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은 한국타이어의 한국법 위반 입증 여부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 진술이 필요해, 미국 뉴욕남부연방법원은 금감원 뉴욕 사무소에 관련 증언 및 자료제출을 명령했다. 이에 금감원은 미 외국주권면제법(외국 국가는 미국 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을 근거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금감원은 대한민국의 정부기구”라는 입장을 내며 증언 명령을 거부했다. 결국 A 씨 측은 ‘한국타이어가 한국법을 위반했다’는 금감원 증언을 확보하지 못해 한국타이어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문제는 금감원이 대한민국의 정부기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행정권을 위임받아 금융사들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아니다. 지난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설립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감독대상인 금융사가 납부하는 감독 분담금, 증권신고서 제출 시 납부하는 발행 분담금, 한국은행 출연금 등으로 운영된다.
이에 A 씨 측은 2023년 6월 뉴욕남부연방법원에 금감원을 상대로 ‘타인의 계약에 고의적인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의 거짓 공문서 등 불법행위로 인해 한국타이어와의 소송에서 패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였다.
A 씨는 “금감원이 정부기관이 아님에도 정부기관이라고 미국 연방법원을 상대로 허위 문서를 보냈다. 이에 금감원 뉴욕사무소장이 법정모독으로 구금 위기에 빠지자, 주한미국대사관까지 나서 거짓으로 보호했다”며 “이에 나는 한국타이어 측에 패소해 막대한 금전적·심리적 피해를 입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지난 2월 원고 A 씨 측의 소장 수정 허가를 받아줬다. 더불어 A 씨 측이 소장을 수정하게 되면 금감원이 제기한 소송 기각 신청은 의미가 없어진다며 다시금 기각했다. 이에 A 씨 측은 지난 3월 금감원과 함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피고로 추가하면서 자금세탁과 사법방해 혐의로 ‘리코법(조직범죄법)’을 적용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리코법은 사업구조가 복잡한 조직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지난 1970년 연방법률로 제정됐다.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던 마피아 두목을 잡으려는 의도였다. 특정 범죄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어났다는 점만 입증되면 직접 가담하지 않아도 다수를 한꺼번에 기소할 수 있다.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쳐 기업의 부정거래, 자금세탁, 공무원의 뇌물수수 등 조직적인 부패범죄 전반으로 범위를 넓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23년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에 의해 리코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A 씨 측은 “한국타이어 및 지배주주들의 자금세탁 사법방해 등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금감원과 한국타이어가 하나의 ‘범죄조직’처럼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원고가 다른 변동 사안이 없는데 청구취지를 계속 변경하며 소송을 끌고 가고 있다. 재판부에서도 원고의 청구취지 변경을 마지막으로 받아주고 더 이상 변경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조만간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가조작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상법개정안을 처리하는 등 자본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어 금융당국과 증권 유관기관들의 엄정한 감시를 강조한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 체제의 금감원이 미국에서의 소송에 어떤 대응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