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과정에서 의정부시는 '법적 안정성 확보'를 이유로 사업 철회를 택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형사 재판에서 전 간부 B 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감봉 3개월 처분에 대해서도 1·2심 모두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국방부의 조건부 동의를 허위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의 반려 결정 자체에 대해 해당 민간사업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지난 2월 서울고법은 "감사원 지적만으로 반려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감사원 지적에 따른 성급한 사업 철회가 오히려 행정 신뢰를 흔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원이 시의 처분에 제동을 걸었음에도, 의정부시는 이후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해당 부지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캠프 잭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대 중반부터 행정복합타운, 혁신성장 플랫폼, 첨단 바이오단지 등 수차례 개발 구상이 바뀌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바이오단지 구상 역시 토지 매입비만 9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돼, 시 단독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 국비나 도비 확보는 요원하고, 민간 유치도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개발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시민들의 기대는 커졌지만, 매번 구상 단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캠프 레드클라우드 부지는 안병용 전 시장 재임 시절 국가물류단지 조성 구상이 추진되며,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가물류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승인까지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민선 8기 들어 김동근 시장은 기존 계획을 대신해 ‘디자인클러스터’라는 새로운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시는 이 변경안을 행정안전부에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으로 제출했으나, 2023년 행안부는 이를 불승인했다. 결과적으로 의정부시는 국가 차원의 승인을 얻은 기존 물류단지 계획을 스스로 철회하고, 새로운 구상으로 전환을 시도했다가 중앙정부의 제동에 직면한 것이다.
이후 시는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을 재추진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을 일부 존치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국방부와 협의 중이며, 2024년 8월에는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시는 해당 부지에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이나 활용 가능한 시설을 선별해 국방부에 철거 제외 요청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전체 개발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예산 확보 방안 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지호 시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가가 인정한 물류단지를 접고, 아무 준비 없이 디자인클러스터를 추진했다는 건 행정적 과오"라며 "시정의 일관성과 실현가능성이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 자문위원 수당이 예산의 30%를 차지하는 구조까지 만들었다면, 정책보다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금오동·호원동·가능동 일대 미군 기지 인근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주민들은 그동안 소음, 환경오염, 재산권 제한 등 복합적인 피해를 감내해왔다"며 “반환 이후에는 변화를 기대했지만, 아무 진척도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피로감과 행정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 보호구역, 과밀억제권역, 개발제한구역 등 중첩된 규제로 인해 전반적인 개발 여건 자체가 크게 제한된 상황이다. 인프라 부족과 경제 불황으로 초기 민간 자본 유치에도 대부분 실패했다. 김지호 의원은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의정부시 단독이 아닌,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며 "기지별 개별 대응을 넘어서, 통합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정부시는 반환 미군 기지 개발의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시는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공모에 응모해,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미디어콘텐츠·AI 산업 중심의 비즈니스 허브로, 캠프 카일을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계획을 제안한 바 있다. 관련 심사가 현재 진행 중이며, 상반기 중 후보지 선정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미군은 떠났고 행정은 움직였으며 시민은 기대했다. 그러나 반환기지들은 여전히 철문 안에 갇혀 있다.
김영식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