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위험 높은 개인간 거래, 난임 치료비 없는 여성들 선호…익명 시스템 거부 ‘알려진 기증’ 추구하기도
[일요신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자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윤리적 및 법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등록된 정자은행이나 공식기관이 아닌 비공식적인 곳, 즉 ‘페이스북 정자 기증 그룹’을 통한 거래다. 이곳에서 남성들은 임신을 원하는 불특정 여성들에게 정자를 판매하고, 정자를 구입한 여성들은 집에서 주사기나 생리컵을 이용해 자가 수정을 시도한다.
페이스북 그룹을 통한 거래가 불법인 건 아니다. 다만 정자 기증자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반복해서 제공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 부모로서 법적 책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위생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한 남성에게서 수백 명의 자녀가 태어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어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어떤 이유에서 정자를 사고 또 팔고 있는 걸까. 윤리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페이스북을 통해 생명을 사고파는 그들만의 은밀한 거래를 들여다본다.
사이먼 왓슨은 2016년 BBC 보도를 통해 전 세계에 800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금까지 계속 기증을 해왔다면 현재 자녀수는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페이스북영국과 유럽,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인 간의 정자 기증은 합법이다. 주로 친구나 지인을 통해 기증 받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만난 낯선 사람에게서 정자를 기증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다만 수정이 어디서 이뤄지는가에 따라 자녀에 대한 법적, 재정적 책임 여부는 달라진다. 가령 영국에서는 기증자가 등록된 클리닉을 통해 정자를 기증하고 수혜자가 이곳에서 인공수정을 받을 경우, 기증자는 법적으로 절대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자녀에 대한 재정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택 등 비공식적인 장소에서 키트를 이용해 자연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증자는 경우에 따라 법적으로 아버지로 간주될 수 있으며, 훗날 양육비를 청구 받거나 유산 상속권 문제 역시 발생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남성 기증자 한 명당 최대 10가정에만 정자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잠재적인 형제자매의 수나 가족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와 달리 개인 간 거래 시장에서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부 남성들은 10가정보다 훨씬 많은 가정에 정자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녀 수도 수십 혹은 수백 명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정자 자체를 대가로 비용을 청구하는 행위 역시 불법적이긴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등록된 기관이나 난임 클리닉을 통해 기증할 경우에는 교통비 및 기타 ‘합리적인 경비’ 명목으로 회당 최대 45파운드(약 8만 원) 정도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정자를 기증하는 일부 남성들의 경우에는 수백 파운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메일온라인’이 인터뷰한 알레산드로 앙리라는 남성은 자신의 정자 가격이 400파운드(약 75만 원)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료 기증을 바라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요구다”라며 어이없어 했다. 이런 금전적 요구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판매하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받고 기증하는 것이다. 이 비용은 정자 냉동 보관 및 인공 수정을 위한 운반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레산드로 앙리는 자신의 정자 가격이 400파운드(약 75만 원)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진=인스타그램‘메일온라인’에 따르면 이 밖에도 공공연히 정자 비용을 청구하는 기증자들은 많았다. 러시아 태생의 모델인 키릴 마트야빈은 현재 여러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정자 기증 한 건당 약 500달러(약 70만 원) 혹은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자연수정(성관계를 통한 임신)을 원할 경우에는 무료로 정자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왜 자연수정은 무료인지 묻자 “인공수정은 수령자에게만 필요한 것이지, 나에게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십 혹은 수백 명의 자녀를 둔 ‘다산왕’들도 많다. 2016년 BBC 보도를 통해 전 세계에 800명의 자녀를 둔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이먼 왓슨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그는 정자 기증 한 건당 50파운드(약 9만 원)를 받는다고 했다. 왓슨은 1999년부터 정자를 기증해 왔으며, 만약 지금까지도 동일한 속도로 계속 기증을 해왔다면 현재 자녀수는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출신의 로버트 찰스 앨번의 경우에는 현재 180명이 넘는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카일 고디는 101명의 자녀가 있다고 비교적 구체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까지 태어난 자녀가 87명, 그리고 현재 임신 중인 자녀가 14명이라는 것이다. 고디는 “전 세계 인구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 싶다. 아직은 그다지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라며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도 분명 있다.