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4일 11부작 전편이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은 10년 전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와 그를 범인으로 의심해 온 형사가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을 파헤치기 위해 공조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추리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다. 극 중 김다미는 10년 전 자택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 삼촌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가 된 윤이나 경위를 연기했다. 현장에서 나오는 증거물과 관계자들의 증언만으로 척척 사건을 분석해 내는 모습은 ‘명탐정’에 가깝지만, 동시에 직설적인 어투와 남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 태도로 쉬이 다가가기 어려운 면모도 갖춘 인물이다.
“이나는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좀 더 감정적으로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하고, 말투도 약간 직설적으로 하려고 했죠. 아무래도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서도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라 이나가 가진 높은 톤이라든지, 이런 캐릭터성 탓에 시청자들이 이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때 윤종빈 감독님이 ‘그건 이나만의 특성이고, 그가 가진 매력’이라고 말씀해주셨죠. 그런 인물이 이 이야기에 들어감으로써 줄 수 있는 새로운 지점들이 있다는 감독님 말씀을 믿고 따랐더니 캐릭터가 잘 완성될 수 있었어요.”

“겉으론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인간에 대한 사랑이 많은 인물이에요. 그래서 어린 시절 내게 유일한 어른이었던 삼촌이 죽자 그 범인을 꼭 내가 잡아야 하고 내가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그런 삼촌에 대한 사랑이 이나로 하여금 삼촌이 죽은 그 집에 계속 머무르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나를 소시오패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어요. 누구한테든 사랑을 받고 싶지만, 반대로 자기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겉으로 겹겹이 두르고 가시를 세우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정했죠.”
그런 이나가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는 데엔 그를 10년 동안이나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해 왔던,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수사 공조 파트너가 된 형사 김한샘(손석구 분) 경위의 활약이 컸다. 10년 간 묵혀 온 의심이 아직 남아있는 데다 자꾸만 선을 넘는 이나의 태도 탓에 분통터져 하면서도 사건의 진실을 향해 함께 걷는 한샘을 통해 이나에게도 인간성과 ‘사회성’이 조금씩 덧씌워졌다. 제작발표회에서도 두 캐릭터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가 강조됐던 것처럼 작품 공개 이후에도 이들의 관계성과 이를 통한 성장은 많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낳게 했다.
“한샘과 이나는 정말 묘한 관계예요. 한샘 같은 경우는 이나를 10년 동안 의심하다가 공조에 이르게 되는데, 그렇게 스며드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손)석구 오빠와 정말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요. ‘이 포인트에선 웃어도 되지 않을까?’ ‘여기선 서로 터치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지점들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갔죠. 중반부에 둘의 관계가 러브라인처럼 보인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의도하진 않았어요. 다만 이렇게 정이 들다 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시청자분들이 다양하게 느끼실 순 있겠다 싶었죠.”

“석구 오빠는 뭘 하나를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 파고들면서 연기하시는 분이에요. 그만큼 캐릭터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다양한 시선들을 많이 보려 하시고요. 저도 현장에서 그런 지점들을 보며 정말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요. 대본에 써 있는 것과 다르게 실제로 오빠가 연기로 보여주는 느낌이 새롭게 다가오는 게 많았거든요.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참 재미있었고,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상대 배우 만큼이나 김다미 역시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해석과 분석을 통해 연기를 완성해내는 것으로 대중들에게 깊은 믿음을 주는 배우다. 영화 ‘마녀’(2018)의 인간병기로 시작해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천재 소시오패스,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 속 담담하지만 현실적인 사랑을 그려낸 청춘에 이르기까지. 김다미가 출연하는 작품이라면 믿고 볼 수 있다는 확신은 7년이란 시간을 거쳐 대중의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올 하반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와 JTBC 토일드라마 ‘백 번의 추억’의 공개를 앞두고 있는 김다미는 이 같은 확신이 자신이 아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오롯이 집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는 성격이 내향형이고, 말도 잘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대중들이 보시기에 저보단 캐릭터로서의 면모가 먼저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래도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연기니까, 대중들이 어떤 작품을 보셨을 때 저 말고 캐릭터로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간적인 저를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할까요(웃음). 그러면서도 제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연기로 깨고 싶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어요. 아직 사극도 못해 봤고, 엄청 어두운 캐릭터도 못해 봤고,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으니 앞으로도 이런 것들을 깨 나가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겠죠(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