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 치료, 지진 트라우마 호소하는 아이들과 여성들 많아
[일요신문] 7일 새벽 3시경에 잠에서 깬 그린닥터스·온병원의 ‘미얀마지진 긴급의료지원단’ 13명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의료지원을 해야 할 곳이 만달레이였기 때문이다.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와 가까워서 피해가 막대했다.

지원단은 네피도에서 출발한지 5시간 만인 오전 10시경 인구 170만 명의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시가지로 들어서자 차량이동이 많아졌다. 도심지 불교사원들과 빌딩들이 지진에 붕괴돼 있었다. 붐비는 차량들과 파이 도로를 피해가면서 도착한 곳은 만달레이 도심지 YMCA본부 건물이다.
그린닥터스는 안과, 성형외과. 정신과, 열대의학과 의료진 4명과 함께 임시 진료소에서 공동으로 진료하자고 미얀마의사에게 제안했다. 그린닥터스는 지금까지 지진이나 쓰나미 등 숱한 재난지역에서 현지 의사와의 공동 진료행위를 통해 소중한 의료교류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미얀마 의사는 해당 진료과목에서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의들과 공동 진료를 하게 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한국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에 만달레이의 그린닥터스 임시진료소에는 미얀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외과진료를 담당하는 온병원 김석권 성형센터장(전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은 지진으로 오른쪽 다리가 골절된 70세 할머니에게 봉합수술을 시행했다. 할머니는 그동안 수술치료는 꿈도 꾸지 못해 상처를 방치하고 있었다.
김 센터장은 상처부위를 치료한 다음 항생제를 투여했다. 당뇨발로 발가락이 이미 썩어 들어가는 한 이재민은 지진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김 센터장을 통해 발꿈치와 발바닥의 괴사조직을 치료받을 수 있었다.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미얀마 환자들 앞에서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김상엽 센터장은 의료용어를 낯설어 서툰 통역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한 마디 따뜻한 말로 환자들을 어루만지고 다독였다. 김상엽 센터장은 저마다의 사연을 통역으로 전해 듣고 따뜻한 위로와 함께 약 처방을 통해 지진트라우마를 겪는 이재민들을 안정시켰다.
인도와 에티오피아, 베트남 등은 물론 북한 땅 개성공단 내 그린닥터스 남북협력병원에서 8년간 상주의사로 봉사해온 그린닥터스 김정용 이사는 영국 병원에서의 연수를 준비하고 있는 미얀마 여의사와 함께 부정맥환자를 돌봤다. 환자의 증상을 공유하면서 함께 약제변경을 의논하는 등 한국과 미얀마 의사간 협력진료는 끝내 빈혈치료 주사제를 부정맥 환자에게 처방함으로써 치료 시너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진 속에 피어난 한국-미얀마 간 소중한 의료교류의 봄꽃이었다.

의사 4명이 차질 없이 진료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온병원 문예진 수간호사. 임시 약국장을 맡은 임영문 이사와 박명순 사무총장은 연신 비지땀을 흘리면서 약봉지를 쌌고, 접수대의 송정관 사무부총장과 박준수 사무국장은 어느새 황금콤비가 되어 봉사지에 도착 즉시 요술을 부리듯 임시 진료실을 꾸며냈다.
자신들의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반군이 활개 치는 위험한 지진지역에 들어가 이재민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그린닥터스 의사들. 경륜 40년이 넘는 4명의 베테랑 한국의사들은 지금 불교의 나라 미얀마에서 진흙 속 연꽃을 피워내고 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