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A 씨는 1200만 원을 모집하기 전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인터넷 ‘1365기부포털’ 등에 기부금 모집을 사전에 등록하지 않았다. 그런 절차가 있는 줄도 몰랐다. 1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면서 사전 등록 절차를 밟지 않으면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것이다. A 씨는 순수한 의도에서 모금했으나 법적으론 위법 행위를 한 셈이다. A 씨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같은 기부금품법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친일파 대명사’ 이완용이 등장한다. 대한제국(1897~1910년) 시절 지식인 양성을 위한 학교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 모금이 자발적으로 확산했다. 그러자 통감부(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8년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을 엄격히 통제하는 사립학교령을 내렸다. 우리의 교육·자강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기에 이완용 대한제국 내각총리 대신(조선시대 영의정)은 1909년 2월 27일 ‘기부금품모집취체규칙(기부금품모집단속규칙)’을 제정했다. 이 기부금품모집취제규칙이 오늘날의 기부금품법 뿌리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법인인 재단법인 동천에서 10년째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YWCA연합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비영리·공익법 분야의 제도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일요신문은 8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동천 사무실에서 이 변호사를 만나 기부금품법 유래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 등에 대해 들었다. 이 변호사는 “기부금품법에 대해 잘 모르는 공익법인 종사자가 적지 않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기부금품법 전문가’인 그는 기부금품법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고, 해외 사례들을 인용하며 개선방향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우리나라 기부금품법 유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초의 기부금품 모집을 규제하는 법률로 1909년에 기부금품모집취체규칙(기부금품 규칙)이 제정됐다. 이보다 앞선 1907~1908년 국채보상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됐지만 모금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순 없었다. 일본은 기부금 횡령 사건을 조작해 국채보상운동을 좌절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도 독립, 자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모금이 이어졌다. 특히 교육구국운동 확산과 함께 사립학교 설립, 운영에 필요한 기부금 모금이 확대되자 당시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이 이를 탄압하기 위해 기부금품 규칙을 제정하고 허가받지 않은 일체의 모금 활동을 규제했다. 이로써 당시 교육운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초래됐다.”
―기부금품 규칙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나.
“기부, 기타 명의의 여하를 막론하고 허가 없이 금품을 모집하는 자를 처벌한 기부금품 규칙은 독립운동과 일상생활을 탄압하는 도구가 됐다. 1920년 최경학이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던져 사형이 집행되는 사건이 있었다. 전홍표가 자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다 죽음을 맞이한 제자 최경학을 조위하기 위해 부의금을 모집했다가 기부금품 규칙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28년 조선소년총연맹 김제소년동맹에서 제1회 남조선축구대회 개최를 위해 의연금을 모금하다가 기부금품 규칙 위반으로 의연금을 압수당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기부금품모집단속규칙은 당시 일본에도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제정된 것인데 해방 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기부금품 규칙은 어떻게 바뀌었나.
“해방 후 1949년에 이 규칙과 유사한 내용으로, 허가받지 않은 일체의 기부금품 모집을 금지하는 ‘기부통제법’이 제정됐다가 1951년 폐지됐다. 한국전쟁 발발 후 전후 복구를 위한 모금이 확대되자 1951년에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을 제정하고 허가받지 않은 일체의 모금을 금지했다. 당시 시국대책, 멸공구국운동 등 미명하에 기부금품 모집행위가 성행해 국민생활 궁핍을 초래하므로 이를 금지한다는 명분이었다. 이 같은 모집 허가제는 1996년 ‘기부금품모집규제법’으로 개정된 후 2006년까지 이어졌다. 2006년도에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사전등록제도로 변경됐다. 허가제에서 사전등록제로 규제가 다소 완화된 것이다.”

“2024년에 ‘기부금품의 모집사용 및 기부문화활성화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로 개정돼 시행 중이다. 2006년 개정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의 기본적 틀을 유지하면서 기부 정의를 신설하고 전용계좌, 사용기간 등의 규제를 강화하는 일부 개정이 이뤄졌다.”
―기부금품법은 현재 어떻게 운용되고 있나.
“누구든지 1000만 원 이상 모금할 경우 해당 지자체나 인터넷 ‘1365기부포털’에 사전 등록해야 하고, 미등록 시 형사처벌을 받는 구조는 그대로다. 일상에선 1000만 원 이상의 다양한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시민들은 이 법에 따라 사전등록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2022년도에 국내 기부금은 15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2023년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통한 모금액은 2324억 원에 그쳤다. 1.5%에 불과하다. 시민들은 다양한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지만, 실제 모집등록해 관리되고 있는 기부금은 현저히 적다.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세법상 공익법인으로 지정돼 기부금 면세혜택을 받는 많은 단체 중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한 곳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부금 모집등록 현황은 어떤가.
