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런 유행은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인다. 과거에도 비슷한 열풍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잠잠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라부부 피규어 열풍을 지켜보는 일부 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우려 섞인 경고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작은 장난감에 수백, 심지어 수천 달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각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임상 심리학자 트레이시 킹은 유독 Z세대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이 유행이 ‘번아웃과 사회적 단절에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 대해 보이는 Z세대의 ‘심리적 반응’이라는 주장이다. 킹은 ‘타일라’와의 인터뷰에서 “표면적으로는 재미있고 유쾌해 보인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상징적인 면이 있다. 이런 물건들은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작지만 얻기 쉬운 감정들을 제공해준다. 가령 위안, 통제, 정체성 등이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킹은 Z세대가 이전 세대처럼 재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택 소유 비율이 낮아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장난감 수집 행위는 불안한 이들에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킹은 “이전 세대가 은퇴 자금이나 주택 마련을 위해 대부분을 저축했다면 Z세대는 ‘지금 이 순간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팬데믹, 경기 침체, 기후 위기 등 전 세계적인 위기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전 세대가 가졌던 원대한 인생 목표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긴다”라면서 “Z세대가 장난감을 수집하는 행위는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정서적 회복’의 한 형태다”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이 부드럽고 장난스러운 물건은 어린 시절에 결핍됐거나 짧게 끝났던 감정들 이를테면 안정감, 보살핌, 향수 등을 불러일으키며 이것이 바로 ‘내면 아이’를 치유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다니엘 글레이저 박사 역시 라부부 열풍이 젊은 세대의 내면 심리를 반영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는 Z세대가 경제 불안정과 팬데믹으로 특징 지어지는 시기에 성장했으며, 그로 인해 전통적인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시기가 지연되거나, 혹은 달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마이크로 럭셔리’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역시 이런 배경에서다. 즉, 수집 가능한 장난감처럼 ‘소확행’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작은 구매 행위를 통해 통제감과 즉각적인 만족감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라부부 열풍이 불고 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자그마한 인형이 쏠쏠한 재테크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라부부 인형의 가격은 약 39~65파운드(약 7만~12만 원)지만, 중고 사이트에서는 최대 600파운드(약 110만 원) 정도에 되팔리고 있다. 한정판 라부부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린다. 지난 6월 베이징 용러 국제경매에 나온 라부부 인형 하나가 무려 15만 달러(약 2억 원)에 낙찰된 사례도 있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