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의힘과의 대화 불가’ 입장을 고수 중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청래 대표의 ‘인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8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 대표의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 발언을 두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라 해야 할지 망언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걱정스럽다”며 “집권여당 대표라는 자격을 갖추고 계신 분인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대표에 먼저 손 내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대표에게 옹졸하다고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기본적인 예의, 인성이 부족한 분에게 악수를 구걸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적절치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송 위원장은 정 대표를 향해 ‘막말 대포’ ‘소인배’ 등의 어휘까지 동원하며 마구 때렸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정 대표에 대해 날을 세우지만 실제 당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정청래 따라 하기’로 흐르고 있다. 이번 8·22 전당대회에서도 정 대표의 ‘싸움 리더십’을 그대로 빌려온 후보들이 당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대 초반에는 반탄파(윤석열 탄핵 반대파) 당대표 후보로 꼽힌 김문수 후보의 독주 체제가 예상됐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반탄파 후보로 분류된 장동혁 후보가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김문수 후보를 추격하기 시작하더니, 막판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모양새까지 만들었다.
김문수 장동혁 후보의 강경 메시지는 경쟁하듯 높아져 갔다. 김문수 후보는 8월 14일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분열로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면 이재명 정권은 곧바로 개헌에 착수해 연임되고 우리 자식들은 언제까지 이재명 치하에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며 이 대통령을 독재자로 지목했다. 이어 “대표가 되면 3특검 인권탄압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이재명 재판 재개 촉구 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 이재명 주변인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반드시 끝까지 그 죽음 뒤에 누가 있었는지 밝히겠다”고까지 말했다.
장동혁 후보도 이에 뒤질세라 “광장에 나가봤나. 윤 어게인을 외치는 분들이 윤 전 대통령의 부활을 외치는지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지 들어봤느냐”며 “계몽령을, 윤 어게인을 얘기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말하는 게 민주당이 펼쳐놓은 전쟁터에서 싸우자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가서 싸우자’라며 대여 투쟁력 있는 제1야당의 선봉에 자신이 최적임자라는 논리였다.
말로만 하는 싸움 리더십이 아니었다. 김·장 후보는 몸으로도 움직였다. 김문수 후보는 농성, 장동혁 후보는 시위에 나선 것.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김건희 특검’이 “당원 명부를 확인하겠다”며 영장을 발부받아 당사 압수수색에 나서자, 김 후보는 압수수색 저지를 위해 당사 1층 로비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했다. 그의 농성 현장은 화제가 됐고 지지자들의 격려 방문이 잇따랐다.
장 후보는 1인 시위로 김 후보와 차별화에 나섰다. 김건희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앞에서 압수수색 규탄 1인 시위를 벌였다. 장 후보는 “정치 특검의 광기와 야당 탄압, 인권유린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14일에는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반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국민의힘의 ‘언론관’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전통적 유력 언론 지향에서 벗어나, 보수 성향 유튜브를 통해 지지세를 유지·확산시키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전대 과정에서도 보수 유튜브 쏠림 현상은 이어졌다. 장동혁 후보는 7월 31일 보수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참석했고, 김문수 후보도 8월 7일 보수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나갔다.
‘보수 유튜브 정치’가 세를 넓혀가고 국민의힘이 이에 기대고 있는 중심에는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 씨가 서 있다. 전한길TV를 운영 중인 전한길 씨는 ‘보수의 김어준’으로 각광받으면서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연설회장 내 기자석에 착석한 전 씨는 반탄파 후보 연설 때는 손뼉을 치며 “잘한다”고 외쳤고, 찬탄파 후보가 나왔을 때는 “배신자”라고 외치며 비난했다.
특히 친한동훈계로 인식되는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소개 영상에서 전 씨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자 당원석에서도 김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한 전 씨는 김 후보 연설 도중 “김근식이 나를 비난한다”며 격분, 당원석 쪽으로 달려가 “배신자”라고 외치도록 지지자들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찬탄파인 조경태·안철수 당대표 후보의 지지자들이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등 항의하면서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대구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한 50대 당원은 “현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어게인 전한길과 함께’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까지 있을 정도로 전 씨의 영향력은 이미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넓게 형성돼있었다”라며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김어준 씨처럼 국민의힘도 전한길 씨 같은 영향력 있는 장외 인플루언서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최근 강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문제를 일으켜 징계 대상이 된 전한길 씨에 대한 국민의힘 대응은 그의 위상을 더 높여 놨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전대 연설회를 방해했다는 사유로 “전 씨의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며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조속한 결론 도출을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송 위원장 발언 강도를 봤을 때 전 씨에 대해 ‘퇴출’ 등 최소 중징계가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윤리위는 14일 전 씨에게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 조치를 내렸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 이미지나 (여러 부분을 고려해) 엄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윤리위는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며 “전 씨가 전과도 없고, 본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향후 재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이 정도로 그치기로 했다”고 징계 결정 사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 결과도 김어준 씨가 좌지우지하는데 우리 당도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유튜브가 주도하는 여론 형성 지형을 국민의힘이 이제 알아챈 것이며 못마땅해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처럼 변하려는 국민의힘의 모습을 보고 당 안팎에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민주당을 잘 따라 해서 싸우는 방법을 익혀야 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는 강경론이 일단 세를 강하게 갖고 있다. 반면 민주당을 따라가다가는 결국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회의론도 역시 존재한다.
강경론 쪽에 서 있는 한 의원들은 “전투력 부재가 항상 밀리는 국민의힘을 만들었다”며 당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무리 불리해도 똘똘 뭉쳐 싸워서 틈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국민의힘은 조금만 상황이 나빠지면 사과부터 하고 자해만 이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엇이든 선명한 입장과 노선을 요구하는 유권자 성향 변화도 더 이상 점잖은 보수로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는 요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선을 지낸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온통 반성과 자책 모드에만 빠져있었고, 그러다가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진 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3연패의 늪으로 빠져들었다”며 “그렇다고 그 당시 민주당이 잘한 것도 없는데 이런 연패를 당했던 것은 국민의힘이 약해빠진 탓이고 이제 그런 모습으로는 안 된다는 체질 변화의 주장이 쇄도하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너무 급하게 ‘싸움 리더십’으로 간다는 우려 섞인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가 판검사 등 법조인에다 행정부 고위 관료 출신인데 거칠게 싸우는 모습은 체질에 맞지 않고 지지층에게도 낯설게 비친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이 선출되는 당 지도부 면면을 봐도 말만 거칠게 쏟아낼 뿐이지 사실은 격하게 싸워본 경험이 없다는 게 회의론을 펴는 의원들의 전언이다. 강경론과 회의론의 견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그 간극을 더욱 벌리는 중이고, 이러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바른정당이 뛰쳐나간 것처럼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걱정도 회의론을 펴는 일부 의원들 입에서 나온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8월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의힘 전대 이후를 전망하면서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내 세력 간 입장차가 너무 커져 갈라설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의원의 분석이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