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은 10년 전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와 그를 범인으로 의심해 온 형사가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을 파헤치기 위해 공조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추리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다. 극 중 손석구는 살인사건 피해자의 조카이자 목격자인 윤이나(김다미 분)를 10년 동안 진범으로 의심해 온 집념의 형사 김한샘을 연기했다.
“시청자 분들이 한샘을 보면서도 정말 다양한 추리를 해주시더라고요. 한샘이 문신을 새긴 이유라든지, 카레라이스를 먹이러 자기 집에 데려왔던 옛 친구라든지, 그런 배경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고 ‘한샘 범인설’을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사실 시청자 반응을 접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하고 많이 다르구나’라는 걸 느꼈던 게, 저한텐 그런 추리력이 없었거든요(웃음). 대본을 읽으면서도 스토리상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고 가는 설정이 있다 하면 저는 그걸 믿어 의심치 않아요. ‘아니 어쩌려고 벌써 범인이 나오지?’ 하면서 보다가 나중에 가서야 아니란 걸 깨닫죠. 열 번 속이면 열 번 다 속는 타입이에요(웃음).”

“이 이야기 자체를 마냥 현실적인 톤 안에 넣었다면 지금 같은 매력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현실에서 조금 떠 있게, 혹은 많이 떠 있게 만드는 그사이의 설정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샘이 입고 다니는 착장 같은 것도 그런 게, 일반적인 형사라면 누가 저런 비니를 쓰고 누가 저런 코트를 입겠어요(웃음). 하지만 그 부분을 너무 평범하게 했다면 이 작품의 결하고도 잘 맞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단 한 사람을 범인으로 믿으며 달려온 한샘이지만, 같은 시간 그와 달리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프로파일러의 자리까지 오른 이나의 진심을 마주하면서 이들은 공조하게 된다. 추리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탐정인 동시에 사회성은 턱없이 부족한 이나와 그런 그에게 분통 터져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감겨 들어가는 한샘의 ‘티키타카’ 케미스트리는 ‘나인 퍼즐’ 시청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지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의 겉에 깔린 것은 추리이다 보니 그 과정이 가장 재미있어야 하는데 한샘과 이나가 주고받는 순한 맛의 드라마도 그 안에 깔려있거든요. 수사는 어떤 사람이든지 할 수 있지만 이런 케미스트리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캐릭터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한샘이 마냥 한쪽으로만 향하면서 무겁기만 한 캐릭터면 안 되고, 이나와 있을 땐 걔 때문에 약이 오르기도 하고 질투도 하는 면모를 보여야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그런 면모들을 다 충족시켜줄 만한, 내 안에 내재된 말투나 보이스 톤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아 놔야만 했죠.”

“한샘과 이나의 케미스트리를 만들 때 제가 (김)다미한테 디테일한 걸 정말 많이 물어봤어요. ‘나 목소리랑 말투 어떻게 해?’ 그러면 다미도 정말 디테일하게 대답해 줬죠(웃음). 다미는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명확한 배우예요. 그리고 자기한테 어울리는 걸 딱 골라서 의심하지 않고 그걸 쭉 밀고 들어가죠. 그랬기에 지금의 김다미란 배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친구가 하는 모든 게 김다미란 배우의 인풋이 되거든요. 자기에게 분명한 확신이 있다는 것, 저는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서른밖에 안 됐는데도 참 멋있는 친구죠.”
모든 현장이 ‘배움터’고, 모든 상대 배우들이 ‘스승’이라는 손석구가 만들어 낸 연기 세계는 여성 팬들뿐 아니라 남성 팬들에게도 비슷한 크기의 사랑을 받아내고 있었다. 여성 팬들에겐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의 구 씨가, 남성 팬들에겐 영화 ‘범죄도시2’(2022)의 빌런 강해상이 각각 배우 손석구를 향한 호감의 시작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은 애정을 받는 배우라는 건 작품 제작진들에게 있어서도 흥행을 위해 결코 놓칠 수 없는 ‘대어’라고 읽히기도 한다.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8 시즌2’로 데뷔한 뒤 한순간도 쉼 없이 8년을 달려온 데에도 이런 이유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어떤 작품이든 흥행에 제 지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 제 입으로 겸손하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요(웃음). 요즘 정말 많은 작품이 나오는데 그 안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벅찬 일인 데다 매번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그냥 같이한 사람들한테 고맙고, 저를 써주시는 분들께 고맙죠. 작품을 한두 개씩 더 할수록 ‘나 때문에 잘됐다’는 착각은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커리어 초반에는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작품의 흥행이란 게 한 사람만의 기운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