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7일 평양에서 모스크바로 떠나는 열차가 개통됐다. 북한과 러시아 수도를 있는 여객열차 운행은 포괄적전략동반자 협정 체결 1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6월 17일 출발한 평양발 열차는 6월 25일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스키 기차역에 도착했다. 첫 열차엔 승객 없이 승무원만 탑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매체들은 북한 철도 당국 대표 발언을 인용해 “평양과 모스크바 사이 직항 여행은 철도로만 가능하다”면서 “(평양과 모스크바를 오가는 열차는) 북러 우호관계 상징”이라고 소개했다. 평양과 모스크바를 오가는 여객열차 노선은 1만km가 넘는 대륙횡단 열차로 세계에서 가장 긴 여객노선 중 하나로 꼽힌다.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데 약 8~9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는 평양과 모스크바에서 월 2회씩 출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4인실 2등석 기준 편도 운임은 약 285유로(약 49만 원) 규모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의 철도 규격이 달라, 북러 국경에 있는 두만강 역에서 열차를 한 차례 갈아타야 한다.

소식통은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관계를 구축한 뒤 러시아는 북한의 ‘돈줄’이 되고 있다”면서 “돈과 무기 등이 러시아로부터 넘어와 북한 경제와 국방기술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상황이 이런데 북한이 러시아를 향한 문을 여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을 향한 철길도 개방할 것으로 점친다. 일본 매체 NHK는 7월 12일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중국 양측 철도당국이 관련 사항을 최종 조율 중”이라면서 “이르면 8월부터 열차 운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NHK는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과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여객열차 운행 재개가) 북중관계 변화 신호일지 주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 당국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행보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중국 입장에선 몇 안 남은 주요 사회주의 국가가 뭉쳐 국제적인 사고를 치는 데 합심하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물자’에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한 뒤 모든 제조업 기반 시설이 전쟁 물자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공산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서 보급하기 어려운 처지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돈은 받았지만, 그 돈으로 물자를 공급하지 않으면 내수 경기에 활력을 줄 수 없다. 중국은 물자가 풍부하다. ‘세계의 공장’이다. 결국 러시아나 북한 모두가 결국 중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에서 북중 국경지대 밀수를 강력하게 단속하며 밀수가 중단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중국의 강력한 밀수 단속은 북한이 새로운 ‘돈줄’로 러시아를 택한 것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소식통은 “결국 북중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첫 단계는 사람이 오가는 인적교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돈줄인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자는 대부분 중국에서 나온다. 북한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지 않으면 확보한 돈을 쓸 곳이 없다. ‘김정은의 이동루트 확보’, ‘노동자 파견 루트’라는 설도 있지만, 북중 여객철도 운행 재개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중국 물자 공급망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이 필요하다. 한미일 동맹 방파제 역할을 북한이 해주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여객열차는 편도 1367km 거리로 팬데믹 이전 기준 약 26시간이 소요되는 코스였다. 경유역이 줄어들 경우엔 베이징까지 이동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러시아로 가는 열차와 달리 중국행 열차가 가는 철도는 북한 규격과 같아 열차를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여객열차 운행뿐 아니라, 평양과 중국 경제중심지 상하이를 오가는 비행편 재개 예정 소식이 알려졌다. 중국행 철길과 하늘길을 동시에 개방한 것을 두고,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북중관계 회복 플랜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러시아를 향해 철길 문호를 먼저 개방한 뒤 중국 철길과 하늘길을 연 수순을 살펴봤을 때 북한 당국이 여전히 외교적인 무게추를 러시아에 더 두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선관광 사이트 게시물에 따르면 평양과 모스크바를 오가는 열차 경유역은 시베리아에 있는 크라스노야르스크로 확인됐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내 ‘투바 공화국’ 신분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크라스노야르스크는 투바공화국 북쪽에 위치한 인근 대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