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신원을 거짓으로 밝히거나, 혹은 성공 횟수를 속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증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프로필에 가명을 사용하거나 ‘스코틀랜드 정자 기증자’와 같은 닉네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령자 입장에서는 기증자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키릴 마트야빈은 정자 기증 한 건당 약 500달러(약 70만 원) 혹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 다만 자연수정(성관계를 통한 임신)을 원할 경우에는 무료로 정자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위생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정자를 운반하는 용기 자체가 멸균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가령 플라스틱 용기나 유리 용기에 담아 운반하는 비위생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집에서 스스로 인공수정을 시도할 때 사용하는 방법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어린이 해열제인 ‘칼폴’에 동봉된 주사기(정확한 복용량을 측정하기 위한 플라스틱 주사기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일부 여성은 칠면조 고기 주입기(주방용 스포이드)를 사용해 임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자가 무분별하게 거래되다 보니 이에 따른 건강상의 위험도 클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심각한 유전 질환이나 HIV, 간염 등 감염성 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케어 퍼틸리티’의 관리 책임자이자 생물학자인 데브라 블로어는 “공식 인가를 받은 클리닉에서는 기증자가 샘플을 제공할 때 신원을 확인하고,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그리고 3개월 후에 다시 한 번 검진을 실시해 선별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몇 달에 걸쳐 혈액 검사를 실시하면서 감염병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개인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는 여성들 가운데는 기증자와 연락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정자를 받는 경우도 많다. 가령 예정된 기증자가 갑자기 취소했을 경우, 수령자들은 즉시 기증 가능한 새로운 기증자를 찾곤 한다. 이런 경우에는 요청한 지 불과 몇 시간 안에 정자 전달이 이뤄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기증자의 신원이나 건강 검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페이스북 그룹에 글을 올린 한 여성은 “여기서 만난 한 남성에게 정자를 기증받은 후 성병에 걸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을 통해 정자를 기증하고 있는 찰스 자돈은 “나는 수령자들에게 늘 성병 음성 검사 증명서와 함께 기타 건강 문서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기증자들이 내 증명서를 무단 도용해 자신의 것인 양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카일 고디는 101명의 자녀가 있다고 비교적 구체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태어난 자녀가 87명, 그리고 현재 임신 중인 자녀가 14명이라는 것이다. 사진=인스타그램성희롱 사건도 빈번히 일어나곤 한다. 일부 기증자들이 굳이 자연수정, 즉 성관계를 통한 수정을 고집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그렇다. 스코틀랜드 출신 여성인 케이티는 한 기증자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정자를 받아 직접 인공수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에 잠시 쉬기로 했던 케이티는 몇 달 후 끔찍한 음란 메시지를 받았다. 정자를 기증했던 그 남성이 갑자기 성관계를 통한 기증도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노출 사진을 요구해온 것이다. 이에 케이티는 “너무 무서웠다. 잔인하게 느껴졌다”며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개인 간 거래를 선호하는 걸까. 우선 비용 때문이다. 고가의 난임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여성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절박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난임 클리닉과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는 경우, 수천 파운드의 비용이 들며 그렇다고 임신 여부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주로 동성 커플이나 자칭 ‘선택적 미혼모’인 독신 여성들이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일부 이성애자 커플도 이용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지금까지 20여 가정에 정자를 기증한 애덤 후퍼는 현재 2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페이스북 그룹인 ‘정자 기증 호주 모임’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으로 못할 게 없는 세상인데, 왜 정자 기증은 온라인에서 할 수 없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지난 10년간 후퍼의 페이스북 그룹은 일종의 제국 형태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팟캐스트를 진행하거나, 심지어 정자 기증을 위한 ‘아기 만들기 투어’까지 진행했다. 무엇보다 그가 주장하는 철학은 ‘알려진 기증(Known donation)’이다. 즉,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하는 정자은행의 익명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다. 그는 “클리닉에서는 그냥 종이에서 숫자를 고른다. 그건 다소 무책임하고 무모한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 그룹의 어떤 여성은 기증자들을 여럿 만나본 후 최종적으로 나를 선택했다. 아이가 앞으로 물려받을 자질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신중하게 검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그룹인 ‘정자 기증 호주 모임’을 직접 운영하는 애덤 후퍼는 ‘알려진 기증(Known donation)’을 주장한다. 사진=정자 기증 호주 모임 페이스북 메인 이미지후퍼는 이 모든 과정을 이상적인 공동체로 묘사한다. 그가 정자를 기증한 가족들은 1년에 정기적으로 몇 차례씩 모여 바비큐 파티를 열면서 서로 유대를 쌓는다. 얼마 전에는 스웨덴의 한 엄마가 그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오기도 했고, 후퍼는 어린 아들과 함께 디즈니랜드를 방문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전 세계 가족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정을 나눈다고 했다. 후퍼는 수령자뿐 아니라 기증자들에게도 이렇게 연결이 유지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의 주장처럼 과연 이런 공동체가 이상적이기만 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많다. 원치 않는 경우에 양육권을 요구받거나, 혹은 반대로 요구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2012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정자를 기증해온 조 로데릭이 그랬다. 운동생리학자로서 건장한 50대 남성인 그는 현재 72명이 넘는 자녀를 두고 있다.
