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미 국무부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중동에서 촉발된 긴장이 한반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북핵 문제’가 다시 국내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미국 정부에 대해 경계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의 비핵화 협상 요구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요신문i’는 남북·군사 분야 전문가인 김도균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을 만나 중동발 위기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전략 구도와 이재명 정부의 적절한 대응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김 전 사령관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국방부 대북정책관으로서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남측 수석대표를 맡아 ‘9·19 남북군사합의’를 주도한 인물로, 이재명 정부가 임명할 첫 국방부 차관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북한은 중동 사태를 보면서 비핵화 협상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군사적 긴장도를 낮추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23일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타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미국이 만약 북한을 일방적으로 선제 타격한다면 그것은 한미동맹을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타격은 제2의 6·25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 아무튼 한반도를 파멸로 이끄는 일이기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북한은 미국의 이번 이란 핵시설 공습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중동 사태를 바라보는 북한의 시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북한의 입장은 사뭇 다를 것이다. 북한은 이번 중동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핵 보유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굳혔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거 핵 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핵을 폐기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사례를 보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핵무기와 같은 강력한 수단이 없다면 언제든지 적의 도발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절실히 인지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경각심과 두려움도 느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미국의 이란 타격이 ‘다음 목표는 북한’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더 신중히 행동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란과 전략적으로 연대하며 독자적 외교 노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이 우리에게 실제적 안보 위협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자 이란은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했다. 카타르 입장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았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과의 위협적 갈등 상황에서 주한미군기지 등 한국 내 미국 관련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는다면 이는 한국에 대한 공격과 다름없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시나리오다. 한반도에서도 카타르와 같이 돌발적인 군사적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북한의 수사적 위협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간 미국이 북한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이번에 거꾸로 활용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는 미국이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붙일 자격이 있느냐’는 식의 역공을 펼치는 것이다. 새로운 레토릭(수사학·문장 표현의 기교) 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의 대미 협상 태도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나.
“북한의 협상 태도가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과거 싱가포르(2018년)나 베트남 하노이(2019년)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봤듯 협상이라는 것은 양측이 서로의 국익과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과정이다. 미국과 북한은 당시 각각 원하는 것을 상대가 충분히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북한은 유엔 제재 완화나 해제를 원할 것이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다면 이 같은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새로운 타협점과 접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중동 사태 후 북한은 더욱 신중하고 현실적으로 협상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비핵화하기) 굉장히 어렵고 시간과 전략이 필요한 과제다. 북한 입장에서 핵은 사실상 자신들의 ‘마지막 체제 생존 수단’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체제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대체 수단이나 대안이 있어야 비로소 비핵화 논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일부에선 북한이 결심만 하면 쉽게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과거 진보 정부가 추진했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그리고 북미 간 외교관계 정상화 등을 통한 체제 보장의 약속과 같은 실질적 대안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을 선택하면 1인당 소득이 3000달러 수준인 사회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던 적이 있지만 이처럼 일괄적이고 단순한 해결책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북한 비핵화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문제로 고도의 전략과 단계적인 접근 등이 필요한 사안이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동 사태 후 북러 군사협력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한반도 안보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긴밀히 협력할수록 우리 안보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의 용병들을 활용하고, 북한 역시 아무 대가 없이 병력을 파견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군사적 지원을 통해 러시아의 도움 없이 확보하기 어려운 ICBM 재진입 기술과 같은 첨단 군사기술을 얻으려 할 것이다. 애초부터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을 용인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 편향, 한미일 중심의 일방 외교정책만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척하는 외교전략을 펼친 결과 북한과 러시아가 더욱 밀착하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물론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의 최우선적 관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한민국은 수출 중심 국가로서 국제 협력과 균형 잡힌 외교를 통해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관계에서도 더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제 정세에서 미국은 한반도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심각한 긴장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하며 대화 가능성과 효용성을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일정 부분 여건만 마련되면 북미 대화를 다시 시도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는 미국이 군사적 대응보다 ‘대화와 협상’을 전략적 방점으로 두고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과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최우선 과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남북 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다. 남북 간 모든 대화·소통 채널이 끊긴 채 지속 중인 지금의 단절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가장 장기화된 사례다. 접경지역 일대의 상호 적대 행위를 전면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평화 상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 당시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와 같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 이행이 필수적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선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면이 어렵다면 최소한 통신 채널이라도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접경지역에서 오발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의도된 것이 아니라 오발이다’라고 전달해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연락채널이 있어야 한다. 대화 채널 복원 후엔 접경지역의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조속히 다시 활성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 군사관계 개선과 남북 관계의 전반적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단계적 조치들을 추진해야 한다. 9·19남북군사합의의 조속한 복원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요청과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등 남북 긴장 완화 조치를 잇달아 시행했다. 이러한 조치가 남북의 평화를 구축하는 데 실질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의 최근 조치들은 북한에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어왔던 소음과 긴장에 대한 민원 해소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슈가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중단하면서 북한 측에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수위를 낮추자는 우리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안보를 위한 군사 전략은 어떤 방향이어야 하나.
“먼저 우리 군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철통같이 지켜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세계 5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군사력을 키우는 데 결코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과) 소통을 꾸준히 하고, 군비통제(국가 간 군사력 전반 또는 특정 무기체계의 개발·배치·운용수준을 상호 협의해 조절하는 것) 협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낮춰야 한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 상대방의 위협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뤄내는 것이 우리 군이 앞으로 설계해야 할 전략의 핵심이라고 본다.”
속초=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