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은 두 후보 단일화를 통해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김문수 후보와 친윤계 등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이 후보는 단호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단일화 설득을 위해 이준석 후보의 경기 성남시 가천대 학생식당 유세 현장을 직접 찾았다. 안 위원장은 이 후보와 독대 이후 “내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후보 단일화 생각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일종의 조언 겸 부탁을 했다. 최종 판단은 이 후보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한 바 있다.
김문수 후보 역시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대선에 남은 ‘특단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5월 21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 당 대표를 하다가 나간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과 정책도 다르지 않고, 나 이상으로 국민의힘 내 여러분들과 잘 안다”며 “이준석 후보는 마지막에 결국 저와 단일화가 돼서 훌륭하게 우리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주역”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도 “분열은 필패다. TV토론을 해보니 정책에 있어서 저와 생각이 거의 같다. 그리고 이준석 후보 역시 이재명 정권을 막아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공감할 것”이라면서 “선거가 막판으로 가게 되면 이준석 후보가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관련기사 [인터뷰] 김문수 “이재명 막는 게 시대정신…이준석 모종의 결단 내릴 것”).

이 후보 측은 친윤계가 단일화를 대가로 ‘차기 당권’을 제안했다는 폭로를 내놨다. 이동훈 수석대변인 겸 선대본 공보단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친윤계 인사들이 전화를 걸어와)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 식의 말을 한다”며 “그 전제는 늘 같다. 대통령 후보는 김문수로 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단일화를 둘러싼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자 이 후보는 공식적인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이 받아볼 투표용지에는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의 이름이 선명히 보일 것”이라며 “이번 대선 끝까지 이준석, 개혁신당의 이름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며칠간 단일화 운운하면서 국민의힘이 가한 행위는 굉장히 모욕적이었고,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시도”였다며 “앞으로 국민의힘 어떤 인사와도 단일화와 관련해 소통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이재명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 김문수 후보와 20%포인트(p)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그런데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보수 지지층이 결집, 이 후보와 김 후보의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양상이다(관련기사 ‘샤이보수’ 파급력은? 6·3 대선 레이스 2주차 여론조사 추이 톺아보기).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0~22일 사흘간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전주 대비 6%p가 하락한 45%, 김문수 후보는 7%p 상승한 36%를 나타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9%p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이준석 후보 역시 전주 대비 2%p 올라 10%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지지도를 합하면 46%로, 이재명 후보 45%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양자 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김문수 이준석 후보 중 어느 쪽으로 단일화를 해도 상대 후보의 지지율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5월 20~21일 ARS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이재명 후보가 48.1%, 김문수 후보 38.6%, 이준석 9.4%를 보였다. 이 조사에서도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48.0%로 이재명 후보와 접전을 보였다.
그런데 ‘이재명-김문수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50.3%, 김문수 43.5%였고, ‘이재명-이준석 가상 양자대결’은 이재명 후보 49.5%, 이준석 후보 37.7%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오히려 지지율이 더 올라갔고, ‘지지 후보 없음’이 각각 5.5%와 12.2%로 상승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보수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5월 17~19일 사흘간 ARS(자동응답시스템)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 단일화 공감도’에 비공감이 59.3%를 기록했다. 공감한다는 응답은 36.1%에 불과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동훈 전 대표는 벌써부터 차기 당권을 위한 몸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5월 3일 대선 경선 패배 이후 본인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통하며 당원 가입을 호소했다. 20일부터는 김 후보 지원 유세를 한다며 부산 광안리 해변, 대구 서문시장, 충북 청주 육거리 시장, 강원 원주 중앙시장 등 전국을 돌고 있다.
그런데 유세차량에 오르거나 김 후보와는 동행하지 않아, 사실상 차기 당대표 선거를 위한 본인 홍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발목 잡지 말고 민주당으로 가라” “친윤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뒷배로 호가호위하고, 부부의 망상을 옆에서 자극하고 이용해서 나쁜 정치를 해 온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도 앞서 이준석 후보 측이 언급한 ‘친윤계의 단일화 대가 당권 제안 폭로’에 대해 “한덕수를 당권의 숙주로 삼아보려던 일부 친윤의 ‘새벽 쿠데타’가 불과 얼마 전 일이라, 그러고도 남을 자들이라고 혀를 차는 분들이 많다”며 “끊임없이 생존 숙주를 찾는 것은 기생충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가 본인의 정치 미래를 염두에 둔다면 단일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이준석 후보는 사실 이번 대선보다는 차기나 차차기를 노리는 것이다. 현재 이 후보 관건은 득표율이 10%를 넘느냐다. 유의미한 득표 지분을 가져가야만 보수진영에서 차기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내란 극우세력과 손잡아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 후보로서는 본인이 건전한 보수로서 국민의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단일화하면 다음 기회까지 날아가게 된다. 이에 완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이 기대한 단일화 시점은 5월 25일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들어가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5월 25일 이전 단일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그 시점은 마지막 3차 대선후보자 TV토론회가 열리는 27일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9일 사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혁신당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는 본인이 토론에 강점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단일화를 하더라도 본인의 능력을 전 국민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3차례 TV토론회까지는 하고 임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때는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들어간다. 두 후보의 단일화 효과가 낮아도 투표 전까지는 유권자가 이를 확인할 수 없다. 막판 혼돈을 주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평했다.
이 후보 측이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시 안 후보는 2022년 2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완주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TV토론회가 끝나고 사전투표 시작 전날인 3월 3일 안 후보는 윤 후보와의 조건 없는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다. 안 후보는 대선 승리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고, 당 대 당 합당으로 국민의힘에 들어갔다.
앞서의 개혁신당 관계자는 “단일화는 극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단일화 논의가 물밑에서 일어나겠구나 싶었다”고 귀띔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23일 보수 후보 단일화 전망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 예측된다”며 “국민께서 내란 세력과 헌정수호 세력 중에 선택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