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명심’을 놓고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도 ‘명심’ 마케팅을 시작한 모습이다. 모두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3선 김병기 의원이다. 김 의원은 6월 5일 “이 대통령과 그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당원과 국민 앞에 분골쇄신해 소임을 다하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빠른 민생경제 회복, 완벽한 내란 종식, 검찰·법원·언론개혁 등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공약이다.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이다.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당대표 1기 시절에는 수석사무부총장을 맡았다. 22대 총선에서는 후보자 검증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일명 ‘비명 학살’이라고 불리는 친명계 중심 공천 때 핵심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곁을 지킨 일화도 있다. 2022년 6월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재선의원 모임 이름으로 ‘이재명 전당대회 불출마 촉구’ 입장을 밝혔다. 대선과 지선 패배에 책임을 지라는 명분이었다. 이때 재선의원 48명 중 유일하게 반대 의사를 밝힌 인물이 김 의원이다. 그는 “책임이 없는 사람들은 전면에서 뛰지 않았다는 건데 열심히 뛴 사람보고 불출마하라는 건 부당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의원은 4선 중진이다. 그만큼 국회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법제사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방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를 경험했다. 행정안전위원장도 역임했다. 민주당 공격수 역할을 자처하며 강골 이미지를 굳혔다. 서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때 선출된 박영선 전 원내대표 이후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된다.

3선의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후보군이다. 2024년 8월 이재명 당대표 2기 때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됐다. 당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재명 당시 대표가 탕평 인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대선에서는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았다.
정치권에선 ‘명심’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지만, 원내대표 선거 특성상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앞서 국회의장 선거 때 우원식 의장이 추미애 정성호 조정식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성호 의원은 친명 좌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추미애 의원은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이재명 일극 체제라고 하는데 사실 일극 체제가 아니었다. 그랬으면 우원식 국회의장이 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선 다양한 계파에 소속된 의원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겉으로는 ‘이재명 일극체제’로 보이지만, 안에는 다양한 계파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청와대로 대변되는 새로운 권력 축과 소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의힘 등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협상력이 좋고 인망이 두터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는 협상할 시간이 없다’는 강경론도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내홍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가 정해질 때까지 필요한 법안에 대해 협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재명 정부 초반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를 잇는다.
앞서의 보좌관은 “옛날 노무현 대통령도 기다려줬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도 밀어붙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개혁도 못 하고 권력도 갖지 못하고 5년 흘려보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것을 절대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부 수습을) 기다리다가는 경제 폭망한다. 아마 대통령 측에서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원내대표를 원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보좌관은 “아직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다들 눈치 보는 중이다. 당분간은 다들 한 군데(대통령)만 쳐다볼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원내대표 선거와 더불어 당권 경쟁도 시작된 모습이다. 당대표 후보군에는 박찬대 현 원내대표와 정청래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재명 당대표 1기 때 최고위원을 맡았다. 2기 때는 원내대표를 지냈다.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검찰, 법원 등과의 싸움을 주도했다. 대선에서는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사령탑 역할을 수행했다.
4선 정청래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주당의 주요 쟁점 법안 통과에 앞장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언변으로 누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국회 탄핵소추단 단장을 맡았다.
당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는 8월 열릴 예정이다. 수석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가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총리에 지명되면서,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민주당 권력 지형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모습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