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뉴진스는 먼저 법적 다툼을 시작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스타들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계약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법적 판단을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전속 계약은 해지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는 변호사도 동석하지 않았다. 객관적·법적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한 반 쪽짜리 기자회견이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았을까. 이미 법적인 싸움으로 가면 이기기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기각’되면 그들의 주장이 동력을 잃기 때문이다. 결국 어도어가 먼저 움직였다. 기획사 지위를 보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인용’을 받아냈다. 이는 사실상 뉴진스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도 기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앞선 다른 그룹의 사례를 보자. 2011년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 SM엔터는 그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이의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이들은 JYJ라는 이름으로 개별 활동을 이어갔다.

JYJ 인용 사례에서는 SM엔터가, 피프티피프티 기각 사례에서는 멤버들이 이의 신청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JYJ는 개별 활동을 이어갔고, 피프티피프티는 멤버 3명을 제외하고 새 판을 짰다. 양측이 제출한 모든 주장과 근거를 바탕으로 나온 법원의 판단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뉴진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 역시 이의 신청할 뜻을 밝혔다.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법원의 결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의 신청을 통해 사실상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앞선 사례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의 신청을 통해 법원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법원은 이를 유지한 채 본안 소송에서 다투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어도어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이 뉴진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무엇
뉴진스 멤버들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에 따른 프로듀싱 공백 우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돌고래유괴단과 어도어 사이의 분쟁, 빌리프랩 소속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논란, 뉴진스 멤버 하니가 빌리프랩 소속 매니저에게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은 것 등 총 11가지를 계약 해지 사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무엇 하나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앞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받은 동방신기 3인에 대해 재판부는 “연예인이 자신의 활동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기획사의 일방적 지시를 준수하도록 돼 있어 ‘종속형 전속계약’으로 분류된다”고 했고, 가장 최근 인용 사례인 가수 은가은의 경우 “전속 계약에서 정한 정산 의무를 위반하여 과도하게 비용을 정산했거나 성실히 정산 의무를 수행하였음을 믿기 어려워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즉 아티스트의 피해 주장이 현격하게 드러나고 증거를 통해 인정될 때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하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뉴진스의 11가지 주장은 법의 기준으로 볼 때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여론전을 우세하게 만들었던 뉴진스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순식간에 싸늘해진 이유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