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7일 전역하는 상무 선수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이는 NC 다이노스의 좌완 에이스 구창모다. 구창모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후 2020시즌 7월 말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고,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며 NC의 창단 첫 우승에 힘을 보탰다.
최고 시속 150km를 넘는 정상급 구위를 뽐내며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덕분에 NC 이호준 감독은 구창모가 ‘건강만 하다면’이란 전제 조건을 내세우며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의 전역을 목을 빼고 기다렸다.
그러나 2023년 12월 상무에 입대한 구창모는 오랜 재활이 이어지면서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올해 4월 2일 퓨처스리그 삼성전에 등판했다가 강습 타구를 맞고 통증을 호소했던 그는 6월 12일 상무 소속으로 70일 만에 퓨처스리그 실전 등판에 나섰다. 다행히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는데 구창모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무 박치왕 감독은 구창모가 전역 후 곧장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데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창모가 상무 입대 후 처음에는 선발 투수에 맞는 루틴을 준비하려 했는데 근력이 부족해 보였다. 그러던 중 4월 2일 삼성전에서 타구를 맞고 공을 던지지 못했다. 피칭은 못했지만 웨이트트레이닝과 근력 운동에 집중하면서 몸 상태가 좋아졌고, 지금 공을 던지는 데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전역 후 바로 선발로 나서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투구 수가 많지도 않고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지도 못했다. 구창모의 소속 팀에서 잘 판단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선발은 내년부터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2023년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 멤버인 상무 이정용은 6월 12일 퓨처스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정용은 최근 퓨처스리그 3경기 연속 무실점을 올렸고, 피안타와 볼넷 없이 4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던 이정용은 올 시즌 11경기(8선발) 40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이정용이 허리 부상으로 고전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직은 100%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지만 상무에서 몸을 잘 만든 만큼 소속팀에 복귀해서 좋은 역할을 해주기 바랐다.
박치왕 감독은 구창모, 이정용, 배제성(KT) 등이 상무 입대했을 때만 해도 마운드 전력 강화에 내심 기대가 컸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이 부상과 재활 등의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다른 선수들이 많은 공을 던지게 됐고 피로가 쌓였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다양한 형태의 부상과 재활을 거치는 선수들이 몸을 만들어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든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공을 잘 던지고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선수 스스로 ‘관리’라는 틀에 갇힐 때가 있다. 행여 부상이 재발될까 싶어 소극적으로 움직인다. 보다 높은 강도로 재활 훈련을 소화하고, 근력을 쌓아야 하는데 그 과정을 놓치는 걸 보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소속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다 상무에 입대한 선수들은 이후 소속팀의 주요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박 감독은 구단들마다 선수 관련 이런저런 ‘민원’을 넣는다고 귀띔한다.
“어떤 팀은 투구수와 등판 일자까지 조정해 달라고 부탁한다. 외부에서는 상무에 간 선수들이 몸 관리하러 들어간 거냐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하는데 이런 복잡한 상황들이 꽤 부담을 안겨준다. 우리는 스타플레이어 출신보다 상무에서 몸 아끼지 않고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팀도 계속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상무 입대를 재활과 몸 관리하는 과정으로만 여기면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그동안 상무를 거친 수많은 선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삼성의 구자욱을 꼽았다. 대구고 출신의 구자욱은 2012년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삼성에 지명됐고, 1군 데뷔 없이 2군에서 뛰다 2013년 상무 입대를 결정했다. 2014년 9월 전역 후 2015시즌에 1군에 데뷔했고, 지금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구자욱은 처음 상무 입대했을 때 수비가 전혀 안 되는 선수였다. 그래서 당시 구자욱에게 실책을 수백 개 해도 괜찮으니 그냥 사회인 야구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하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구자욱이 외야수로 나서길 싫어했다. 하지만 삼성으로 복귀했을 때 경쟁력을 키우려면 외야가 구자욱에게 맡는 자리라고 판단해 계속 외야를 맡겼다. 구자욱은 제대 후 여러 포지션을 거쳐 삼성의 외야 백업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았고, 2015시즌 신인왕을 수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자욱이 전역 후 삼성에서 보인 활약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 사람이 바로 나였다.”
송승기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에 뽑혔지만 상무 입대 전까지 1군 성적이 8경기 9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송승기는 상무 입대 후 몸과 마음을 모두 변화시켰다. 전보다 백스윙을 크게 하는 방식으로 투구 동작을 바꿨고, 구속도 시속 140km대 초반에서 최고 구속을 시속 148km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20경기 11승 평균자책점 2.41, 탈삼진 121개로 3관왕에 오른 후 제대했다.
송승기는 올시즌 LG 5선발로 경기에 나서 12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2.30을 올리며 LG가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상무에서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KBO리그에서 마법 같은 반전을 이뤘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송승기는 5선발이 아닌 거의 2선발급의 활약을 펼치며 염경엽 감독의 무한 칭찬을 이끌어내는 중이다.
박치왕 감독은 그동안의 경험상 상무 야구단의 규정을 잘 지키고 군 생활을 성실하게 이행한 선수들이 전역 후 야구선수로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LG 송승기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