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낮에는 빵집을 운영하고 새벽에는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 분)와 이를 감시하는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에 휘말린 청년백수 길구(안보현 분)의 고군분투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윤아가 연기하는 선지는 낮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청순한 면모를 보이지만, 새벽 2시가 되면 빙의된 악마 탓에 주변 사람들의 정신이 쏙 빠지도록 날뛰게 된다. 같은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임윤아는 낮과 밤에 따라 섬세한 표정 변화부터 말투, 웃음소리, 행동 하나하나까지 확실하게 구별되는 입체적인 표현력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낮 선지’와 ‘밤 선지’로 나눠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것, 한 작품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제게 낮 선지의 모습처럼 비춰지는 면도 있고, 밤 선지처럼 에너제틱한 면모도 있는데 이렇게 두 작품에서 보여드릴 얼굴들을 한 번에 선보일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연기 자체로도 정말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라서 더욱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악마’를 자칭하고 있긴 하지만 코미디 영화답게 밤 선지의 민폐는 순도 100% 악행이라기보단 어린아이의 무모한 장난처럼 느껴진다. 낄낄거리며 괴성을 지르고 차도에 뛰어들거나, 한밤중 한강을 접영으로 횡단하는 황당한 행동을 거듭해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임윤아 역시 이런 밤 선지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얼굴 표정과 행동 등에 과장된 ‘어린 마음’을 섞어냈다고 설명했다.

코미디 영화라고 하더라도 배우 한 명이 청순과 과격의 극과 극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너무 과하면 ‘오버스럽다’며 외면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큰 변화가 없이 평이하게 연기한다면 코미디의 맛을 떨어뜨리게 되는 탓이다. 그러나 ‘악마가 이사왔다’ 속 임윤아의 연기에선 그런 우려와 비판을 찾을 수 없다. 자신을 다 놓고 연기한 열연이 빛을 발한 덕에 그에게 새로운 ‘코미디 퀸’의 칭호를 붙여준 대도 관객들 사이에선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제까지의 제 모습과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끼신 건, 아무래도 제 표정 연기가 아닐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제게 ‘너 저렇게까지 표정 써도 돼?’ 하실 정도였거든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런 모습도 캐릭터가 가진 하나의 측면이라고 생각해요. 표정 외에 다른 것들로 이만큼 밤 선지의 모습을 잘 표현하기 쉽지 않고, 또 그만한 에너지를 담아내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정말 선지에게 빠져서 연기해야 했어요. 진짜로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선지 그 자체로 표정도 엄청나게 크게 지어 보이고, 소리도 막 질러댔죠(웃음).”
임윤아가 낮과 밤을 오가며 최선을 다해 망가질(?) 수 있었던 데엔 그를 든든히 받쳐준 남자 주인공, 길구 역의 안보현이 있었다. 임윤아가 밤 선지와는 다른 청초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안보현 역시 주로 선이 굵고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들로 대중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만큼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임윤아의 파격 악마 연기 이상으로 안보현의 순박하고 살짝 못 미더운 동네 백수 변신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누적 관객 수 940만 명을 기록한 ‘엑시트’에 이어 2022년 ‘공조2: 인터내셔날’까지 연달아 코미디 영화에 도전장을 냈던 임윤아는 이번 ‘악마가 이사왔다’의 호평을 토대로 확실한 ‘코미디 퀸’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과 6년 만에 함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 흥행 순항도 예감케 하고 있다.
“제 영화 첫 주연작이 ‘엑시트’고, 이상근 감독님 역시 ‘엑시트’가 장편영화 데뷔작이라 저희는 ‘데뷔 동기’예요(웃음). 이런 데뷔작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감독님과 서로 공감대도 형성하고, 의지도 하며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었죠. 또 조정석 선배님과도 6년 전 ‘엑시트’로 함께했는데 이번 여름엔 각자 작품으로 만나게 됐더라고요(웃음). 선배님이 출연하신 ‘좀비딸’이 지금 정말 잘되고 있어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먼저 잘 이끌어주신 덕에 극장에 많은 분들이 오시게 되니까, 이분들이 재미있게 ‘좀비딸’을 보시고 ‘악마가 이사왔다’도 볼 마음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기대합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