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지노1’은 4.5%의 시청률로 방송을 시작해 3.4%로 종영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4.8%였다. ‘카지노2’는 일요일 밤 10시로 편성 시간대가 변경됐는데 3.3%로 시작해 2회에선 2.8%를 기록했다.
이런 까닭에 한 달여 밀려 편성된 ‘메리 킬즈 피플’이 방송사에 보란 듯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인 이보영을 중심으로 이민기, 강기영 등이 출연하는 데다 정통 의학 드라마는 아니지만 의사와 형사가 중심인 서스펜스 드라마다. ‘19금 드라마’라는 한계가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퀄리티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메리 킬즈 피플’은 3.2%의 시청률로 시작해 2.1%를 거쳐 1.8%로 하락하더니 4회에서 소폭 반등했지만 1.9%에 그치고 말았다. 자체 최고 시청률 1.5%로 종영 당시엔 0.8%였던, 사실상 0%대 드라마로 불리는 ‘바니와 오빠들’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SBS 금토 드라마의 경우는 꾸준히 주말 미니시리즈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5월부터 방영한 ‘커넥션’ 이후 지난 6월에 종영한 ‘귀궁’까지 7편 연속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8월에 새로운 경쟁자인 KBS 토일 드라마의 신설을 앞두고 SBS는 야심작 ‘우리영화’를 꺼내 들었다. 또 다른 믿보배 남궁민을 앞세운 ‘우리영화’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하려 했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 4.2%에 그치며 두 자릿수 시청률 기록을 ‘8편 연속’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후속작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도 아직 5%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드라마판에서 이처럼 예상과 기대에서 완전히 어긋난 분위기는 새해와 함께 시작됐다. 1월 4일부터 방송된 tvN 토일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당연히 대박이 날 드라마로 여겨졌다. 제작비 규모가 무려 500억 원대인 데다, 한국 방송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본은 서숙향 작가가 맡았는데,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와 2016년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 두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공효진이 이번에도 주연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시청률 보증수표 이민호가 가세했다. 역시 500억 원대 제작비를 투자하고 김수현과 김지원 투톱을 기용해 tvN 드라마 역대 최고인 24.9%의 시청률을 기록한 ‘눈물의 여왕’ 같은 대박이 기대된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자체 최고 시청률은 2회에서 기록한 3.9%였다. 기대감이 집중된 초반부에 그나마 이 정도 시청률이 나왔지만 바로 2%대로 하락한 뒤 1%까지 내려갔다가 마지막 회에서 반등해 2.6%로 종영했다. 이처럼 올해 방송가에선 공효진과 이민호에 이어 남궁민과 이보영까지 시청률 보증수표가 불발탄이 되고 마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 중심에는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 급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업체들이 거듭해서 고가의 출연료로 톱스타 배우들을 캐스팅한 여파다. 정확한 출연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주연급 톱스타 배우 1회당 출연료는 3억~4억 원 수준이며 넷플릭스에선 1회당 10억 원을 받는 배우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10배 수준이다.
일본 드라마의 주연급 톱스타 배우의 1회당 출연료는 300만 엔(약 2800만 원) 정도이고, 넷플릭스에선 회당 1000만 엔(약 9300만 원)까지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드라마가 일본 드라마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0배 이상 잘나간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청률 보증수표로 분류되던 톱스타 배우들까지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더 이상 누가 출연하는 드라마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잘된다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제작사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을 감내할지라도 높은 출연료를 보장해 톱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면 편성이 용이하고 투자에도 도움이 된다. 해외 판매에서도 유리해진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의 드라마 제작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연 배우 출연료 상한선을 1회당 4억 원으로 책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게다가 제작비가 높은 한국 대신 일본 드라마를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본 드라마 제작비가 한국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K-드라마 시장이 더 큰 위기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