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강하늘’의 가장 최신 작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4제곱미터’에서 강하늘은 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꿈에 그리던 아파트를 장만하게 된 ‘영끌족’ 우성을 연기했다. 대출 이자에 대한 압박만 이겨내면 순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다가 오히려 층간소음의 가해자로 몰리면서 우성의 ‘스위트홈’은 악몽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저희 작품 각본과 연출을 맡으신 김태준 감독님이 진짜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입으신 적이 있었대요. 글을 쓰셔야 하는데 이웃이 항상 너무 시끄러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심각했던 경험은 아직 없지만, 만약 제가 우성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냥 이사 갔을 거예요(웃음). 이웃에게 가서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그분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사시겠어요. 그러면 저도 마음이 불편할 테니까 그냥 제가 감내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가장 마음 편해야 할 집 안에서 사방팔방으로 고통 받는 우성은, 그렇다고 해서 집 밖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영혼 끝까지 끌어올려 받은 대출 이자를 내기도 버겁고 층간소음을 견디지 못해 이사 가려 해도 아파트의 매매는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한탕’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 우성은 코인까지 손을 대게 된다.

“우성이가 하는 일들을 보면 이게 영화고 콘셉트니까 재미있는 거지, 내 돈이라고 생각했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예요(웃음). 우성이가 층간소음 가해자로 몰려서 경찰서로 체포된 뒤에도 코인 매도에 미쳐서 날뛰는 그 신은 저희가 진짜 신경도 많이 쓰고 힘도 많이 준 신이거든요. 스릴러로 서사와 분위기를 잘 쌓아가다가 거기서 잘못 삐끗하면 코미디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 저와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했던 톤은 ‘웃픈’(웃긴데 슬픈) 느낌이었어요. 그 신만 나흘 정도 찍었는데, 결과적으론 감독님과 함께 원했던 포인트로 잘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고요.”
강하늘이 언급한 장면은 ‘84제곱미터’의 가장 중요한 신이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의 ‘고혈압 유발 신’이기도 했다. 경찰들이 밀고 들어오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컴퓨터를 켜서 코인 시세를 확인하고, 지금 당장 팔아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데도 최고점을 찍기 위해 기다리다가 결국 테이저 건을 맞고 쓰러져 투자금마저 홀라당 날려버리는 바로 그 신이다. 아파트 내 층간소음 범인을 찾는 스릴러보다 이 장면이 가장 스릴 있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 내가 한 연기를 보고 몰입하는 게 꼴불견이긴 한데요(웃음). 저도 그러긴 싫었는데 그 신을 보고 있으면 제가 찍은 건데도 저도 모르게 ‘제발, 제발 빨리!’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건 감독님의 힘인 것 같아요. 현장에선 우성이가 보는 컴퓨터 화면과 휴대전화 화면이 모두 꺼져 있는 상태였거든요. 극 중에선 휴대전화 액정이 깨진 채지만 이것도 CG로 후처리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연기할 땐 ‘나 이렇게 연기하는 거 맞나’ 싶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그 CG 덕에 느낌이 훨씬 더 잘 산 것 같더라고요.”

“염혜란 선배님과는 ‘동백꽃 필 무렵’때도 만났지만, 일단 그냥 ‘짱’이에요. 그 외에 제가 선배님의 연기에 대해 말하는 건 주제넘은 것 같아요. 현장에선 정말 친한 누나처럼 먼저 다가와 주시는데, 덕분에 후배인 저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또 (서)현우 형은 아이디어 뱅크예요. 진짜로 아는 것도 않고, 아이디어도 많아서 제가 ‘형, 이거 이렇게 해볼까요?’ 하면 곧바로 ‘응, 그럼 이건 저렇게 해보자!’ 하는 식이었죠. 함께하는 배우를 정말 편하게 만들어주시는 힘이 있는 분들이에요, 두 분 다.”
염혜란, 서현우 배우를 향해 엄지를 치켜 들었지만, 강하늘이야말로 그와 함께 해본 제작진과 배우들로부터 “같이 하면 마음이 편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아내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로 꼽힌다. 2025년 ‘월간 강하늘’이 완성된 것도 그만큼 그가 많은 이들에게 ‘러브 콜’을 받기 때문일 터다. “왜 사람들은 강하늘을 원할까”라는 질문에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하니까 그러시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지만, 강하늘이 ‘강하늘답게’ 지내는 동안 대중들은 몇 번이고 ‘월간 강하늘’을 거듭해서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선배님들에 비해 제가 뭘 더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또 모를까, 그런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저를 찾아주실까요? 진짜 시키는 대로 다 하니까 그러시는 것 같은데(웃음). 이럴 때 연기자가 해야 하는 일은 하나인 것 같아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쓰신 대본을 관객 분들께 재미있게 설명해드리는 거죠. 요즘 드는 생각은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고, 그 안에서 연기자로 존재해야 하는 ‘지극한 엔터테인먼트’라는 거예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했던 하루 속 한두 시간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인 거죠.”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