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지난 6월 26일 정몽진 회장의 장남 정명선 씨에게 KCC 주식 3만 5729주(0.4%)를 증여했다. 지난 5월 28일 정명선 씨의 누나 정재림 KCC이사에게 3만 3728주를 증여한 지 약 한 달 만이었다. 정몽익 회장이 조카들에게 증여한 주식의 가치는 21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정재림 이사와 정명선 씨는 각각 KCC 지분 1.03%를 보유하게 됐고, 정몽익 회장의 KCC 지분은 3.74%에서 3.34%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정몽진 회장은 정몽익 회장의 배우자 곽지은 씨와 자녀 정제선·정한선·정연선 씨에게 보유하고 있던 KCC글라스 지분 44만 4170주(2.78%)를 증여한 바 있다. 170억 원 상당이다. 이후 약 6개월 만에 정몽익 회장도 조카들에게 지분을 넘긴 셈이다.
KCC그룹 오너 일가가 계열 분리 준비 목적으로 지분을 ‘증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지배력을 유지하며 오너 3세 승계까지 대비할 수 있는 확실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주사 KCC는 정몽진 회장 등 특수관계자가 지분 35.61%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지분율인 30%를 소폭 웃돌고 있다. 이에 KCC 특수관계자들이 지배력을 낮추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인다는 관측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는 상장사 기준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으로 유지해야 계열 분리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현 상태로 정몽진 회장은 KCC글라스 보유 지분(5.78%) 중 2.78%만 정몽익 회장 가족에게 넘기면 되고, 정몽익 회장은 0.74%(83억 3600만 원)만 추가로 증여하면 계열 분리 요건을 충족한다. KCC글라스 지분 2.78%는 약 66억 5000만 원, KCC 주식 0.74%는 약 83억 3600만 원 수준으로, 가치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다.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 지분 29.99%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36.03%를 보유한 KCC다. 정몽진·정몽익 회장은 KCC건설 지분을 따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정몽열 회장도 보유 중인 KCC 지분(6.31%)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정몽열 회장이 보유 중인 KCC 지분의 가치(2049억 원)가 KCC가 보유하고 있는 KCC건설 지분 가치(446억 원)보다 월등히 높은 만큼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 계열 분리에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시기만 정하면 되는 셈이다. 정몽열 회장이 향후 KCC와 지분 교환을 통해 KCC건설의 최대주주가 된 뒤 KCC 보유 지분을 정몽진 회장의 자녀들에게 매각하면 계열 분리와 승계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C그룹 세 형제가 일찍이 계열사를 나눠서 경영해오고 있는 만큼 계열 분리 없이도 경영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열 분리보다 오너 3세들이 지분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고려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KCC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계열 분리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