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은 1993년 교토시 교통국에 채용됐다. 과거 주의나 계고 처분을 받은 적은 있지만, 지각이나 무단결근은 없었고 무사고 운전자 표창을 받은 경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2022년 2월 발생했다. 당시 남성은 승객이 5명의 운임으로 1150엔(약 1만 1000원)을 지불하자 동전 150엔만 운임 상자에 넣고, 1000엔짜리 지폐는 가방에 숨겼다. 업무를 마친 뒤 운임 상자에 든 동전과 회수권 등을 정산했지만, 지폐는 끝내 반환하지 않았다. 되레 자신의 호주머니에 지폐를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사실은 교토시 교통국이 블랙박스를 통해 정기 업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아울러 남성은 승객이 없는 차량 내에서 금지된 전자담배를 피운 것도 함께 적발됐다. 남성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열흘간 결근해 월급이 줄어든 점”을 언급하며 “1000엔으로 생활에 보탬이 되지는 않겠지만,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갔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남성은 2022년 3월 징계 면직됐고, 1211만 엔(약 1억 1500만 원)의 퇴직수당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남성은 “징계 면직과 퇴직금 부지급 처분이 모두 부당하다”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엇갈린 1심과 2심…결국 대법원으로
문제가 된 금액은 1000엔. 하지만 결과는 중대했다. 남성은 직업을 잃었고, 29년간 쌓아온 퇴직금도 한순간에 날렸다. 이 같은 처분이 과도한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것인지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법원의 판단도 갈렸다. 먼저 2023년 7월 열린 1심에서는 교토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토시가 남성을 징계 면직한 판단은 재량권 범위 내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하며 남성의 소송을 기각했다. 퇴직금 전액 부지급에 대해서도 “국가공무원퇴직수당법 운영 방침에 따라 징계 면직자는 전부 또는 일부 수당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며 해당 처분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최고재판소로 넘어갔다. 지난 4월 17일 최고재판소는 “퇴직금 전액 부지급 처분은 정당하다”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착복 행위가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고 버스 서비스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면서 “시의 처분이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행위는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운 고의적 착복이며,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2년에 걸친 법적 공방은 남성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작은 욕심 때문에 결국 29년의 근무 보상까지 잃게 된 셈이다. 교토시 교통국 관계자는 “버스 운전사는 혼자 근무하며 공공의 자금을 관리한다. 우리의 엄격한 조치가 수용되지 않았다면 조직이 소홀해질 수 있고 공공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었다”며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했다.
학생 성추행으로 퇴직금 잃은 교사도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근속 연수에 비례해 퇴직금이 지급된다. 다만, 퇴직금 지급 규정이나 노사 협정·노동 협약에 따라 감액이나 부지급이 인정될 때가 있다. 지금까지 판례에서 부지급이 인정된 사례는 회사 재산의 착복이나 횡령, 직장 내에서의 위법 행위(동료에 대한 성적 희롱), 사생활에서의 범죄 행위(도박행위나 음주사고), 경쟁사로 이직 시 영업 비밀이나 고객 정보의 반출 등이다.
일례로 미야기현에서 30년간 성실하게 교사로 근무해온 B 씨는 하룻밤의 실수로 퇴직금 1720만 엔(약 1억 6400만 원)을 잃었다. 회식 자리에서 맥주 한 잔과 사케 3홉(약 540ml)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물적 피해를 내는 사고를 일으켰다. 경찰 검문에서 기준치를 넘는 알코올이 검출됐고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이로 인해 징계 면직과 퇴직금도 전액 미지급됐다. B 씨는 “퇴직금 처분만이라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호소는 닿지 않았다. 2023년 6월 최고재판소는 “퇴직금 전액 부지급은 타당하다”고 최종 판결했다.
성추행으로 퇴직금을 잃은 교사도 있다. 야마가타현립 고등학교 전직 교사 C 씨는 여학생에 대한 외설 행위로 징계 면직됐고, 퇴직금 1914만 엔(약 1억 8200만 원)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3년 11월 야마가타 지방법원은 “교육위원회의 퇴직금 전액 부지급 처분이 사회의 상식에 비춰 타당성을 현저히 결여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본 사회에서 공직자 윤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