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승리 투수가 된 이민석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태형 감독과 주형광, 이재율 코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다음 퓨처스 팀의 김상진, 문동환 코치를 떠올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운 두 코치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한 것이다.
지난겨울 롯데는 퓨처스 팀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주며 지난 시즌까지 두산 퓨처스 팀에서 선수들을 이끈 김상진 코치를 전격 영입했다. 김 코치는 1991년 OB(현 두산) 베어스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해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를 거치며 통산 359경기 122승 100패 14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54의 뛰어난 기록을 남긴 레전드 투수 출신이다. 선수 생활 은퇴 후 SK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삼성과 두산을 거쳐 롯데 퓨처스 팀을 맡고 있다.
올 시즌 롯데가 퓨처스 팀에서 올라온 투수들의 활약이 주목받게 되면서 선수들을 이끈 김상진 코치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 코치는 자신보다 다른 코치들의 헌신과 열정이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자세를 낮추지만 일부 롯데 팬들은 김 코치를 향해 ‘갓상진’이라고 부르며 퓨처스 팀을 탄탄하게 이끄는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퓨처스 팀에 있다 1군에 올라가 활약 중인 선수들은 내가 처음부터 맡았던 선수들이 아니라 1군 스프링캠프를 다녀왔던 투수들이다. 그래서 선수들을 파악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윤성빈 같은 경우에는 겨울에도 훈련을 같이 했는데 1군 스프링캠프 도중 햄스트링 파열로 중도 귀국해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팀에 있을 때 윤성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하늘이 내린 피지컬을 보유한 선수라고 들었다. 실제 보니 그렇더라. 내가 윤성빈에게 특별히 가르친 건 없다. 퓨처스 팀에 나 말고도 다른 코치들이 있고, 선수 한 명을 코치 한 명이 전담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난 선수의 몸 활용법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다.”
김상진 코치가 본 윤성빈은 성실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몸의 유연성이 부족해 선수가 자신의 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듯해 관련 내용을 두고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한다.
김상진 코치와 전화 인터뷰를 했을 시기가 윤성빈이 1군으로 콜업돼 5월 21일 사직 LG전 선발 등판을 앞둔 시점이었다. 김 코치는 윤성빈이 조금 더 퓨처스 팀에 머물기를 바랐지만 1군 선발진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올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윤성빈은 21일 LG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4피안타 9실점으로 부진했고, 다음 날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퓨처스 팀 코치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게 1군에 오른 선수가 바로 2군으로 내려올 때일 것이다.
윤성빈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이민석은 2022년 롯데 1차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성했다. 첫해부터 27경기에 나서며 1승 5홀드를 거두며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인한 시즌 아웃과 길고 긴 재활을 거쳐 다시 마운드에 우뚝 섰다. 그의 가장 큰 숙제는 ‘제구’였다. 김상진 코치가 본 이민석의 제구는 어떠했을까.
“사람마다 힘을 쓰려고 할 때 힘을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있다. 투수는 그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공간이 적으면 불필요한 동작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민석과는 그런 불필요한 동작들을 없애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 노력들이 결과로 나온 듯했고, 이민석을 1군에 올려보내며 김태형 감독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민석은 힘든 과정을 통해 제구의 숙제를 푼 덕분에 5월 11일 KT 위즈전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22일 LG전에서는 마침내 데뷔 첫 선발승이라는 성과를 손에 쥐었다.
김 코치는 퓨처스 팀 투수들의 구속 증가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구속은 코치가 만드는 게 아니라 선수의 숨겨져 있는 힘을 트레이닝 파트에서 끄집어내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좋은 밸런스와 투구 메카닉이 나아지면 선수가 원래 갖고 있는 구속이 나온다. 즉 투수코치가 구속을 증가시키려고 이끄는 게 아니라 선수의 숨겨져 있는 힘을 끄집어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는 건 구속보다 구위다. 그리고 자신감이다.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조금 더 이기적이어야 한다. 공을 던질 때마다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투수도 마운드에서 실수할 수 있다. 실수가 실패는 아니지 않나. 그 실수가 쌓여 성공을 이끌 수 있다. 그래서 실수했다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그 실수를 받아들이고 그다음을 향해 갔으면 좋겠지만 많은 선수들이 실수에 주눅이 든다.”
김상진 코치는 롯데 퓨처스 팀 투수들 중에 더 발전하고 올라설 수 있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고 자랑했다. 워낙 많은 팬층을 보유한 롯데 자이언츠라 팬들의 열정과 응원이 선수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코치는 김태형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1군 감독님이 2군 투수코치에게 직접 연락할 일이 많지 않다”면서 “나는 다른 코치들과 힘을 합쳐 우리가 맡은 선수들을 잘 육성시켜 1군 마운드에 올리고, 2군으로 내려오는 선수들을 잘 다독여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