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이번 선거를 두고 ‘부정선거’라거나, 혹은 야당이 보이콧한 ‘반쪽짜리 선거’라는 등 의혹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혹과 불만의 배경에는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한 여당의 횡포와 이미 지난해 대선에서 미심쩍은 결과를 받아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투표 의지 상실이 있었다.

이에 최악의 선거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지만,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이마저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인 ‘메가아날리시스’의 경우, “실제 투표율은 12.5%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는가 하면, 또 다른 여론조사업체인 ‘델포스’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16%였다”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선거 전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를 들었다. 당시 투표 의향을 밝힌 유권자는 15.9%에 불과했으며, 이 가운데 74.2%는 통합사회주의당 및 그 연합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에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역시 “국민의 85%가 실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거들고 나섰다.
실제 투표소 현장의 분위기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각 투표소에는 유권자보다 현장을 지키는 군인이 더 많았다. 몇 시간 동안 줄을 섰던 지난해 대선의 뜨거운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투표소가 텅 비어 있었는데도 선관위는 투표율이 4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장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또한 “투표소에는 유권자보다 현장을 지키는 군인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이렇게 저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트럭 운전사인 카를로스 레온은 “나는 투표하지 않겠다. (선거당국을) 믿지 않는다. 그들이 투표 결과를 존중하지 않을 것 같다. 모두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일어난 일을 잊지 않고 있다. 슬프지만 사실이다”라고 비난했다.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카르멘 메디나 역시 “지난 대선 때 그들은 우리를 조롱했다. 투표로는 더 이상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투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환호는 곧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투표 결과가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선거 당국이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돌연 마두로의 3선 승리를 발표해버린 것. 마두로의 득표율은 51%였다. 이에 야당이 반발했지만 친여권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져 있던 대법원은 “개표 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마두로의 승리를 확정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믿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백 명이 구금되고 28명이 사망했다. 우루티아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 스페인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이처럼 부정선거 논란이 확산된 배경에는 마두로 정권의 입법부 및 사법부 장악이 있다. 5년 전 총선 당시 69%의 득표율로 입법부를 장악한 마두로 정권은 이번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었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부 역시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는 2004년,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사법개혁을 빌미로 여당이 장악한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도록 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린 차베스는 이렇게 늘린 12명 전원을 친정부 인사들로 채웠다. 그리고 2022년, 대법관 수는 다시 20명으로 줄었지만 역시 친정권 성향의 대법관들이 자리에 앉긴 마찬가지였다.
정권에 반대하는 야권 인사들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고, 출마를 원천 차단한 것도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낮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실제 마차도의 측근이자 현 야권 지도자인 후안 파블로 과니파를 비롯한 반정부 인사 70명은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선거 방해 음모’ 및 ‘테러 음모’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요컨대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주요 시설에 폭탄을 설치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였다.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독일, 세르비아, 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참관인 70여 명도 내정 간섭 혐의로 연행됐다.

투표율이 저조했던 또 다른 이유가 야권의 내부 분열과 전략 실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표 참여는 독재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이유로 투표 거부를 촉구한 마차도 진영과 “보이콧은 오히려 마두로에게 기회를 줄 뿐”이라며 투표를 독려한 엔리케 카프릴레스 진영이 갈라져서 대립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카프릴레스는 선거 직후 X(옛 트위터)에 “(야권 패망은) 예상된 결과였다. 기권하고, 그 기권을 부추긴 사람들이 (마두로의) 승리를 도왔다”라고 맹비난했다.
두 차례 대선에도 출마한 경험이 있는 카프릴레스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설령 선거가 조작된다고 해도 투표를 통해 야권의 결속력을 다지고 다음 싸움을 위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후보자들의 출마와 투표를 촉구했다. 선거 전 인터뷰에서도 그는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침묵 속에 있는 것으로 어떻게 마두로 정권을 이긴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반해 마차도 진영은 투표 전 지지자들에게 “거리를 비워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투표소에 가지 말 것을 촉구했다. 마차도는 “이 침묵은 항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선거는 대국민 사기극이며,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게임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선거에 참여하는 자들이 정권에 협조하는 배신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우루티아 역시 “이번 보이콧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언이다. 변화와 존엄, 미래를 향한 우리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런 까닭에 이번 투표는 야권 내에서 투표 참여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일부 야당 세력은 선거에 참여하고, 다른 일부는 불참을 주장하는 등 전략의 일관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셈이다. 그리고 야권의 이런 분열된 모습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는 정치적 피로감과 실망으로 다가왔다.

거리에서 음료와 간식을 팔고 있는 알렉산더 아수아헤는 지난 대선에서 우루티아에게 한 표를 던졌다. 2018년 시위에 참여했다가 2개월간 투옥되기도 한 그는 이제 야권에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나는 더 이상 폭력도, 정치적 대립도 원치 않는다. 지금 내가 바라는 건 단지 안정이다”라는 바람을 나타낸 그는 다음과 같은 의지를 밝혔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주일에 최소 130달러(약 17만 원) 아니면 150달러(약 20만 원)라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나는 투표를 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투표하지 않으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