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폐용기업계 1위 사업자였던 락앤락은 2017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됐으나 2024년 상장폐지됐다. 2016년 602억 원을 기록했던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2023년 210억 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17억 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락앤락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주주사가 회사 경영의 거의 모든 부분에 깊숙이 간섭해왔다. 어피니티가 인수한 후 한국과 베트남, 중국에 있던 5~6곳의 자체 공장이 전부 매각됐다”라며 “기존에 자사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지금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나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외주 제작하게 되면서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의 장기적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인수=기업가치 훼손 시작?
2021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된 한샘의 경우 2020년 9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22년 1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9억 원, 31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인수 전 실적과는 격차가 있다. 경쟁업체 현대리바트와 에넥스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PEF가 기업 인수에 들어간 투자금 회수에 치중하다보니 배당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3년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에 인수된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2024년 1001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최근 5년간 최대 규모로 지난해 당기순이익(535억 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관련기사 조원 단위 투입해 인수했건만…MBK가 꿈꿨던 ‘덴탈 유니버스’ 삐거덕 속사정).
문제는 PEF 대부분이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기업을 인수하면서 투자금 회수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케이스는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다. MBK는 2015년 당시 7조 2000억 원의 인수 자금 중 약 5조 원을 LBO 방식으로 조달해 홈플러스를 매입했다. 이후 MBK가 홈플러스가 보유한 핵심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금융 상환에 나서면서 홈플러스의 재무건전성은 급격히 악화했다.
#무리한 투자가 ‘먹튀’ 원흉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는 5~10년 내에 환매를 해야 하다 보니 단기적 수익화에 치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체력을 갉아먹는 경우가 나온다”면서 “특히 LBO 방식으로 무리한 차입을 일으켜서 기업을 인수하고 나면 경영효율화보다는 상환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과정에서도 LBO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MBK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사용한 1조 5657억 원 중 75%인 1조 1775억 원이 차입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가전략자산으로 분류되는 고려아연의 핵심 자산이 해외 자본에 매각되거나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고려아연 같은 경우는 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실적도 좋고 100분기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 경영권 분쟁이라는 명분 아래 사모펀드가 개입하면서 사실상 ‘약탈적 자본’으로 기능하고 있다”라며 “사모펀드들이 멀쩡한 기업을 인수한 뒤 우량 자산을 매각하고 과도한 배당을 실시한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방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자본 시장에서 비효율적인 기업의 정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옛날처럼 산업은행이 모든 구조조정을 전담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며 “그러나 자기자본의 일정 수준까지만 LBO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하는 등 일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라고 제언했다.
#민간 주도의 투명한 사업 재편
사모펀드는 기업의 경쟁력 여부를 시장의 논리로 판단하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보다 한층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경우 그 판단이 정치적인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아 뒷말이 따라다닌다.
2024년 4분기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사모펀드에 90조 6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2019년 29조 4000억 원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국가 주도의 사업 재편에서 민간 주도의 사업 재편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후 매각하는 투자전략인 ‘바이아웃’은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전략이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 구조조정과 같은 고통스러운 과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 기업 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른바 산업계의 ‘외과의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사모펀드가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부실한 기업 인수해 경영효율화를 통해 매각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사모펀드에 대해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남양유업은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유업계 1위였지만 각종 구설에 휘말리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실적이 악화되니 2020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매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지난해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만성적자에 시달렸던 터라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2023년 2070명이었던 직원수는 이듬해 1887명으로 감소했다. 200명에 육박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산은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2억 50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662억 4999만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한앤코 체제 2년 차라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숨겨진 사회적인 역할
PEF는 재계 주요그룹의 사업 재편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코오롱그룹은 사업 재편을 위해 코오롱워터에너지(현 EMC홀딩스)를 내놨는데 이때 나선 것이 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이다. 어펄마캐피탈은 2016년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수처리 부문 1위 기업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1250억 원에 투자해 인수했다. 이후 체질개선 작업에 나서고 유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 인수 5년 만인 2020년 SK건설에 1조 500억 원의 가격으로 매각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임원은 “사모펀드의 투자가 언제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홈플러스 사태 이후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가 성장한 것은 기존 산업은행 주도로 이뤄지는 부실기업의 정상화 작업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수기업에 대한 경영의지 없이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서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 임원은 “바이아웃 전략의 핵심은 기업 가치를 높여 (고가에) 매각하는 것”이라면서 “비효율적인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은 불가피하겠지만 기업의 본원 경쟁력을 훼손하는 자산 매각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PEF가 경영 혁신에 나서 엑시트한 사례도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약 945억 원을 투입해 대경오앤티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대경오앤티의 사업 방향을 바꿨다. 가축의 뼈, 가죽 등을 가공해 윤활유나 잉크를 판매하던 저부가가치 사업 구조를 기술 혁신을 통해 바이오디젤 등 고부가가치 사업 구조로 전환했다. 이후 대경오엔티는 이후 SK그룹 측에 인수됐는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원금 대비 수익률은 300% 웃돌았다.
