년 자신에게만 발행한 BW 인수과정에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발행하여 막대한 부당이익을 얻은 바 있으나 증여세 등과 관련하여 한 푼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BW를 발행하면서 회사채는 불과 3억 3950만 원만 납입하고 25억 원어치를 그대로 부여한 바 있는데 이는 상법상의 규정을 무시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이다”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요신문>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을 무렵 검증 차원에서 2차례에 걸쳐 안철수 전 후보의 안랩 BW 저가 발행 문제를 파헤친 바 있다. 1999년 안랩은 안철수 전 후보에게 25억 원의 BW를 발행했고, 이듬해 안랩 상장 과정에서 안 전 후보는 2000년 10월 납입한 3억 4000만 원으로 BW의 액면금액 25억 원을 기준 146만 주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다. 지난 10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국감에서 “금감원 방침에 오너를 위한 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데 여기에 해당되는 게 아닌가? 결론적으로 310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는데 증여세를 포탈한 게 아니냐”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안랩 측은 “당시 BW는 외부전문기관을 거친 평가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발행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현재 안 전 후보에 대한 세무조사 진행 여부와 관련해 국세청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재산세과 관계자는 “우리 직원이 접수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종합부동산세과로 넘겼다”라고 밝혔고, 또 다른 관계자는 “탈세 제보와 관련해서는 본인이 아닌 이상 진행 여부를 비롯해 어떠한 정보도 알려줄 수 없다”라고 전했다. 종합부동산세과 관계자 역시 “직접 제보한 당사자들 외에는 말씀드릴 수 없다”라는 입장이었다.
통상 탈세제보서는 서류상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제보자가 실명을 밝히지 않았을 경우 접수조차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접수가 됐다는 것은 곧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는 이번 탈세제보와 관련 안철수 전 진심캠프 측 두 대변인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안 전 후보를 도왔던 한 변호사는 ‘안 전 후보가 탈세제보서 접수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그건 후보님만 아실 일이다”라며 “도대체 출국과 세무조사가 무슨 연관이 있나. 안 전 후보는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로 보수 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지만 조사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번 역시 그런 수준의 의혹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의 BW 문제를 대선 직전 이슈용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제보자들은 특정 대선 캠프에 연루된 관계자도, 안랩 주식투자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도 아니었다. 제보인의 한 측근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보인들은 언론과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된 BW 관련 의혹에 관심을 가지다 공익적인 제보를 한 것일 뿐,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한 일이 결코 아니다”라며 “국세청에서 처리가 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대선이 끝나고 조사가 시작되더라도 일단 그 결과를 기다려 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대선이 끝나면 독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전 후보와의 ‘해외 회동’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전격 사퇴한 이후 문재인 후보보다 먼저 손 고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손 고문은 대선이 끝나면 내년 1월 출국한 뒤 독일 자유베를린 대학에서 6개월간 머무르며 공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가 대선이 끝난 뒤 잇따라 출국하는 것을 두고 해외에서 만날 가능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정계개편의 큰 그림을 양측이 그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안 전 후보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걸로 본다. 안 전 후보는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계파 정치에 관한 구태와 필요성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라며 “귀국 후 안 전 후보는 민주당 내 주류세력(친노그룹)을 견제하는 역할을 통해 자기 세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안풍’에 부동층 흔들흔들
▲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공동유세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문재인 |
그런가 하면 지난 13일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 당시 “각종 유언비어와 테러설이 난무하는데, 그중에 안철수 전 후보를 대상으로 모종의 자작극을 꾸미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라며 “경찰은 안 전 후보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들이 출처를 묻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 역시 “안철수 지지층이 선거 판가름 지을 듯하다”, “안철수 씨의 문재인 후보 지원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다” 라는 등 오락가락하는 해석을 내 놓고 있다.
이처럼 안 전 후보에 관한 새누리당 캠프 핵심들의 발언이 늘고 날이 선 것은 역설적으로 안 전 후보 변수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두 후보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상태에서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이 점점 더 민주통합당 쪽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손 놓고 볼 수만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안 전 후보는 투표 독려 운동에서 범위를 넓혀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유세 강도를 높이는 한편 선거 직전 새로운 형식의 지원 유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후보 역시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승우 영남대 교수는 “문재인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자기 정책적 지향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 정국에는 안철수 전 후보에게, TV토론 때는 이정희 후보의 도움을 받고 본인은 뒤에 숨어있지 않았나”라며 “본인의 새정치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