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김태촌이 5일 오전 사망했다. 향년 64세.
고인은 지난 2011년 12월 갑상샘 진단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고인은 지난해 3월부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아왔다. <일요신문>에선 투병 직후인 2012년 1월 고인과 병상 인터뷰를 가졌으며, 고인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나돌던 2012년 5월에는 고인의 누나와 인터뷰를 가졌다.
범서방파 전 보스 김태촌 씨가 사망하기 정확히 1년 전인 2012년 1월 <일요신문>에선 그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고인은 청부협박 혐의로 물의를 빚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가 입원 중인 서울대학병원에서 이뤄졌다. 고인은 2011년 12월 갑상샘 진단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인터뷰가 이뤄진 2012년 1월엔 고인이 청부협박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지자 도피성 입원을 한 것이라는 루머도 있었다.
▲ 2012년 1월 병상인터뷰 당시의 고 김태촌 씨. |
2009년 11월 부산교도소를 출소한 후 잠행에 들어갔던 김태촌 씨는 2011년 12월 다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고인은 2011년 4월 대구의 한 중견기업 이사 김 아무개 씨로부터 투자금 25억 원을 대신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 씨가 투자한 기업 대표 한 아무개 씨를 6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고인은 청부협박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대화도중 ‘야, 이 ××야’라고 한 적은 있다. 하지만 협박이라니…. 협박의 기준이 무엇인가. 어느 한 부분만을 콕 집어서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경찰이 녹취록도 갖고 있다니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협박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말도 내가 하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내 말에 상대가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고 주장한다면 일이 더 커질 것 아니겠나. 이런 것들이 내가 과거 폭력조직 보스였다는 것 때문에 감수해야 할 ‘주홍글씨’이자 족쇄다. 일례로 내가 예전에 배우 권상우 씨를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나.”
당시 고인은 경찰수사를 감안해 도피성 입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2011년 12월 8일께 대구지방경찰청이 조만간 소환할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고인이 돌연 입원했기 때문에 이런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투병 생활이 결국 1년 뒤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2012년 1월에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불거진 의혹이기도 하다.
“나는 1989년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는데 그후 고통이 너무 심해 의사들의 심각한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몸속에 통증완화 기계를 삽입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몰핀도 듣지 않는 상태였는데 조금이라도 통증을 줄여보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 기계가 1년 전부터 자주 오작동을 하고 멈추는 일이 반복됐다. 고생을 거듭하다 지난해 11월 말에 안되겠다 싶어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얼마 후 수술부위가 부어오르고 피가 고여 터지는 게 아닌가. 개인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12월 10일에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실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복용 중인 심장약을 끊고 재수술을 하자는 의사의 의견에 따라 12월 12일 병원에 입원했고 나흘 후 재수술을 받았다. 재입원 및 재수술 시기가 공교롭게도 대구사건 보도시점과 겹친 것일 뿐 소환을 피해 입원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아픈 사람을 이렇게 매도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 입원 직후부터 혜화경찰서 수사과장과 계장을 비롯해 형사들 여럿이 신병보호 명목으로 찾아와 수시로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인은 몸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 시기는 내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의사 허락이 떨어져야 되고, 의사와 경찰 간에 얘기가 되어야 된다. 얼마 전 변호사를 통해 서울대병원에서 발급한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2월 22일까지 안정가료를 요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입원생활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의사 허락이 떨어지면 나는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다섯 달이 지난 뒤인 2012년 5월, <일요신문>은 고인의 누나 김숙자 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태촌 위독설’ 누나 심경 인터뷰>(1044호)라는 기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단 5개월 만에 고인을 둘러싼 의혹이 360도 달라졌다. 도피성 투병설이 위독설로 급변한 것.
당시 인터뷰에서 김태촌의 누나 김숙자 씨는 동생의 위독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투병 중인 동생에 대한 경찰의 지나친 수사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동생의 위독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동생의 병세가 악화된 것은 대구에서 경찰조사를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 2012년 5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중인 김태촌의 누나 김숙자 씨 |
앞선 인터뷰 기사에서 밝혔듯이 고인은 2011년 12월 갑상샘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일요신문>과의 병상 인터뷰가 있고 한달 뒤인 2012년 2월 말 고인은 기업인 청부협박 혐의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경찰조사가 끝난 뒤 김태촌은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지만 추운 겨울 날씨에 내복도 입지 않고 환자복만 입은 채 내려간 것은 무리였다. 며칠 뒤 김태촌은 열이 39℃까지 오르는 등 몸 상태가 나빠졌다. 폐렴증세를 앓아온 김태촌은 30분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가래를 제거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밤새 간병인이 잠든 사이 그는 방치됐고 가래에 기도가 막혀 그대로 호흡곤란 상태에 빠진 것이다. 결국 김태촌은 지난 3월 3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당시 경찰은 김태촌의 혼수상태 소식이 전해지자 강압수사 의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고인의 누나는 “현재는 단지 회복 속도가 느릴 뿐 위독설과 달리 혈색도 돌아오고 많이 회복돼 조만간 일반병실로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렇지만 결국 고인은 계속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오가다 2013년 1월 5일 오전 0시 42분경 사망했다. 향년 64세. 사망원인은 심장병으로 알려져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