PEF가 바이아웃 전략만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그로스캐피탈 투자도 PEF의 투자 전략 중 하나다. 그로스캐피탈 투자는 성장 궤도에 올라 자금이 필요해진 기업에 소수 지분을 투자해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로스캐피탈은 연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의 이미지가 나빠져 위탁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로스캐피탈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PEF 임원은 “연기금이 위탁사를 선정할 때 사회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ESG경영 관련 항목도 있다. 사회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사모펀드가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면도 있는데 최근 분위기 때문에 위축되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업 조력자로 발전할까?
최근에는 PEF가 우리 기업의 ‘밸류업’을 이끌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기도 한다. 이른바 행동주의펀드 성향을 보이는 사모펀드의 등장이 배경이 됐다. 행동주의펀드는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기업의 의결권을 확보한 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투자 전략이다. 통상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곳은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되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기존 PEF 운용사는 재계 주요 그룹들과의 거래를 맺고 있어 행동주의 성향을 보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 매물이 감소하는 데 비해 PEF 운용사는 급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결과 행동주의 성향을 보이는 PEF도 등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소규모 회사를 중심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미국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순기능을 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사모펀드가 지배구조 개선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먹튀’ 등의 오명을 쓴 만큼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운용사만 37개…국내 PEF 현황은?
글로벌 사모펀드(PEF·기관전용 사모펀드)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1년 JP모건이 자금을 모집해 카네기철강을 4억 8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 현대적 의미의 바이아웃 투자 최초 사례다. JP모건은 거듭된 인수합병을 통해 미국 굴지의 철강회사 US스틸로 키워냈다.
PEF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다. 1976년 미국에서 설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PEF 운용사이자 세계 3대 PEF로 꼽히는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은 업계 선구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KKR를 비롯해 블랙스톤, 칼라일 등 글로벌 PEF 운용사들도 바이아웃을 여러 차례 성공해 크게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2003년까지 외국계 PEF 운용사가 M&A(인수합병) 시장을 주도했다. 롬바드가 굿모닝증권을 82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계 PEF 운용사들은 2003년까지 총 66억 달러를 국내 기업에 투자해 수많은 차익을 거뒀다.
국내 M&A 시장에서 외국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 PEF 운용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됐다. 이에 정부는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 국내 사모투자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됐다. 도입 당시 미래에셋 파트너스 1호 사모투자전문회사와 우리 제1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각각 1000억 원, 2100억 원 규모로 출범했다. MBK파트너스, VIG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한앤컴퍼니 등 현시점 유명한 국내 PEF 운용사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우리나라 PEF를 포함한 사모펀드 제도는 2015년 10월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개편이 됐는데, 특히 2015년 PEF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국내 PEF를 포함한 사모펀드 순자산은 2004년 말 80조 4771억 원에서 2024년 말 659조 4392억 원으로 8배 이상 불어났다. 국내 PEF 출자약정액(투자자가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출자하기로 약정한 금액)은 2004년 2000억 원으로 시작해 2005년 5조 원에서 2023년 말 기준 총 136조 4410억 원에 달한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앤컴퍼니가 13조 605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MBK파트너스 11조 8413억 원 △스틱인베스트먼트 6조 4757억 원 △IMM 프라이빗에쿼티(PE) 6조 4709억 원 △IMM인베스트먼트 5조 5879억 원 순이다. 출자약정액 기준 1조 원 이상인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는 37개, 1000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인 중형 사모펀드 운용사는 157개, 1000억 원 미만인 소형 사모펀드 운영사는 228개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