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19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요망진(똑똑하고 야무지다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 반항아’ 애순(아이유 분)과 우직하게 애순만을 바라보는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분)의 삶을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대로 담아낸 로맨스 시대극이다.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젊은 아빠가 된 관식의 모습을 박보검이 연기했고, 이후 중년부터 노년까지의 관식을 배우 박해준이 연기해 2인 1역의 열연을 펼쳤다.
박보검이 연기한 관식은 열 살 때부터 오로지 애순만을 바라보며 소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가능한 뭐든지 해주고 싶어 하는 ‘현실적인 로맨티스트’다. 강인하지만 결코 거칠지 않은 성품,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우직함, 그리고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의 인생마저 내던지는 무모한 용기를 지닌 관식을 두고 많은 시청자들은 “로맨스 작품이기에 가능한 판타지적 캐릭터”라며 애정 섞인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양관식’이라는 캐릭터에서 박보검은 오히려 ‘현실’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4주에 걸쳐 1주일에 에피소드 4개가 담긴 막을 하나씩 공개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던 ‘폭싹 속았수다’에서 박보검의 양관식은 1막 ‘호로록 봄’, 2막 ‘꽈랑꽈랑 여름’ 초반까지 총 6회에 걸쳐 등장한다. 전체 16회 에피소드 분량에 비춰서도 그렇고,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오가는 작품의 특성상 박보검의 분량은 실제보다 더 적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임팩트’를 매회 시청자들에게 안겨줬다. 1막에서만 “양배추 달아요”부터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구라는 못 쳐”에 이르기까지 머리에 박히는 명대사들을 줄줄이 뽑아낸 것만 봐도 그랬다. 이 가운데서 박보검이 꼽은 ‘양관식이란 캐릭터를 이루는 말’은 “양배추 달아요”였다.
“그건 관식이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대사예요(웃음). 애순이를 사랑하고, 보호하고, 수호하고, 지지하는 걸 함축적으로 표현한 거죠. 어린 소년 관식(이천무‧문우진 분)에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가 첫 등장을 할 때 그 대사가 나오는데, 관식이가 어릴 때부터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과묵하고 듬직한 인물이잖아요. 말이 많지 않으니 목소리 톤도 높지 않았을 것이고, 제주도에 살긴 했지만 어머니는 제주 사람이 아니어서 제주어를 많이 구사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제주어의 운율과 어머니의 톤을 섞는 방식으로 제가 연구해서 대본 리딩 때 그렇게 읽어봤더니 ‘오케이’ 사인이 나오더라고요(웃음).”

“외적으론 듬직한 성정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증량하고 운동을 하면서 체구를 키워나갔어요. 또 바닷일을 계속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분장팀의 도움을 받아 더 그을린 피부색을 갖게 됐죠.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관식은 내적으로 약간 여물어져 가는 부분이 더 커서 신중함을 더하려 노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또 아빠로서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은 ‘우리를 닮은 예쁘고 소중한 생명체가 날 바라보는 게 얼마나 사랑스러울까’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아역 배우의 부모님들이 현장에 오셔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듬어주시는 모습을 제 마음에 담아두기도 했고요. 그렇게 우리 아기들이 소중하게 자랐다는 걸 부모님이 느끼는 마음을 제 안에 넣음으로써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춘 동갑내기 친구 아이유와의 ‘투닥투닥 첫사랑’ 케미스트리로 시작해 함께 슬픔과 고통을 넘어 부부로서 더욱 단단해지는 관계성을 그려낸 것도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았었다. 워낙 소화해 내야 하는 대사가 많았던 아이유와 촬영 현장에선 쉽게 가까워지지 못했지만, 작품 홍보 활동을 하는 동안 급격히 친해졌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준 박보검은 아이유에 대해 “정말 오래도록 응원하고 싶고, 계속 보고 싶은 친구”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폭싹 속았수다’의 모든 배우들이 다들 한 번 씩은 언급했을 정도로, 촬영 현장은 작품과 마찬가지로 어떤 ‘빌런’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곳이었다고 했다. 좋은 현장을 만나기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이 세계에서 그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엔 ‘착한 주연’들의 노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배우는 물론 제작진 그리고 아역 배우들의 부모님들까지 누구나 다 입을 모아 ‘선함’을 칭찬했던 박보검의 이야기가 당연히 빠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말이 나오자마자 “아휴”라는 한숨과 함께 웃음을 터뜨린 박보검은 “저는 제가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저도 욕심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누가 저를 착하다고 봐주시는 것에 대해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고민을 하진 않고요, 어릴 때부터 그런 성정으로 살아와서 스트레스도 안 받아요(웃음). 일하는 것도 그래요. 저는 아마 원래 그렇게 태어난 사람인 것 같은데, 일할 때 즐겁게 일하는 게 제일 좋아요. 일하는 환경이 즐거우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즐겁잖아요. 현장에서 속상하고 아쉬운 일이 있으면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으니까, 내가 좀 더 밝은 기운을 전달해 드리면 이분들도 이 공간에서 좀 더 재미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워낙 긍정의 에너지로 채워져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가?(웃음) 그런 것들이 힘들거나 한 적은 없어요. 그저 같이 일하는 동안 모두 즐거웠으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