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교황 레오 14세는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이탈리아계, 어머니는 스페인계로 알려졌다. 1977년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했고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85년에는 선교사로 파견돼 처음 페루 땅을 밟았다. 이후 20년 넘게 페루에서 선교사와 주교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2023년에는 교황청 주교성 장관으로 임명돼 교황직에 한발 다가섰다. 교황청 주교성은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출신 교황의 탄생을 “이 나라에 큰 영광”이라며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지만,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 교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랜 기간 중남미의 빈민가와 로마에서 사목 활동을 해왔기 때문. 특히 페루에서 20년 이상 선교사와 주교로 활동하며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페루 출신의 아우구스티노회 소속 수사 알렉산더 램은 “페루의 다른 주교들조차 그를 ‘북쪽의 성인’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페루 당국에 의하면 “(교황이) 2015년 8월 페루 국적을 취득했으며, 유효한 시민권을 지금도 갖고 있다”고 한다.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그가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페루와 세계에 있어 역사적 순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과 페루 두 나라의 시민권을 보유한 레오 14세는 영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다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출 직후 그는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군중 환호에 화답했다. 그는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첫인사를 건넸다.
#레오 14세 이름에 담긴 의미
교황의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교황들은 자신이 본받고 싶어 하는 이전 교황들의 이름을 선택하기 때문에 이름을 보면 방향성과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레오는 라틴어로 맹수 ‘사자’를 뜻하며,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처럼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최초로 레오라는 교황명을 사용한 레오 1세(재위 440~461년)는 교회 역사상 가장 중요한 교황 중 한 명으로 ‘대교황’ 호칭을 받은 첫 번째 교황이다. 이단과 싸우고 그리스도 교리를 정립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워싱턴포스트’는 “레오 13세를 포함해 ‘레오’라는 이름을 쓴 전임 교황 13명은 개혁가들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바티칸 전문가인 토머스 리스 신부는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에는 19세기 후반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담겼으며, 교회의 사회교리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화합과 조화 추구 중도적 성향
외신들은 대체로 “새 교황이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기조를 계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난한 이들과 이민자들을 포용하는 모습이 전임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닮았다는 평가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레오 14세가 사목자로서 이민자, 빈민, 착취당하는 이들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겠지만, 전임자인 프란치스코만큼 도발적인 방식은 취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가톨릭교회 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도 전임 교황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위기 문제를 중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선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열린 환경문제 세미나에서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자연에 대한 지배가 폭압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인류는 환경과 상호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환경보호를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바티칸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한 사례를 들었다.
한편, 레오 14세가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제이디 밴스 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레오 14세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가치관 충돌이 불가피하다”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이민자 보호, 기후변화 대응, 사회 약자에 대한 포용 등에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교황직 수행과 트럼프의 정치 행보가 어떻게 맞물릴지도 주목된다.
신학적으로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레오 14세는 교계 내에서도 조정과 중재에 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은 “레오 14세는 침착하고 현실적인 스타일로 교회 내 다양한 분파 간의 균형을 잘 잡는다”며 “그의 등장은 세계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이 깊어지는 시대에 화합과 조화를 추구하려는 교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