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회의 일정 잡지 않고 끝난 법관대표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아무런 입장도 정하지 않은 채 2시간 만에 끝났다. 다음 회의 일정 역시 ‘대선 이후’로만 잠정적으로 정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도 않았다.
26일 열린 회의는 법관 대표 126명 가운데 88명이 참석해 개의 정족수인 과반수 64명 이상을 채웠다. 하지만 현장 참석 인원은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해 18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낮은 참석률은 ‘초반 회의 소집’ 때와 달라진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의 전부터 잡음도 있었다. 26일 임시회의를 앞두고 언론에는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안건이 상정됐다고 밝혔지만, 내부 공지에서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내용으로 안내한 것. 내부 공지 안건에서 언급한 특정 사건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지칭한 것인데, 내외부에 다른 표현을 쓴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현직 판사는 “판사들끼리 입장을 모으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입장을 낸다면 결국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지게 되는데 내부와 외부에 ‘정치적 해석’이 다르게 풀이될 수 있는 문장을 넣어 다르게 공지했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판사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단체인데, 다소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대선 이후 달라질 수 있는 회의 분위기
별다른 논의 없이 마무리된 대표법관회의는 대선 이후로 미뤄졌는데, 법원 안팎에서는 대선 이후 당선인의 사법 개혁 방향에 맞물려 전국대표법관회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치적 성향보다 ‘사법부 독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판사들이 다수라 민주당의 ‘보복 성격 법안 발의’라는 평이 다수일 경우 대표법관회의가 다음 회의에서 낼 입장은 ‘사법부 독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들도 지지하는 정치 성향은 당연히 있지만 법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고 개별 재판부의 판단에 외부의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최우선적으로 깔려 있다”며 “일부 성향이 강한 판사들이 있겠지만 일정 이상 규모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대표법관회의에서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사건 선고 비판 및 우려’의 입장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민주당이 원하는 목소리가 대표법관회의에서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지귀연 부장판사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을 놓고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금까지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사이 또 등장할 변수는?
일각에서는 대선 이후 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재판 진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대선 때까지는 민주당도 법원에 대해 더 공세를 펼치지 않겠지만, 이재명 후보의 재판이 진행되는 다섯 곳의 재판부 중 한 곳에서라도 ‘대통령이더라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어느 조직이든 사람이든 털면 문제가 될 것이 나올 수 있는데 법원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문제를 만들어 개혁의 빌미를 만드는 것이 정권을 잡은 이들의 방식이었다”며 “대선 이후 어떤 이슈가 불거지느냐에 따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입장은 달라질 수 있기에 지금까지 등장한 이슈만으로 사안을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