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2~23일 이틀간 이어진 대한조선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이 마무리됐다.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대한조선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238.1 대 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으로는 올 상반기 LG CNS(21조 원) 이후 최대 규모인 17조 8608억 원이 몰렸다. 공모금액은 5000억 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1조 9263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장일은 8월 1일이다.
앞서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총 2106개 기관 중 1285곳(61%)이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하며, 2022년 LG에너지솔루션(58.3%) 이후 최대 규모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의무보유확약은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 가점을 받기 위해 기관들이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확약 기간은 3개월이 31%로 가장 많았고 1개월(13.6%), 6개월(8.5%)이 뒤를 이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조선업 훈풍을 타고 확실히 흥행했다. 조선, 방산, 원전이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는 업종인데 방산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실적이 가시화됐다면 조선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며 “게다가 옛날처럼 상선만 만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친환경 선박 및 특수선을 만들고 있는데 만들 수 있는 데가 우리나라밖에 없다. 수요가 많으니 대형 조선사 도크가 꽉 차서 중형 선사들도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고 수주 잔량은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조선의 주력 선종은 아프라막스·수에즈막스급 중대형 유조선과 9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꼽힌다. 지난해 중형 유조선 시장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14%)를 기록했다. 2009년 워크아웃을 겪은 이후 12만 톤(t)급 유조선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체질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대응해 친환경 기술 인증을 늘려나가면서 LNG 기반 이중연료 선박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실무자들 기업 전망 기대 낮아”
시장 일각에서는 상장 직후 단기 주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과열되면서 대한조선 역시 단기 수익을 노린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시장에 대형 IPO가 드문 상황에서 대한조선이 거의 유일한 중대형 종목으로 부각되며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증권가 다른 관계자는 “최근 조선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 보니 ‘따상’을 노리고 단기 참여한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상장 이후 초기 주가가 나쁘진 않겠지만, 단기 매물 출회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사주 청약률이 이례적으로 낮은 점도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대한조선의 우리사주 청약률은 3.3%에 불과했다. 최근 상장한 회사의 청약률을 살펴보면 에이피알이 93%, HD현대마린솔루션은 92.8%, LG CNS는 82%, 서울보증보험 85%, 달바글로벌 78% 등이다. 최근 코스피 상장 종목 중 우리사주 청약률이 가장 낮았던 더본코리아 35.4%와 비교해도 한참 밑돈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이 보통 3~6개월 수준인 반면, 우리사주는 1년간 처분이 제한되는 만큼 중장기 수익성이나 주가 흐름에 대한 내부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 대한조선 한 직원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일반 직원 대상 보너스는 없었고, 임원과 인사팀 등 일부 임직원만 성과급을 받았다. 진급자도 재심사를 거쳐 진급 인원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내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충성도가 떨어지고 냉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은 미래 비전을 보고 투자하는 건데 회사는 설계·연구 인력을 줄이려는 기조만 보이고 있어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기업 전망에 대한 기대가 낮은 편이다. 우리사주 혜택도 딱히 없어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따라붙는다. 중국 조선소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고, 국내 중형 조선소의 포지셔닝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본질적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인건비 차이가 곧 단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철판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중국이 더 낮아 전체 원가 구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는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내지만, 중형 조선소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유조선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선박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사와 중국 조선사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라며 “벌크선이나 탱커는 이미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고, 결국 LNG 추진선이나 암모니아 추진선 같은 고사양 선박을 수주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지금이 조선업 순풍이라고 해도 시장이 요구하는 선박을 못 만들면 끝이다. 대한조선은 이제 겨우 그 출발선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한조선이 아프라막스급 선박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점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소구될지는 잘 모르겠다. 국내 중형 및 중소 조선사들이 대형 조선사 수준의 기술 선도력을 갖추지는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건조할 수 있는 수준의 선박은 제한적이고, 친환경 기술 인증을 받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희소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박은 같은 도면으로 제작하더라도 시공 방식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내부 설비 조립과 용접, 배선, 계단 설치 등에서 중국 조선소는 여전히 마감 품질이 아직 한국을 뒤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똑같이 제작해도 선박의 수명이나 중고 가치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선박은 아파트처럼 자산 개념이다. 일정 기간 운항한 뒤 파는 경우가 많아 중고 시세가 중요한데 일본과 한국산 선박은 시간이 지나도 높은 가격을 받는다”며 “현재는 선주들이 가격과 품질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데 현재 미국에서 중국 건조 선박에 입항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선박들에 기회가 열리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한조선 관계자는 “저희 원유운반선에 LNG 연료를 병행해 운항할 수 있는 이중연료 추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2023~2024년 사이에 해당 선박 4척을 인도했고, 암모니아나 메탄올 연료 기반 기술도 인증을 받아 계속 개발 중이다. 향후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저희는 중국보다 선가를 높게 받고도 품질이나 신뢰도 측면에서 꾸준히 단골 선사들의 발주를 받고 있다. 또 중견사지만 일부 주력 선종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고, 고유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