하지만 2014년, 급기야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보통은 자신이 친부로서 권리를 주장하거나 양육권을 주장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여성들과 계약을 체결하지만, 그만 이 가운데 하나의 계약이 반대의 효과를 내고 말았던 것이다. 미시간의 한 생모가 이혼을 하면서 로데릭에게 양육비를 청구하고 나선 것이다. 로데릭은 사전 계약서를 통해 자신이 자녀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증명하려 했지만, 가정법원은 되레 이를 친자 관계를 증명하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DNA 검사 결과 친부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로데릭은 매달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현재 그는 “그 아이는 이제 열두 살이 됐고, 나는 아직 6년 더 양육비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그 여성을 탓하지는 않는다”면서 씁쓸함을 내비쳤다.
반대로 남성 쪽에서 양육권을 요구해오는 경우도 있다. 한 여성은 ‘리파이너리29’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기증자가 공동 양육을 원했다. 내가 분명히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계속 요구를 해왔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가족법 전문 변호사인 이자벨 제임스는 “비용은 저렴해도 끝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면서 “사람들은 페이스북 기증이 더 쉽고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나중에는 훨씬 더 비싸고 복잡해질 수 있다. 특히 자녀의 법적 친권이나 양육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비용과 심리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IVF 호주’의 의료 책임자인 피터 일링워스 역시 “인터넷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평생 동안 관계를 맺는 건 엄청난 위험을 떠안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이어서 그는 “이곳에서는 진짜 동기를 숨긴 남성들이 많다. 그들은 언젠가 그 가족에 끼어들려고 할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일부 기증자들은 이미 클리닉에서 거부당한 이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클리닉에서 진행하는 상세한 절차나 검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개인 간 거래에는 또 한 가지 중대한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복형제들끼리 자신들도 모르게 교제를 하거나, 결혼하거나, 혹은 자녀를 가질 경우 발생할 심각한 문제들이다. 이런 경우 유전적 결함이 있는 아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윤리 문제를 넘어 유전병이 확산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논란에 대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입장은 무엇일까. 메타 대변인은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다양한 개인 및 의학적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며, 우리는 이를 허용한다. 여기에는 난임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커뮤니티도 포함될 수 있다. 우리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괴롭힘과 성적 접근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콘텐츠를 발견하면 즉시 삭제하고, 이용자들이 이를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정자 기증 남성들 진짜 동기는 '순수한 자기애'
정자를 기증하는 남성들의 진짜 동기는 무엇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 동기가 있다. 첫째 금전적 이득, 둘째 도움을 주고 싶은 선의의 마음 그리고 셋째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은 욕구다. 연쇄 기증자들 대부분이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하며, 이런 사람들은 ‘순수한 자기애’ 때문에 이 일을 한다. 요컨대 전 세계 곳곳에 수십, 또는 수백 명의 핏줄을 남긴다는 생각 자체에 강한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최소 138명의 자녀를 낳았다고 주장하는 아리 나겔의 경우도 그렇다. 교사인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심지어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삶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애쓴다.
다큐멘터리 ‘스펌월드’의 한 장면.이에 과도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가령 한 페이스북 기증 그룹에 가입한 신규 회원에게 자신을 ‘짐’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남성은 “임신이 잘 안 되시나요? 제가 당신의 기증자가 되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키 큰 아이들,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는 매력적인 아이들, 파란 눈에 금발 아이를 원하신다면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제가 제공하는 뛰어난 유전자와 우수한 DNA로 당신의 아이는 인생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라고 홍보한다.
이와 관련, 런던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인 자라는 “자신이 몇 번 성공했는지 과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기증자들은 종종 자신이 임신시킨 여성의 수에 대해 자랑하곤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들은 첫 번째 시도 만에 임신시키는 것에 집착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다큐멘터리 ‘스펌월드’의 등장인물인 스테판이라는 남성은 “정자를 기증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에게 원하는 존재, 필요한 존재가 된 듯하다.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다”라고 그 동기를 밝혔다. 다큐를 제작한 랜스 오펜하임 감독은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성적인 목적으로 기증에 참여하기도 한다. 성관계를 통한 자연 수정을 통한 기증만 원하는 경우가 그렇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헌혈을 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참여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