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시험대는 6월 18일로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대법원이 5월 1일 2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건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5월 15일 첫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대선 직후로 기일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기일을) 변경한다”고 했다.
파기환송심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대법원 결정에 기속된다.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원칙적으론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경우 대통령직 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장동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 위증교사 사건 역시 재판부가 대선 이후로 기일을 미뤘다. 대장동 재판은 6월 24일 공판이 열린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재판은 공판 준비기일이 잡혀 있다. 공판 준비기일엔 피고인의 참석 의무가 없다. 대선 전 대법원은 재판 속개 여부에 대해 “해당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대 쟁점은 재판의 진행 여부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피고인 신분의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진행 중인 재판’을 소추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이를 놓고 상반된 시각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다만, 법조계에선 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헌법 84조는)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즉,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재량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이제 임기가 시작한 대통령, 그것도 원내 다수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재판에 출석시키는 게 가능해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자는 분위기다.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추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우선, 민주당은 5월 7일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 재직 기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중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거쳐 시행되면 이 대통령 재판은 중단되거나, 이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에 대해서만 심리가 열리게 된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대법관 증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6월 4일 국회 법사위는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1년에 4명씩, 4년간 늘리되 법률이 공포된 뒤 1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1년에 4만 건에 달하는 대법원 상고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선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이러한 움직임을 ‘입법 독재’로 규정, 모든 수단을 강구해 막겠다며 벼르는 모습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6월 4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서 이 대통령에게 “여당이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매우 심각히 우려된다”고 직격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을 위해선) 서로 우려하는 바를 권력자가 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이 대통령을 위한 법에 불과하다고 맞선다. 대법관 증원도 ‘이재명 구하기’ 연장선상으로 본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대선 전 파기환송심으로 판세를 흔들었던 대법원에 대한 괘씸죄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면서 “대법원 힘을 빼려는 걸 넘어, 장기적으로 대법원을 장악하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친 민주당 성향 대법관들이 대거 대법원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정부 초반부터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놓고 여야가 충돌할 것으로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이 대통령 국정 운영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진영은 물론 무당층에서의 ‘이재명 비토기류’ 기저엔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 측은 “윤석열 정부 검찰의 표적 수사에 따른 부당한 재판”이라고 항변해왔지만, 외연 확대를 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민주당에서도 이 대통령이 선보일 여러 민생·경제 정책, 개혁 드라이브, 통합 방안들이 자칫 사법리스크 공방으로 상쇄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여론 역시 부담이다. KBS·MBC·SBS 지상파 3사가 6월 3일 5190명을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심층 출구조사(오차 한계 95%, 신뢰수준 ±2.2%포인트)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3.9%는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 답했다.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25.8%였고, 10.3%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