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NPE인 네트워크원 테크놀로지(Network-1 Technologies Inc)가 지난 6월 27일(현지시각)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분쟁 특허는 eSIM 및 5G 인증과 관련한 6건의 특허로 모두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웨어러블 기기 등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로 파악된다.
eSIM은 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의 약자로 물리적인 SIM 카드 교환 없이도 휴대폰에 내장된 칩에 디지털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기술이다. 네트워크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기가 eSIM의 디지털 정보(프로파일)를 원격으로 다운로드하고, 기기 인증 정보를 암호화해 통신사에 전송하는 절차에 자사 특허가 적용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용자가 SIM 카드 없이 통신사를 변경하거나 로밍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 작동하는 인증 보안 기술 전반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소송의 쟁점이 되는 기술에 대해 “단말기와 사용자, 통신망을 연결하는 ‘접속’ 관련 기술로 볼 수 있다. 허가된 사용자가 허가된 단말기를 통해 허가된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암호화와 복호화를 거쳐 인증을 수행하는 방식”이라며 “기본적인 기술에 해당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특허는 기술적 파급력이 크고 사용 범위가 넓어 가격이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분쟁 특허는 네트워크원이 2017년 지식재산권(IP) 개발 전문 기업인 엠투엠앤아이오티테크놀로지(M2M and IoT Technologies)로부터 양수한 것으로 이번 소송에서 처음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엠투엠은 eSIM 및 스마트 보안 플랫폼, 와이파이 연결 기술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특화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로, 2020년에는 관련 특허 9건을 화웨이에, 2021년에는 10건을 페이스북(현 메타)에 각각 양도한 이력이 있다.
네트워크원은 엠투엠으로부터 약 100만 달러(약 14억 원)에 이번 분쟁 특허 6건을 포함한 45건의 특허 묶음을 인수했다. 통상적인 IP 거래 규모에 비춰보면 비싼 편은 아니지만 엠투엠은 네트워크원과의 계약을 통해 수익화 조건을 따로 설정했다. 네트워크원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특허 묶음과 관련한 수익화 활동으로 발생하는 초기 1억 달러(약 1374억 원) 수익에 대해 14%, 이후 초과 수익에 대해서는 5%를 엠투엠에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준석 로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특허를 양도하면서 일정 수익을 공유할 수 있게끔 계약을 맺는 구조 자체는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애초에 인수금이 낮게 책정됐다면 특허 판매 기업이 수익화를 염두에 두고 리스크를 감수하는 전략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도 당시부터 수익 발생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네트워크원은 삼성전자의 침해 행위로 실질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법원에 합리적 로열티 또는 이익 손실에 기반한 손해배상 명령을 청구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S20~S25 전 모델 △갤럭시Z 폴드·플립 시리즈 △갤럭시 탭 시리즈 △갤럭시 워치 시리즈 등을 포함한 기기 다수가 특허 침해 대상으로 지목됐다. 소장에 따르면 eSIM 관련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지목된 기종은 총 96종, 5G 관련 특허 침해 기종은 132종에 달한다. 침해 제품군이 광범위한 만큼 특허 침해가 인정될 경우 최종 배상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네트워크원은 삼성전자가 경쟁사 동향 및 특허 감시 활동을 통해 과거 통신 관련 자사 특허 출원 과정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네트워크원이 보유한 특허를 참고문헌으로 활용해 새로 특허를 출원한 점을 두고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허 침해의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실제 손해배상액의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징수될 수 있다.
공앤유특허사무소 공우상 대표변리사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추가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기존 선행기술을 회피 없이 사용했다면 침해에 해당할 수는 있다”며 “만약 새로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지배력을 갖게 되면 선행 특허를 보유한 기업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원고가 제조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IP를 활용해 바로 소송을 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고의 침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이준석 변리사는 “상대 기업의 특허를 인용했다고 해서 곧바로 고의 침해로 보기 어렵다. 상대 특허의 청구항이 과도하게 넓을 경우 삼성 측에서 권리남용을 주장하거나 무효화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고, 크로스 라이선스 등을 통한 정당한 실시권 확보도 고려했을 수 있다”며 “제소한 기업이 경고장 등을 발송해 침해 사실을 인지시켰다면 모를까 고의성 입증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 소송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입장 제공이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총 86건의 특허 소송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51건에서 약 70% 증가한 수치로, 같은 해 아마존(46건), 애플(43건), 구글(39건), 메타(11건) 등의 특허 소송 건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 보유량을 2022년 8500건에서 2024년 9228건으로 늘리는 등 특허 분쟁 방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제품군이 다양한 만큼 라이선스 비용이나 합의금 획득을 목적으로 특허를 취득해 소송을 벌이는 NPE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소송이 제기된 미국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특허 친화 법원으로 꼽힌다. 삼성을 상대로 제기된 2024년 86건의 소송 중 63건(73%)이 이 법원에서 제기됐다.
NPE와의 소송으로 인한 배상금 지불 액수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8일 엠파이어 테크놀로지 디벨롭먼트(Empire Technology Development LLC)와의 무선 연결 관련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해 약 1250만 달러(약 172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배심원단 평결을 받았다. 지난 4월 26일에는 헤드워터 리서치(Headwater Research LLC)에 와이파이 속도 및 안정성 관련 특허 두 건을 침해한 혐의로 2억 7870만 달러(약 3826억 원)를, 지난해 9월에는 모조 모빌리티의 무선 충전 기술 특허 5건을 침해한 혐의로 1억 9210만 달러(약 2637억 원)를, 지난해 4월 지플러스 커뮤니케이션즈(G+ Communications LLC)와의 특허침해 소송에서는 5G 관련 특허 2건을 침해한 혐의로 1억 4200만 달러(약 1949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지급하도록 선고받았다.
김용희 교수는 “기술 개발 속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IP 문제는 허술하게 덮어두고 가서는 안 된다. 특히 접속·보안처럼 핵심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전담 조직을 두는 등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가능하면 핵심 기술 관련 특허를 미리 확보해두거나 로열티 지급이 필요하지 않을 경우 근거도 분명히 남겨야 한다. 비용을 줄이려 하기보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