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의 대통령이 무리하게 재선을 고집했고, 그를 둘러싼 이들이 어떻게 이를 묵인하고 조력했는지를 단계적으로 추적한 저자들은 이를 가리켜 ‘국민을 상대로 한 기만행위’, ‘정치적 사기극’으로 묘사했다. 태퍼에 따르면, 한 내부 관계자는 당시의 대통령직을 가리켜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는 바이든과 네 명의 핵심 보좌관들로 이루어진 5인 이사회 같은 구조였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취임 2년 차인 2022년부터 보좌관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인지력 문제를 겪고 있었다. 보다 결정적인 시점은 2023년이었다. 보좌관들과 가족들이 이상하게 점점 바이든을 외부인들로부터 ‘격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22년 12월 백악관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던 많은 의원들은 2023년 12월 크리스마스가 되기까지 실제로 바이든을 대면할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야 대통령을 다시 만난 의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한때 울려 퍼지던 목소리는 속삭임으로 바뀌었고, 자신감 넘치던 걸음걸이는 발을 끌며 걷는 듯한 모습으로 변했다. 어떤 의원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고,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바이든의 측근들은 이런 극적인 변화를 관리하거나 숨기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고안해 냈다. 가령, 중요한 업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만 처리하도록 시간에 제한을 뒀고, 연설문은 가능한 짧게 작성해 오랜 시간 서있지 않도록 했다. 에어포스원에 탑승할 때는 되도록 짧은 길이의 계단을 사용했으며, 영상 촬영시에는 느린 걸음걸이를 숨기기 위해 ‘슬로모션’으로 촬영했다.
심지어 2024년 초에는 아예 인지능력 검사 자체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요컨대 ‘진단을 하지 않으면, 공개할 것도 없다’라는 요지였다. 당시 바이든 주치의였던 케빈 오코너 박사는 건강 검진 후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양호하며, 올해 신체검사에서도 새로운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어떠한 예외나 보조장치 없이 모든 책임을 완수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 따르면, 임기 마지막 몇 달 동안 바이든을 중심으로 일종의 ‘오메르타(마피아의 조직보호 침묵 규약)’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바이든 가족과 최측근 보좌진은 물론이요, 미국의 좌파 성향 언론들까지 결집해 실제로는 바이든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태퍼와 톰슨은 바이든을 중심으로 뭉친 두 주요 집단을 지목한다. 하나는 가족이고, 다른 하나는 ‘폴리트뷰로’라고 불리는 측근 집단이다. 가족들은 바이든을 스스로 역사적인 인물로 여기도록 부추겼고, ‘폴리트뷰로’는 재임 중 업적을 내세우면서 그를 지지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그런 측근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들은 스필버그 감독이 ‘할리우드의 마법’으로 바이든의 불안한 고령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를 바랐다. 책에서는 이에 대해 “스필버그는 조명을 조정했고, 속삭이듯 말하는 바이든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더 좋은 마이크를 사용했다”라고 소개했다.
반면, 할리우드 배우인 조지 클루니는 용기를 내서 공개적으로 바이든을 비판하고 나선 인물이었다. 지난해 6월 LA에서 열린 민주당 후원 행사에서 바이든은 클루니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런 바이든의 모습에 클루니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좌관이 옆에서 “조지 클루니입니다”라고 귀띔하자 바이든은 그제서야 “아, 그래! 안녕, 조지!”라고 인사했다. 이런 바이든의 쇠약한 모습에 클루니는 순간 속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실은 클루니는 공개적으로 바이든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했다. 클루니의 이런 용감한 행동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클루니가 하룻밤에 30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모은 역대 가장 성공적인 민주당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했던 인물인 데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태퍼는 책에서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하원의원들보다 훨씬 더 담대한 행동이었다”고 언급했다.
태퍼와 톰슨은 가족들 가운데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로 질 바이든 여사를 꼽았다. 질은 백악관 참모들에게 자신을 ‘닥터 B’라고 호칭하도록 지시했으며, ‘바이든의 재선 출마 결정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자, 바이든의 병세 악화를 가장 강력하게 부인했던 사람’이었다. 책에 따르면, 질은 바이든의 고령이나 건강 문제를 거론하거나, 혹은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일절 무시했다.

하지만 2024년 6월, 바이든과 트럼프의 CNN TV 토론 진행을 맡았던 태퍼는 당시 눈앞에서 보았던 바이든의 충격적인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태퍼는 “바이든이 과연 90분 동안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때 바이든의 쇠퇴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취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한 그는 “건강 문제는 워싱턴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보도되지 않는 주제다. 앞으로는 불편하더라도 더 깊이 파고들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는 “만약 우리가 운이 좋아서 노년에 접어든다면, 이런 일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 99세까지 정신이 말짱한 채 평화롭게 잠들며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이건 인간 조건의 일부다. 그래서 보도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대통령이 날카롭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란 기대 또한 가질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