“법에 따른 등록제도가 있음을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법적 규제가 과도해 준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공익법인, 종교단체 등 면세 단체는 4만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2024년 모집등록한 건수는 346건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많은 단체들이 등록 없이 모금을 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탄압 수단이나 단체 내부 분쟁 시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횡령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가 횡령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기소하기도 한다.”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해서 기부금을 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기부금품법은 회원으로부터 모집한 돈은 기부금품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회원을 대상으론 모금할 수 있다. 하지만 비회원으로부터 모금한 돈이 합계 1000만 원 이상인 경우 사전 등록해야 한다. 단순히 단체를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모금목적사업을 등록하는 것이다. 가령 C 단체가 북한어린이돕기를 모금목적사업으로 등록했다 하더라도 이와 무관한 국내 수재민 지원 모금을 1000만 원 이상 했다면 기부금품법 위반이다.”
―기부금품법을 어겼을 때 처벌 규정은 무엇인가.
“조금 전 언급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단체별로 모든 사업을 한 번에 다 등록하기도 한다. 등록을 하지 않고 1000만 원 이상 모집을 했다면 사후 등록이 불가능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전에 등록하지 않은 모집이 반복적이거나 금액이 과도하지 않다면 벌금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기부금을 모집하는 절차가 까다로운가.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은 개별 주법에서 모집 시 등록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주로 연간 기부금이 2만 5000달러(3474만 원) 이상인 단체가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등록 단체들은 기부금 수입이 발생한 경우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하고 10만 달러가 초과하는 경우 감사를 받아야 한다. 불공정, 기만적 행위 등 모집 시 유의사항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 과거 미국은 모집비용 비율을 규제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판결이 나오고 규제 조항을 삭제됐다. 영국과 호주의 경우 정부의 독립기구인 자선위원회에 단체 등록을 하면 자유롭게 모금할 수 있다. 세법상 규제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공익단체와 대행자에 대한 정보를 연례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하는 등 정보 공개를 강화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매년 사업을 등록하도록 하고 세법 규제와 별개로 그 사용을 관리감독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은 기부금품 모집등록 등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없고 자유롭게 모금이 가능했다. 다만 최근 통일교에 많은 돈을 기부해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구제책으로 ‘법인 등에 따른 기부의 부당한 권유방지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부당한 기부권유 방지 등 모금 시 유의사항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부당한 권유로 기부 의사를 표시한 경우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전등록이나 세법 외에 기부금 사용에 관한 규제를 두고 있진 않다.”
―기부금품법을 신고제나 자율화로 개정해야 한다고 보나. 아니면 폐지해야 한다고 보나.
“일제 강점기 유물의 청산을 위해 이 법 폐지가 필요하다. 모집된 기부금 사용은 세법상 규제로 충분하다. 기부금을 모집할 때 기부자를 속이거나 기부금을 횡령한다면 형법상 사기죄나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속인 건 아니라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기부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기부에 대한 불신이 증가할 수도 있으므로 모집 시 유의사항을 규율하는 법규는 필요하다. 또한 기부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특례 등을 규정할 필요도 있다. 현행법 폐지와 기부활성화법 제정이 고려될 수 있다. 물론 전부 개정도 가능하다. 형식보단 내용이 중요하다.”
―기부금품법을 개정할 경우 어떤 방향으로 개정하면 좋다고 보는가.
“우리나라에서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선 허가를 받아야 하고 담당 주무관청이 있다. 또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세법상 공익법인(단체)으로 지정돼야 하고 국세청이 감독한다. 이와 별개로 기부금품법 모집등록까지 해야 하는 것은 지나치게 중복적이다. 관리감독 기관이 호주나 영국처럼 공익위원회로 통합된다면 공익위원회에 등록된 단체는 자유롭게 모금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별도의 등록제도를 두기보단 등록이나 신고 절차 없이 기부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 강요 금지 등 모집 시 유의 사항을 규율하고, 기부금 사용은 세법에 따르게 함으로써 기준을 통일하고 모금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게 좋다고 본다. 다시 말해 모집 시 유의점은 명확히 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신뢰를 높이면서 자유롭게 모금하도록 하면 다양한 기부가 확대될 수 있다. 이외에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특례 등 지원제도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