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바이든 측은 “암이 호르몬에 민감한 형태로 보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반해 일부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요컨대 바이든 측이 재임 기간 내내 암 투병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상태가 이 정도로 악화될 때까지 주치의가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하는 보수 인사들은 바이든 측이 그동안 국민들을 감쪽같이 속여 왔다며 의심하고 있다.

이 발언 직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지금 바이든이 방금 자기가 암에 걸렸다고 발표한 건가”라고 물었으며,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비밀리에 앓고 있는 병을 무심코 실토했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백악관 측은 즉시 해명에 나섰다. 백악관 주치의였던 케빈 오코너 박사는 바이든이 언급한 암은 대통령 취임 전에 이미 제거한 비흑색종 피부암을 의미한다고 말하면서 “이 피부암은 어린 시절 햇볕에 장시간 노출된 탓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설 도중 과거의 건강 문제를 언급했을 뿐 현재의 상태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는 것이다.
3년이 지난 현재 바이든의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 진영은 다시 이 발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이 오래 전부터 건강 상태를 숨겨왔다는 증거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도널드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X(옛 트위터)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당시에는 바이든이 암에 걸렸다고 말했을 때 모두가 실언이라며 넘겼다. 그가 명백히 치매 증상을 보일 때도 사람들은 그가 의식이 또렷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가 더 이상 쓸모없어지자 모두들 놀라는 척한다. 모두가 은폐에 가담한 것이다! 도대체 누가 나라를 운영하고 있었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또한 “내가 알고 싶은 건 박사인 질 바이든이 어떻게 남편이 5단계 이상의 암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는가 하는 것이다. 아니면 이건 또 다른 은폐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질 여사는 의학 박사가 아닌 교육학 박사다).
트럼프 역시 “질 바이든과 가족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빠르고 성공적인 회복을 기원한다”며 쾌유를 빌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은폐 의혹도 제기했다. 이를테면 왜 암이 더 일찍 발견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한 트럼프는 “이 검사는 거의 모든 건강검진 시 표준으로 진행된다. 우리에게는 백악관을 비롯해 훌륭한 의료진들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9점에 이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왜 진작 대중이 그 사실을 몰랐는지 놀랍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본인보다도 참모진과 의료진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그는 “이건 심각한 문제다. 세계 최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의 ‘핵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다”라면서 단순히 정치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전 백악관 주치의이자 텍사스주 하원의원인 로니 잭슨은 바이든의 의료팀이 암을 몰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백악관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면 바이든의 주치의는 세계적 수준의 의료 서비스보다는 정치적 은폐를 돕는 데 더 신경을 쓴 것에 다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 우파 인플루언서인 베니 존슨은 “대통령 재임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은폐”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는가 하면,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바이든은 오래 전부터 말기 암이었다. 단지 비밀로 했을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시 백악관 참모들은 내내 ‘대통령은 건강하고 직무에 적합하다’고 당에 알려왔다. 하지만 우린 결국 속았던 거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에서 바이든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딘 필립스 전 하원의원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암 진단 사실을 밝힌 시점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수 평론가 피어스 모건은 “바이든의 건강 문제를 조롱하거나, 혹은 기뻐하거나, 정치적 도구로 삼는 끔찍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 그건 악마와 다름없다”고 비난하면서 “그는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최소한의 존중은 하자”라고 당부했다.
전문의들의 의견은 어떨까. 다수의 의학 전문가들 역시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요컨대 “미국 대통령을 담당하는 경험 많은 의료진들이, 그것도 정기 검진을 받는 고령 환자에게서 이처럼 심각한 단계의 암을 놓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일부 의료 전문가는 전립선암이 일반적으로 다른 암보다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바이든이 이 병을 수년간 앓아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자신은 물론, 의료진, 가족, 보좌관들 모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자문위원회 위원이자 저명한 종양내과 전문의인 지크 에마누엘 박사는 MSNBC의 ‘모닝조’에 출연해서 “바이든은 최근 100~200일 사이에 암에 걸린 게 아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아마도 2021년 임기 초반에도 이미 암에 걸려 있었을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 큰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그는 “그렇다고 음모론을 두둔하는 건 아니다. 바이든이 암에 걸린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혹은 몰랐는지는 나도, 그들도 모른다”면서 “내 발언은 대통령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런가 하면 스탠퍼드 의과대학 전 교수이자 암 연구자인 스티븐 콰이 박사는 “바이든의 의료진들이 현직 혹은 전직 미국 대통령의 전립선암 징후, 예를 들어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정기적으로 검사하지 않았다면 그건 의료 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따라서 그는 백악관 재임 기간에 이미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인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립선암은 남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이며, 일반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PSA 수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초기 단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PSA 수치가 높게 나오면 전립선암 또는 기타 전립선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2023년 진행된 다섯 시간가량의 인터뷰 후 허 검사는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은 동정심 많고 선량한 노인이지만, 기억력은 매우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허 검사는 결국 바이든의 기밀문서 취급 문제에 대한 기소를 권고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배심원단이 바이든을 기억력이 나쁜, 동정심을 자아내는 고령의 노인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바이든은 인터뷰 당시 부통령직을 언제 그만두었는지, 아들 보가 언제 사망했는지 등 주요 날짜를 기억하지 못했으며, 횡설수설하거나 때로는 말없이 긴 침묵을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암 투병 은폐 의혹을 반박하는 의견도 다수 있다. AFP와 인터뷰한 일부 종양학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되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분명 예외도 존재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프랑스 귀스타브-루시 연구소의 종양 전문의 나타샤 나운 박사는 “빠르게 진행되는 공격적인 형태의 암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 설령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손쓸 수가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의 종양학자인 러셀 파친스키 역시 AFP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매년 실시하던 정기적인 PSA 검사를 중단했을 수 있다. 그러던 중 배뇨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진행했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아니면 PSA를 많이 분비하지 않는 유형이었을 수도 있다. 만일 PSA 수치가 정상이었다면 전립선을 추가로 검사하거나, 생검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70세 이상 남성에게 PSA 정기 검사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고령의 남성에 대한 검진이 잘못된 양성 반응(가짜 양성)을 불러일으켜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추가 검사로 이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부작용이 있는 치료를 받게 될 위험이 있어서다.
아무리 정기 검진을 받는다 해도 암 징후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버드의대 비뇨기암 전문가인 마크 B. 가닉 박사는 “전립선암 환자들 가운데 증상이 없는 경우는 많다. 대부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병원을 찾았다가 발견된다. 중증으로 발전한 후에 발견되는 경우는 예전보다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존스홉킨스대학의 종양학 교수인 오티스 브라우리 역시 “바이든이 대통령 재임 중 받았던 전립선 검사나 선별검사에서 암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은 자주 발생한다”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았음에도 전이성 전립선암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는 있다. 이것이 전립선암 검사의 한계다”라고 밝혔다.
전립선암 생존율은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유럽의 한 연구는 글리슨 점수 9점을 받은 남성의 10년 생존율이 최대 74%라고 보고한 바 있다. 존스홉킨스대 큐르틸랜드 드빌 박사는 CNN의 ‘어얼리 스타’를 통해 “분명히 치료는 가능하지만, 완치는 어렵다”고 말하면서 “진단 당시 이미 전이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30~40%”라고 덧붙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