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은 김민석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명 직후 김 후보자 재산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5년간 세비 수입보다 지출이 수억 원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와 장남의 미국 유학비용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장인상, 출판기념회 2회 등을 통해 현금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6월 19일 “아직 소명 안 된 아들 유학비 2억 원을 빼주더라도, 경조사와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현금이 최소 6억 원이 넘는다”며 “6억 원의 현금을 집에 쟁여놓고 그때그때 써왔으며, 재산 등록은 매년 누락해 왔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그 자체로 낙마 사유다. 오광수 (민정) 수석도 같은 이유로 자진사퇴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김 후보자를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오동운 공수처장, 문재인 전 대통령, 진성준·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을 여러 차례 고발한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때도 내란,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이유 등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는 이유였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 하루만인 6월 20일 형사1부(부장 김승호)에 사건을 배당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과 검찰이 합심해 이재명 정부를 공격했다는 판단에서다. 이건태 민주당 법률 대변인은 같은 날 “윤석열의 초대 법률 비서관인 주진우 의원이 바람을 잡고 프로 고발러인 이종배 시의원이 고발한 것만으로도 이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며 “개혁을 목전에 둔 검찰이 부화뇌동해 김민석 후보자를 볼모로 잡아 개혁을 막고자 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에선 ‘조국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 수사를 두고 충돌했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이 대통령 인사권에 도전했다고 반발했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 국정 동력 상실과 정권 교체 발단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북 송금 사건 재수사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6월 24일 SBS에 이재명 대통령은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발언을 근거로 검찰이 이 대통령 정치생명을 끊기 위해 공작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6월 20일과 23일 검찰 업무보고를 연기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철학과 검찰 개혁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며 질타했다. 6월 25일 열릴 예정이던 업무보고는 7월 2일로 연기됐다. 6월 24일 서면 보고자료를 제출받았는데, 검찰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내용이 미흡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정부·여당이 임기 초반 검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검찰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6월 25일 임일수 광주지검 차장검사(연수원 33기)는 출입기자단 오찬 자리에서 ‘검찰은 규정대로 했을 뿐인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규정에 따랐을 뿐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개입이나 도전이 아니라고 했다. 정치권과 일부 친여 유튜버의 부당한 검찰 공격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검찰은 6월 27일 김 후보자 고발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민생사건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검찰 개혁을 앞두고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한 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민주당은 차질 없이 검찰 개혁을 착수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인준 강행 전망
6월 24일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됐다. ‘김민석 저격수’ 주진우 의원이 적극적으로 의혹 제기를 했다. 이날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은 대부분 주 의원이 제기한 것들이다. 주 의원은 수입보다 지출이 큰 재산 누락 의혹, 자녀 동아리 활동 때 나온 법안 민주당 의원 명의 발의, 칭화대 석사 허위 수료 논란, 모친 소유 빌라 전세 계약 의혹 등을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재산 누락 의혹에 대해 조의금 1억 6000만 원, 출판기념회 2회 2억 5000만 원, 처가 지원 2억 원, 전처의 아들 유학비 지원 2억 원, 세비 수입 등이 있었다고 답했다.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서는 법안 발의 스펙은 대학 진학 원서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칭화대 석사 수료 과정 논란에 대해서는 “칭화대가 허위로 학위를 주는 대학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세 계약 의혹에 대해서는 “지인인 건설업자가 셰어하우스 사업 하려다 조건이 안 맞아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해명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출판기념회 등은 신고 의무가 없어 김 후보자 측 자료가 없으면 검증이 어렵다. 청문회는 증인과 참고인이 없어 김 후보자 해명에 대한 교차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요청한 자료를 제출받은 다음 검증을 거쳐 인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일단 단독 처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 인사청문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일요신문에 보고서 단독 처리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월 26일 “(청문보고서는) 29일이 지나면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처리는 아마도 6월 30, 혹은 7월 3~4일 정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여당은 김 후보자 총리 임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총리가 임명되지 못하면, 내각 구성에 차질을 빚게 된다. 헌법 87조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는 김종필 총리 임명이 지연되자 김영삼 정부 고건 총리의 제청을 받아 내각을 구성했다. 그러나 위헌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김 후보자가 낙마하면 대통령실 인사 실패라는 오점이 생긴다. 정권 초반 국정 동력에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6월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민석 총리 후보자에 대해 43%가 ‘적합하다’, 31%는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64%, ‘잘못하고 있다’ 21%로 집계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김 후보자에게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국민들이 적격판정 내렸다고 밝혔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