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건은 득표율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될 경우 ‘국정 엔진 동력’을 풀가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행정부와 입법부 고삐를 강하게 잡으며 막강한 국정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2위 후보와의 표 차이도 관전 포인트였다. 과반 득표율에 10%포인트(p) 이상 차이 나는 격차를 벌린다면, 이 대통령에게 돌아갈 권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는 타이트한 승부가 펼쳐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득표율 49.42%를 기록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41.15%(1439만 5639표)를 득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8.34%(291만 7523표)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다. 김 후보와 이 후보 득표율을 합산한 수치는 49.49%였다. 이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보다 미세하게 높은 수치다.
정치권에선 최종 득표율과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차이가 났다는 점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한국방송협회와 진행해 6월 3일 투표가 끝난 직후 발표한 제21대 대선 출구조사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51.7%,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39.3%,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7.7%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열린 18~20대 대선에서 출구조사 예측은 모두 적중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8만 146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0.8%p다. 이 대통령과 김 후보의 득표율은 오차범위를 한참 벗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민주당 한 인사는 “내란을 심판하는 정치 지형에서 펼쳐지는 선거인 만큼, 과반 득표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봤다”면서 “방송 3사 출구조사와 종편 예측조사에서 50% 과반 득표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과반 득표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이 대통령 과반 득표를 막아야 한다는 심정이 절실했다”면서 “정권 초반 국정 동력이 대선 득표율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 이 대통령에 대한 견제심리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부각되면서 보수 결집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이번 대선은 민주당 후보가 60% 이상을 득표해도 국민의힘에서 할 말이 없는 선거였다”면서 “그런데 이 대통령과 진보 인사들을 둘러싼 각종 설화를 비롯해 사법리스크 관련 부정적인 인식이 과반 득표를 저지한 격이 됐다”고 바라봤다. 그는 “높은 투표율이 이 대통령 최다 득표 기록을 세우는 데 일조했지만, 동시에 과반 득표를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지자 중 42.7%가 재판을 계속 해야 한다고 했고, 44.4%는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87.5%가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7.8%에 불과했다. 과반이 훌쩍 넘는 응답자가 이 대통령 재판 속개에 힘을 실은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득표율 출구조사가 이 대통령 득표율을 더 높게 예측했음에도, 재판 진행 속개 여부엔 과반이 찬성 입장을 내비친 것과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앞서의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라면서 “출구조사 예측치가 이 대통령에 다소 유리하게 나온 것에 비춰보면, 이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부류와 ‘내란 심판’ 차원으로 이 대통령을 뽑은 부류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심은 ‘내란 심판’에 무게를 실었지만, 그렇다고 이 대통령에게도 ‘압도적 지지’를 보내진 않았다. 서울, 충북, 충남 등 주요 승부처에서 이 대통령과 김 후보 득표율 차이가 5%p 미만인 점도 조명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초반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심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친명 그립감’이 약화할 전망까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받는 강훈식 의원을 임명했다. 대통령실 수석 하마평 역시 친명 인사 위주가 아니다. 친명계의 일선 배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대선 득표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이 대통령이 6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면서 “상당히 유리한 구도에서 50% 득표율을 넘기지 못했고, 김문수 후보와 격차도 10%p를 넘어서지 못한 부분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바라봤다.
채 교수는 “이기긴 이겼는데, 압승은 아닌 상황”이라면서 “내란 세력에 대한 심판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이재명 포비아’ ‘이재명 독주체제’에 대한 견제구가 던져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민심이 이 대통령 50% 득표를 허락하지 않은 것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을 강조하는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독주를 허락하지 않는 민심이 득표율에 담겨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