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라면 전직 프로축구 선수의 사망 소식 정도로만 알려졌겠지만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엄청나게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두 달여 전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고인이 얼마나 힘겹게 지내왔는지는 물론이고, 고인과 아내의 갈등은 물론 아내와 시댁의 갈등까지 전파를 탔다.
당시 방송에서 MC 서장훈은 “부모님에게 완전히 속았다”고, 박하선은 “부모님과 싸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이 나간 당시 온라인에선 고인의 가족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었다. 그리고 고인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 뒤 아내와 딸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가족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수면 아래로 감춰져 있던 이혼 예능의 위험요소가 이번 일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이들 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고 강지용은 11년 동안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했다. 2008년 포항 스틸러스에 지명받아 프로 축구선수로 데뷔해 부산 아이파크, 부천 FC, 강원 FC, 인천 유나이티드 FC 등을 거쳐 2022년 시즌에 은퇴했다. 고인은 “컨디션 좋았을 때는 연봉 1억 50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방송 당시에는 남은 돈이 없다고 했다. 오랜 기간 프로선수로 활동했지만 연봉을 관리한 부모에게 강지용이 “맡겼던 돈을 달라”고 했지만 부모에게서 “돈이 없어서 못 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방송에서 고인은 “결혼 전에는 부모가 관리한 돈이 세후 5억 원 이상일 것이라 믿었지만 정작 결혼 후 돈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 당시 강지용은 화학 물질 제조 공장에 근무하고 있었다. 방송에서 그는 “은퇴를 고민할 때 아내 뱃속에 아이가 있으니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며 “축구 코치를 하면 아내, 아기와 떨어져야 하니까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월 평균 300만 원 중후반 정도를 번다”고 밝혔다.
고인은 안타까운 가족사를 고백하기도 했다. 강지용은 “친형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제가 생전 형의 보증을 서줬는데 갑자기 하나둘씩 대부 업체에서 연락이 오더라. 이후 형이 세상을 떠났다. 형 장례 이후 폭풍이 몰아쳤다. 담보 문서, 보증 문서, 형의 대출 문서 같은 게 다 날아와서 그때부터 집안이 고꾸라졌다”고 털어놨다.
이런 부분도 부부 싸움의 원인이 됐다. 강지용은 “가족이니까 뭐든지 해줘야 한다. 이걸 못 해주면 남보다 못한 거 아니냐”고 말했고, 아내는 “남편이 저보다 부모님과 남동생을 더 챙긴다. 저는 완전히 남이 된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고인의 아내는 당시 방송에서 “시부모님은 50평대의 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평수 좀 줄여서 집 팔고 나머지 돈 좀 달라고 했는데도 안 줬다”라며 “시어머니가 ‘네 아버지 큰집에서 사는 게 꿈인데 시아버지의 꿈을 깨고 싶느냐’고 했다. 남편 돈으로 친동생 빌라도 해줬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뒤늦게 화제가 된 부분은 고인이 방송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발언을 자주했다는 부분이다. 방송에서 고인의 아내는 “남편이 금전적 스트레스가 감당이 안 되면 ‘죽겠다’고 한다”면서 “어느 날은 죽겠다더니 집을 나가 연락이 안 됐다. 그래서 제가 시댁에 연락했더니 ‘너희 우리가 돈 안 줘서 쇼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강지용 역시 “자다가 죽는 게 소원이다. 차에 준비가 되어 있다. 다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서장훈은 “죽는 걸로 어떻게 협박을 하느냐”며 답답함을 표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 방송에는 앞에서 소개한 부분보다 더 예민하고 민감한 내용도 많이 담겨 있었다. ‘이혼숙려캠프’는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자극적인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각으로 이혼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부부 관계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아무래도 방송 내용은 소재 자체의 특성상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해당 영상을 이제는 볼 수 없다. JTBC가 고인 부부가 출연한 ‘이혼숙려캠프’ 클립영상을 비공개 전환하고, 다시 보기도 삭제했기 때문이다. JTBC 측은 “강지용 씨 부고를 접하고 뒤늦게 파악했다”며 “깊은 애도·조의를 표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고인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관련 방송분 VOD는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4월 24일에도 ‘이혼숙려캠프’는 정상 방송됐고, 2.8%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김은 프리랜서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