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사제가 아닌 수녀를 퇴마의 주체로 설정한 '검은 수녀들'은 "신념과 직업정신으로 퇴마에만 열중하는 한국 영화계에 귀한 여성 주인공의 출현"(구정아 영화제작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남성 중심의 장르로 인식돼 온 범죄 누아르 액션물을 재해석한 '파과'와 '리볼버'에서 '파과'는 "여성 캐릭터에게 척박했던 장르의 땅을 갈아엎는 근본적인 토양 개선 프로젝트'(이화정 프로그래머)로, '리볼버'는 "남성 중심의 범죄 누아르를 여성의 시선으로 전복한 작품"(민용근 감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또 10대 히어로, '야쿠르트 아줌마'로 수퍼히어로 장르에서 성별과 나이의 장벽을 허문 '하이파이브' 역시 기존과 다른 시선으로 여성 캐릭터의 입체성을 구현해 "평범한 이들의 연대 그 이상의 캐릭터를 구현한 작품"(성찬얼 기자)으로 주목받았다.
성평등한 서사와 캐릭터를 꾸준히 만들어온 독립영화 진영은 더 다양한 캐릭터, 연령대, 관계성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어머니의 고충을 그린 '그녀에게'는 "단순히 좋은 어머니라는 인물을 넘어 경력단절의 문제까지 고민하는 입체적 캐릭터"(성찬얼 기자)를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시각을 통해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의 공기를 반영한 '한국이 싫어서'와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혐오를 현실 스릴러로 만든 '럭키, 아파트' 등은 "사회구조 안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저조할 경우 미치는 파장이 어떤 것인지 조망할 수 있게 해준 작품들"(이화정 프로그래머)로 꼽혔다.

벡델데이 2025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올해 선정작들을 살펴 보면 남성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작품이 증가했다"면서 "이같은 창작자의 성별의 변화는 여성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매력적인 서사의 중심으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신인감독의 진입이 저조한 산업적 위기의 한가운데, 여성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은 더 많이 가로막혀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계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당면 과제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벡델데이 2025 영화 부문은 실질 개봉작과 OTT 오리지널 125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기준은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 나올 것 △1번의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이들의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만이 아닐 것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등 주요 스태프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과 비중이 동등할 것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총 7가지 항목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토대로 벡델초이스10을 선정했다.
한편, 벡델데이 2025는 9월 6일부터 7일까지 KU시네마테크에서 이틀간 열린다. 올해의 벡델리안들과 함께 콘텐츠 내 양성평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스페셜 토크 '벡델리안과의 만남'을 비롯해 벡델데이의 취지를 보다 쉽고 편안하게 관객들에게 알리는 '특별 기획 토크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 '벡델초이스10으로 선정된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는 무료 상영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