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대행은 4월 20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 “노코멘트”라며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4월 28일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가 공개됐는데, 이코노미스트는 한 대행 대선 출마 가능성에 “일부 보수층에서는 한 대행의 출마를 바라고 있으나, 그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한 대행의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수혜 공보실장, 신정인 시민사회국장 등 실·국장급 핵심참모들이 이미 사직서를 내거나 사의 표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게를 더했다. 총리공관을 나오기 위해 최근 서울 신문로 자택 보수작업을 마쳤다는 말도 뒤를 이었다.

후보 단일화는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정대철 헌정회장에 전화를 걸어 ‘좀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대행이 단일화를 통해 최종 후보가 되면 입당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됐다. 정 회장은 4월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권 위원장이 ‘충고 좀 해주십시오’ ‘결심하라고 하세요’ 정도의 말을 했던 기억은 있지만, ‘단일화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한덕수 대행의 후보 단일화를 상수로 두고 있다 보니,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 표명이 끊임없이 요구됐다. 김문수 후보를 제외하고 2차 경선에 오른 다른 후보들은 한 대행과의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왔다. 다만 경선 막판 “경선서 압도적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 위해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빅텐트’ 단일화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실제 3차 경선에 오른 김문수 한동훈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 질문에 신중한 스탠스를 보인 바 있다. 2차 경선 발표 이후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필요성은 다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라면서도 “아직 한 총리가 출마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답변 드리면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차차 논의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동훈 후보 역시 경선에 집중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한 후보는 “후보가 확정된 뒤에는 여러 방향으로 힘을 모을 방법을 찾겠지만,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간에 단일화에는 공감하지 않는다”며 “경선 후보가 11명에서 최종 2명으로 줄었는데, 한 총리가 마지막에 끼어드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4월 14~15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한 대행은 15.8%로, 12.5%를 보인 김 후보를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459명만 따로 분류해서 보면 한 대행과 김 후보 지지율은 각각 28.2%와 18.2%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하지만 이후 지지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채널A 의뢰로 4월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대선후보 지지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46.0%로 선두를 기록했다. 한덕수 대행이 11.2%, 한동훈 후보 8.5%, 김문수 후보 7.2%로 뒤를 이었다. 한 대행과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양자 대결’에서도 △이재명 52.8%-한덕수 32.7% △이재명 52.6%-김문수 29.4% △이재명 52.9%-한동훈 25.7%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가 3명 모두와 맞대결에서 20%포인트(p) 이상 격차를 보였다. 3명 중 누가 대선에 나와도 이 후보에 승리하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국민 10명 중 6명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4월 24~25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관한 의견’ 질문에 응답자의 60%가 ‘반대한다’고 했다. ‘찬성한다’는 32%에 그쳤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진영이 ‘한덕수 카드’를 원했던 것은 반이재명 정서가 강한 무당층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정가에선 한 대행의 확장성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한 대행이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지지율에서 살짝 앞서긴 하지만, 이는 정치권에서 한 대행 차출설을 계속 불 지피고 있어 관심이 한 대행에 다 쏠려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김문수 한동훈 후보와 큰 차이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어느 상대와 양자대결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한 대행이 대선에 나올 명분이 생기려면 이 후보 측으로 가있는 표심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 대행 지지율은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을 뺏어오는 데 그친다. 이런 경쟁력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야권 관계자는 “대선 이후 이재명 정권이 들어설 경우 윤석열 정부를 둘러싼 각종 특검이 가동될 것이다. 12·3 내란과 관련해 한 총리와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이라며 “만약 한 대행이 대선후보로 뛰고, 나중에 내란 수사가 들어오면 ‘이재명 정권이 대선 경쟁자를 탄압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이 그림을 만들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선 긴장감도 감돈다. 호남 출신인 한 대행이 ‘빅텐트’를 펴는 데 성공할 경우 그 파괴력이 만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낙연 전 총리와의 연대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 대행 측 역시 출마 선언 후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면 상황은 반전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3월 말경부터 ‘한덕수 캠프’ 구성에 관여해온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를 포함해 난관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도 검찰총장직을 그만둘 때 대권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면서 “정권을 다시 내줄 수 없다는 보수진영의 위기감이 크다. 보수가 결집하고 ‘반이재명 정서’가 강한 무당층을 일부 끌어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