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참여자들 각오해야’ 코멘트의 의미
대한항공은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이 3조 95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09억 원으로 19.5% 감소했다. 증권가 평균 영업이익 예상치가 4330억 원 흑자였는데, 이 또한 19% 밑돌았다. 회사 측은 실적 부진 이유에 대해 “감가상각비가 많이 반영됐고, 인건비 증가와 같은 영업비용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축하금 지급 등으로 인건비가 925억 원 늘었고, 신기재 도입으로 감가상각비를 801억 원 추가 반영했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실적 발표와 동시에 증권사 연구원들이 향후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1분기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일찌감치 인정했다. 한 달 전 내놓은 올해 대한항공 예상 영업이익(연결 기준) 전체 평균이 2조 4737억 원인데, 5월 7일 기준 예상치는 2조 833억 원으로 15.8% 줄었다.
눈에 띄는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중 한 곳이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보고서 부제에다 ‘시장 참여자들 각오해야’라는 문구를 적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상황이라 리스 임차비 단가가 낮아지기 어렵고, 업종 특성상 서비스 인건비 총액도 줄이기 어렵다”면서 “항공업은 원래 소비자에게 100% 비용을 전가하기 어려운 산업이지만, 특히 대한항공은 합병 문제로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으로 정부 용인이 있어야만 항공료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증권사 연구원들은 대한항공의 프리미엄 전략에 호의적인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은 합병을 앞두고 서비스 차별화에 더 주력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수년간 수조 원의 이익을 얻었던 만큼, 이제는 기단 현대화와 CI(Corporate Identity·기업 아이덴티티) 교체 등 재정비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운 연구원은 관세 인상으로 수요가 둔화되더라도 과점 사업자인 대한항공이 받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요가 둔화하면 그만큼 경쟁사들의 공급이 줄어들고, 미·중 갈등이 심화한다면 중국 대형항공사들 대비 경쟁 우위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과점적 1위 사업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목표주가 3만 원을 유지했다. 대한항공은 실적 악화에다가 관세 전쟁으로 주가 또한 하락했지만, 증권사들은 대체로 대한항공에 대한 목표주가를 3만 원선에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맞설 경쟁력 있는 업체는?
통합 대한항공을 견제할 세력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는 2969만 8297명으로 전체의 48.5%를 차지했다. 그리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여객 수가 1286만 875명으로 21%였다. 제주항공은 855만 2369명으로 점유율이 14%, 티웨이항공이 657만 9844명으로 11%정도였다. 그 외 이스타항공(3.1%), 에어프레미아(1%대), 에어로케이(1%대) 등은 크게 의미 없는 수준이다.
대한항공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딱히 없지만, 그나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대명소노그룹이 인수한 티웨이항공이다. 티웨이항공은 실제로 대명소노그룹 인수 전부터 유럽 노선을 확장하는 등 장거리 노선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영업적자 123억 원, 당기순손실 607억 원을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는 다소 아쉬운 실적을 내고 있지만,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기대다.
5월 초 대명소노그룹은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최대주주 타이어뱅크 쪽에 되팔았다. 티웨이항공이 에어프레미아를 욕심낸 이유는 미주 노선 때문인데, 티웨이항공이 곧 미주 노선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는 점은 다소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7월 캐나다 밴쿠버 노선 신규 취항을 시작으로 미주 노선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대명소노그룹 입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티웨이항공 인수 과정에서 있었던 소액주주 패싱 논란이다.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놓고 예림당 측과 한창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가 회사를 전격 인수하면서 티웨이항공 주가는 4500원에서 2000원대 초반까지 폭락했다. 소액주주들은 예림당이 홀로 챙긴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들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명소노그룹은 오히려 티웨이항공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집행해야만 하는 처지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반발할 것이 빤한데, 조기 대선 국면에 어떤 방향으로 불똥이 튈지 몰라 대명소노그룹은 긴장하고 있다.

제주항공도 표면적으로는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면서 통합 대한항공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인데, 현실적으로는 생존도 난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살리기 위해 그룹의 모태인 애경산업마저 매물로 내놓았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할 ‘입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자금력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보잉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변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보잉은 누적 경영 손실과 구조조정 여파, 노동조합 파업, 미 연방항공청(FAA)의 강도 높은 안전성 심사 등으로 737맥스 시리즈의 월간 생산량이 기존 52대 안팎에서 21~23대로 급감했다.
대한항공이 발주한 777X 20대와 737맥스 30대, 제주항공의 737-8 50대 등 총 80여 대의 인도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의 공급 지연이 가장 크지만, 대한항공은 그래도 운용 중인 항공기가 많아 대체재를 찾으면 된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의 기단 확충이 기대만큼 수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고운 연구원은 “보잉의 생산 차질 장기화로 아시아나항공 자리를 대체할 경쟁사의 등장 역시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업계에서는 보잉의 생산 차질이 구조적 문제라면서 5년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사업계획에 따라 항공기가 차질 없이 도입되고 있다”면서 “관련 비용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임차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탄력적인 노선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